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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대선주자들이 ‘성장 담론’을 꺼내든 이유는?“냉전시대 이후 중국과북한을 보더라도 생산력 증대는 진보의 논리였다”
  • 정치부 김현정 기자

▲ 정치부 김현정 기자
“냉전시대 이후 중국과북한을 보더라도 생산력 증대는 진보의 논리였다”

 

진보진영의 대선 주자들이 그림을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조경태, 손학규, 문재인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정세균 의원은 26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고,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공표하진 않았지만 저서 ‘아래로부터’ 출판 기념 북 콘서트를 통해 대권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다.

 

남은 건 가장 큰 변수인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 원장과 4.11총선에서 ‘가장 멋진 패배’를 했다고 평가받는 민주당의 정동영 상임고문이다.

 

지금까지 출마선언을 한 대선 주자들의 선언 내용을 보면 그들의 레토릭에서 가장 큰 특징이 2007년이나 2012년이나 변치 않는 ‘먹고사니즘’ 즉, 경제 문제였다.

 

손학규-문재인-정세균, ‘먹고사니즘’ 해결책은 ‘성장’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점이 바로 ‘성장’을 부르짖고 있다는 점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15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을 통해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통한 진보적 성장’을 내세웠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서대문 앞 광장에서 출마 선언문을 통해 ‘공평과 정의에 바탕을 두고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는 나라’, ‘성장과 분배가 선 순환하는 성장 전략 추진’을 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26일 출마선언이 예정 된 정세균 의원은 ‘분수경제론’을 내세워 ‘중산충과 서민 구도의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김두관 지사의 저서 ‘아래로부터’를 보면 분배와 성장이 균형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진보 진영에서 더 이상 경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문제였던 데 반해 불과 몇 달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성장’이 튀어 나왔다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들과 보-혁 진영 지지자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과 2개월 전 까지만 해도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가 지배했던 총선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성장 담론’이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결 다른 DY, “삶의 질의 토대는 공평한 분배에 있어”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부자인 동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동네에서 출마해 고배를 마신 정동영 고문만큼은 야권 대선 주자들의 ‘성장’ 담론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19일 ‘민주당 정치개혁 모임’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삶의 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삶의 질’의 토대는 공평한 분배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동안 성장이 없어서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좌,우의 대표 논리인 성장이냐 분배냐에서 어느 하나만을 고집해 지난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민주당 내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정 고문은 “충격 받았다”며 “오히려 민주당은 통합되면서 사라진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담론이 실종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진보 노선 강화’를 주문하면서 전통적 의미의 ‘분배’를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 주자들의 성장 담론은 앞으로 7개월간의 대선 과정에서 벌어질 치열한 논쟁을 통해 큰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안철수는?

 

기업가 출신이자, 전형적인 중산층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 교수도 경제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는 약간 우쪽에 가까운 정책을 내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즉 안 교수 또한 성장 담론에 일정부분 찬성하리라 보인다.

 

그렇다면 진보를 자임하는 야권 대선 주자들의 ‘성장 담론’은 왜 나온 것일까?

 

유럽발 경제위기가 3년전에 폐기된 ‘뉴민주당플랜’ 다시 소환했나?

 

가장 큰 원인은 그리스 재정 위기 등을 사태로 촉발된 스페인 등 유로존 경제 위기다.

 

민주당의 ‘우클릭’화는 이미 2009년에 감지 됐으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면서 실패했다.

 

당시 정세균 당대표 시절 민주당은 김효석 전 민주정책연구원장이 기획한 ‘뉴민주당플랜’을 맛보기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때 이미 민주당은 성장을 통한 균형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이 ‘뉴민주당플랜’이 발표되자마자 민주당 내에서도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추미애 의원이 당장 “한나라당 이중대냐?”며 크게 반발했다. 진보진영인 민주노동당에서 비난은 말 할 것도 없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뉴민주당플랜’에 이례적으로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뉴민주당플랜’은 당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동시에 사회적으로 ‘진보’의 화두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전통적 의미의 좌, 우 개념 성장과 분배 양자선택을 강요받게 되면서 슬그머니 폐기 됐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우클릭’하려던 시도가 다시 ‘좌클릭’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평했다.

 

그런데 극한 비난 속에 폐기 됐던 ‘뉴민주당플랜’에 담아냈던 성장 담론과 비슷한 ‘성장을 위한 분배’가 3년 만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서거 직전까지 진보의 미래를 고민했다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재인 상임고문의 출마선언문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 일까?

 

다시 2009년 ‘뉴민주당플랜’이 발표됐을 당시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뉴민주당플랜’이 발표되자 마자 극찬을 했던 정치세력이 있다. 지금은 2% 지지율을 얻지 못해 정당 간판을 내린 창조한국당이다.

 

당시 창조한국당의 경제인 출신 문국현 대표는 ‘뉴민주당플랜’의 성장 담론에 대해 극찬했다.

 

문 대표는 당시 일부 기자들과 만나 “경제는 성장 없이 절대 발전이 없고, 분배도, 균형도 이룰 수 없다”고 설파했다.

 

문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석수 대변인도 당시 본지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말을 했었다.

 

“과거에는 집안이 망하면 허리띠를 졸라 맸지만, 지금은 돈 많이 벌어 해결하자는 식이다”

 

경제학자이자 시민사회 출신인 김 전 대변인은 3년이 지난 2012년 6월 22일에도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성장 담론에 대해 “시대적 흐름이고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집안이 망하면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돈 많이 벌어서 해결하자는 방식”이라며 “이것이 세계적인 흐름이고 담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진보는 과거 계급투쟁 중심의 냉전시대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

 

그는 “그동안 한국의 진보는 성장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며 “성장에 대해 무책임하고 약했다. 과거 계급투쟁 중심의 냉전시대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고 비평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냉전시대 논리는 허물어졌다”며 “각 개별 국가 중심으로 약진하고 도약했다. 사회주의는 소멸하고 해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유럽도 보면 사회주의를 하면서 사민주의를 취하고 있다”며 “그래서 북유럽이나 독일 모델로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이 성장을 담아내야 한다”며 “과거 창조한국당도 그렇고 저도 2000년부터 성장을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그중에서도 평등파는 계급투쟁을 이야기하고 자주파는 친북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이념 구도를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사기 힘들다”며 “과거 프랑스혁명 시절에도 보면 진보는 자본주의, 부르주아 진보였다. 마르크스와 레닌이 가지고 있는 진보, 보수를 논하는 기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9년 중국의 등소평, 70년대 북한 ‘쌀은 공산주의’ 생산력 중시”

 

그러면서도 그는 “마르크스는 아직도 유용하다”며 “생산력과 생산의 관계에서도 보면 20세기는 생산을 둘러싼 인간관계가 계급투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9년도 중국에서 등소평이 등장하면서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논리가 바로 생산력을 증대하고 강화한다는 것이었다”며 “70년대 북한에서도 ‘쌀은 공산주의’라며 생산력을 중시했다. 생산력을 증대하자는 것은 진보의 논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국도 실상 사회주의 형태”라며 “계급투쟁이 진보라고 생각하면 이는 낡은 가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세계적인 대선 흐름만 봐도 해답은 좌, 우 양극단이 아닌 좌와 우 그 사이 어디 쯤이었다”

 

숙명여자대학교 이욱한 교수(헌법학)도 경제 위기에서 촉발 된 시대상황이라는 점에 동의를 표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유럽에서 경제위기 속에 좌파가 집권을 했다”며 “우파가 잡을 때도 경제위기 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유로존 금융위기 사태가 되면서 한국의 진보세력이 내는 성장 담론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그 성장의 담론을 담아내는 출발점이 어디냐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 보수 양극단에 치우친 사람이 대통령이 된 예는 없다”며 “그 대통령이 탄생하는 정당이나 지지세력은 양극단에 치우칠지는 몰라도 대통령 그 사람만큼은 아니다. 늘 핵심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답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를 화두로 대통령이 됐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진보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할 때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경제를 초토화 시킬 때였는데 오바마 또한 진보진영에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쪽에 쏠려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권을 바라보는 주자들이 먼저 이러한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11총선에서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꺼내든 것처럼, 그 반대급부로 진보진영이 성장을 꺼내고 나온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서 먼저 치고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야권 주자들이 하나같이 성장 담론을 꺼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존 금융위기가 대한민국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가 대통령 선거를 판가름 하는 또 하나의 결정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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