- 넥타이 앞에만 매면 되지 뒤까지 맬 필요 있나?
고성군이 그토록 자랑하는 유스호스텔 개장이 예정대로라면 5개월 앞두고 있다. 이상근 군수는 틈만 나면 ‘유스호스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고 고성군을 대표하는 건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자랑했는데`` 잘 지어지고 있는지 관계자를 만나 현황을 들어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20년 12월 23일`` 사업비 240억 원을 들여 230명 수용 크기로 지어 2022년 10월 완공하고 시범운영 거쳐 12월 개장한다는 계획 아래 고성그린파워 상생협력기금 140억 원과 발전소주변지역특별지원사업비 100억 원을 더한 240억 원으로 짓기로 하고`` 2021년 01월 27일 유스호스텔 건립사업 실시설계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는데`` 48개 객실에 234명을 수용하는 크기로 21년 4월 착공해 22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확정했다.
이러는 와중에 21년 7월 공사발주와 계약이 이뤄졌는데`` 공유재산관리계획안승인이 나지 않은 것을 두고 고성군 의회에서 문제 삼자 짓는다 짓지 않는다로 시간을 끌다가 2023년 5월에서야 착공하게 됐다. 마땅히 2년이라는 세월을 허송했으니 물가도 인건비도 올랐고`` 그런 가운데 시공사가 공사를 시작했으니 적자 속에 삽질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다 24년 4월 17일 고성군이 추가사업비 100억 원을 확보해 2년 허송한 세월에 대한 인상분도 어느 정도 처리하고 연내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공사해 나가다 30억 원 정도 부족한 공사비 때문에 격식 있던 건물 꼴이 말이 아니게 지어지게 되니 현장에서는 여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감처리 방식이 격식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하나 예를 들면 아파트 방처럼 온돌마루가 아니라 입식으로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곳인데 마루판을 깔게 돼 있어서 바닥 마감을 바꿔야 하는 것이 한 예이고`` 천정 마감처리는 상급인데 벽 마감을 그냥 페인트칠로 한단다. 1급 천장에 3급 벽이라 한마디로 균형이 안 맞는다(unbalance)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공사를 못 하겠다는 뜻도 있다.
바깥 외벽은 아주 우습게 됐다.
1970년대 초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릴 때 이야기를 잠깐만 하자. 1972년 8월 30일 남쪽 대한적십자사 요원들이 평양으로 가 접십자회담을 벌이던 때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가 하면`` 북쪽 건물과 집들이 앞은 번드르하고 화려한데 뒷모습은 형편없더란다. 그래서 남쪽 사람들이 ‘왜 앞은 화려한데 뒷모습은 저렇게 흉한가’하고 물었더니 북쪽 사람들이 하는 말`` ‘넥타이를 앞에만 매면 되지 뒤까지 맬 필요 있갔이오’했다는 것인데`` 고성군을 대표한다는 유스호스텔이 이 지경에 있다.
유스호스텔 건물 바깥벽 마감을 하면서 앞에서 보이는 부분만 대리석을 붙이고 뒷부분은 붙이지 말라고 한단다. 맞다. 뒤에는 넥타이 맬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 외벽 문제도 처음에는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이라고 해서 비용이 적게 들고 시공 기간도 짧은 공법을 택했는데`` 드라이비트 마감은 화재에 취약해서 공용시설이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니 건물 전체 격식에 맞게 대리석으로 하기로 하고 바꿨는데`` 이렇게 되니 공기는 늘어나고 비용도 더 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부족한 비용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급을 낮추려고(downgrade) 하고`` 뒤에는 넥타이 맬 필요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얼른 결정을 내려야 작업 범위도 정해지고 자재도 들어오는데`` 의사결정이 늦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기만 날리고 있다’며 머리를 싸매고 있다.
‘내년 3월 완공시켜라’고 의원들도 틈만 나면 주지시키는 걸 몇 번 봤다. 시공사에서나 담당 공무원들은 그럴 때마다 ‘예`` 예’하고 말하던데`` 이거 정말 내년 3월까지 완공될까? 30억 원 부족해서 공기를 날리고 멈춰 있다. 그렇게나 훌륭하게 짓는다고`` 단순 숙박시설만이 아니라 고성군 랜드마크라고 그토록 자랑하는 시설인데`` 30억 원 때문에 절절매고 있으니. 이런 거 군수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