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패배는 어떻게 기록 될 까?
제주 강정마을에 건립 될 예정인 해군기지를 두고 반대하는 주민과 정부 간의 첨예한 갈등이 길어지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의 패배로 귀결 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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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측은 섣불리 승리를 말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강정 포구에서 해군기지 공사를 진행해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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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진척된 해군기지 건립 공사
기자가 강정을 방문한 지난 4월 9일, 강정 해군기지 건립 반대 미사를 진행 중이던 문정현 신부님이 강정포구에서 경찰과 신랑이 끝에 해안가에 쌓아 둔 삼발이 아래로 떨어져 전치 6개월의 부상을 입은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강정을 방문했을 땐 이미 상당부분 공사가 진척 돼 있었다.
지난 4월에 폭파 중이던 구럼비 바위는 이미 폭파가 다 완료되고 그 부근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포구에만 쌓아두었던 삼발이는 어느새 해군기지 건립 부지 해안가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평화를 외치며 유혈 투쟁을 이어가던 반대 활동가들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군색하고 꼬질꼬질한 차림의 그들은 그곳 강정천과 강정포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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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떨고 더위에 타 들어 간 수 많은 날들…
그들의 입성은 더 말할 것이 못됐다. 염천 더위에 비닐 하우스 안에서 식사와 잘 곳을 한꺼번에 해결했고, 그들의 옷차림은 노란색 티와 편한 반바지, 월남 치마였다. 4월까지만 해도 추위에 떨던 이들이 이제는 더위에 타 들어 가고 있었다. 새까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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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강정마을 주민들과 총리실이 참석하는 해군기지 찬.반 토론회가 지난 7월 10일 1차적으로 열렸고, 9월초쯤 2차 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5박 6일 동안 동, 서 두 팀으로 나뉘어 제주 강정에서부터 제주시까지 제주 전역을 도보로 순례해 한 날 한 시에 만나는 강정평화 대행진이 열리기도 했다.
또,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로 침묵에 들어갔던 이정희 전 대표가 지난 3일 조용히 강정마을을 다녀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강정 해군기지 건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로 유명한 제주 출신 민주통합당의 청년 국회의원이자 최고위원인 장하나 의원은 8일 제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우남, 강창일, 김재윤 의원과 함께 공동주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 반대 목소리를 외치는 현장에서 자주 보았던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등 눈에 익은 면면이 보였다.
이들은 강정 해군 기지 건립의 실효성에 대한 재고를 주장했지만, 그야말로 별다른 실효성은 없는 메아리처럼 들렸다.
정부는 그 동안 이들의 목소리가 작아서가 아니라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를 강행할 수 있었다.
한통속이고 싶었던 그들…또 다시 불통에 당했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랬듯 소통 부족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이 정도면 정부는 아예 소통 부족이 아니라 아예 소통할 뜻이 없다는 의사표시다.
오늘 8월 9일에도 문정현 신부와 신도들 그리고 반대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평화 미사를 집도하던 중 경찰과 또 다시 충돌이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한 평화 미사 집도 저지는 안된다”는 아주 당연하고도 점잖은 논평을 내놓을 뿐이다.
휴가철 많은 육지 사람들과 강정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제주 사람들이 강정천과 강정 리조트로 휴가를 떠나 더위를 잠시 잊고 즐길 때 이곳에서 투쟁의 일상을 열어간 그들은 더위와 불통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수 차례 활동가들과 반대 미사를 집행하는 천주교 사제들은 경찰들과 충돌하면서 유치장을 돌아가면서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한 번 들어가면 꼬박 법정 시간인 48시간을 채우고 내보내줬다.
이제 유치장에 한 번이라도 갇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유치장에서 지내는 방법을 알았고, 운 좋게 연행되지 않아 밖에 있던 사람들은 동료들을 위해 사식을 넣어주는 의리를 잊어 버린 적이 없다.
부모님이 근심걱정을 하거나 괜한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집주소로 발송될 체포동의서를 서귀포 우체국까지 가서 미리 받아 찢어버리는 완전범행(?)도 잊지 않는다.
이제 이력이 나간다.
그 동안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은 객처럼 떠났다 다시 오기를 반복한 이들도 있고, 아예 떠나서 안 오는 이도 있고, 떠난 뒤 SNS 등을 통해 온라인 반대 활동을 펼치며 후방 지원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남아 있는 이들은 뙤약볕 아래서 남들은 강정천 계속에 발 담그며 백숙 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을 때 이들은 강정천 다리 위에서 구속 된 이들의 석방, 강정의 평화를 위해 울부짖음을 이어가고 있다.
침묵으로 때론 구슬픈 노래자락으로. 하루 중 어느 찰라의 순간에 미소가 지나가기도 한다.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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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불통에 당한 것이다. 처절하게….
하지만 그냥 진 것이 아니라 기록 된 패배이기에, 불통에 당했다는 것을 알기에 의미 있는 패배였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보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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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도 인생이라는 어느 유명인의 말처럼.
지는 줄 알면서도 기어가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도 처음에는 힘껏 달려가고 온몸으로 부딪쳤다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