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영동 1985> 국회 시사회 “다시는 이 영화가 이 땅에서 제작되지 않기를…”
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문 사실을 다룬 영화 <남영동 1985>가 14일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14일 저녁 6시 30분부터 실시된 <남영동 1986> 시사회는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주관하고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모임’과 ‘민주평화국민연대’ 최규성 대표와 故 김 전 장관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 영화는 김 전 장관이 1985년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으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제2기 의장을 맡았던 김 전 장관을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법 연행해 집단 폭행, 물고문, 전기고문 등을 가하며 유혈혁명을 기도하고 북한과 접촉했다는 거짓 진술을 강요했던 사건을 재조명한 영화다.
김 전 장관은 1985년 9월 3일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차마 표현하기 조차 힘든 모진 고초를 겪었다. 이 때 김 전 장관을 고문한 사람은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이었다.
이 영화의 메가폰은 석궁 판사 사건을 영화화한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맡았고, 김 전 장관의 역할을 한 주인공은 배우 박원상씨가 맡았다. 고문기술자 이근안 역에는 배우 이경영씨가 맡았고, 그 외에 명계남, 김의성, 서동수, 이천희, 김중기 씨가 주, 조연으로 출연했고, 민주통합당의 문성근 전 대표가 특별출연했다. 인재근 의원 역에는 배우 우희진씨가 맡았다.
국회 시사회 대박, 관객들 자리 부족으로 빈 공간에 서서 관람하기도…
이날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을 알린 시사회에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직접 고문을 당했던 민주화 열사 뿐 아니라 많은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 대강당에 마련된 자리가 부족해 통로와 뒤쪽 빈 공간에 의자를 가져와 앉는 등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헌정기념관 대강당 입구와 계단에는 김 전 당관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젊은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과 부인 인재근 여사, 1988년 충남 홍성교도소에서 석방 될 당시 김 전 장관을 맞이했던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전시 돼 있었다.
시사회 참석을 위해 자리한 이해찬 대표는 자신이 함께 나온 사진을 보면 인재근 의원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김근태 수감됐던 홍성교도소에 현재는 정봉주 전 의원이…”
인 의원이 이해찬 대표의 젊은 시절을 가리키며 “이 땐 머리가 많았어요”하자 이 대표는 “여기가 바로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된 곳이다. 얼마 전에 김 현 의원과 갔다 왔다”고 화답했다.
또 김 전 장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컵 등을 전시하고 기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최민희 의원의 사회로 본격적인 시사회가 시작 되고 제일 처음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주인공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모임’의 문성근 전 민주당 대표였다.
문 전 대표는 “천만 관객이 넘는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와서 한국 영화가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돼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영화가 속으로 곪아 가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해 달라”
이어 무대에 오른 이 영화의 투자자 대표인 (주)아우라픽쳐스의 정상영 대표는 “이 영화의 일이 과거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김 전 장관과 함께 민청학련 운동을 했던 이해찬 대표는 “오늘 들어오면서 김근태 의장이 남영동에서 고문을 받고 옥살이 하고 현재는 정봉주 의원이 감옥살이 하고 있는 홍성 교도소에서 나올 때 제가 같이 찍었던 사진이 요 앞에 있는 모습을 봤다”며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 때 그 자리에서 (또 다시 김 전 장관과 우리들이 같이) 소리치는 것을 보고 도저히 개전의 정이 없는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남영동은 1985년 당시엔 악랄했던 곳이다. 남영동 이전에 악랄했던 곳은 남산이었다”며 “그 다음은 지금 서대문 경찰청이 있는 합수부라고 경찰 특수수사대가 있었다. 또 보안사의 동빙고동이 악랄했고, 그 다음이 남영동인데 남영동하고 보안사는 이른바 물고문을 했던 곳이다. 전기고문하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문 중에서는 물리적 고문과 화학적 고문이 있는데 전기 쓰고 약물 투입하는 것은 정말로 철저하게…뭐 물론 때리는 것도 안 되지만 전기 쓰고, 약물 쓰면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회복이 안된다. 그래서 후유증이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그 시절 주역의 따님하고 참 어처구니없는 선거 치르고 있다…민주화의 길 아직 많이 남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영화를 만든다는 소리를 듣고 ‘전세불망 후생지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과거를 잊지 말아야 미래를 말할 수 있다. 그 때 그 시절의 주역의 따님하고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40년이 됐는데도 이렇게 선거구도가 짜였다는 것이 민주화의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평년 대표 최규성 의원은 “이제 2012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선 잘못하면 또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인 것 같다”
김 전 장관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유식한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풀어서 이야기 하겠다”며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먼저 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는 굉장히 놀랍고 보기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우면 눈을 감으시라”며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리시고 울음이 나면 우세요. 그 자유쯤은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문 피해자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김기식. 나종인 고문피해자 “그 당시 고문관 추재엽 현 양천구청장 공천했던 홍준표, 박근혜 사과하라”
김기식 전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현재까지도 보안사 고문수사였던 사람들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87년 2월에 연행돼서 대공수사분실에서 고문 받았다”며 “그 때 그 고문 수사관들이 ‘여기가 남영동이다’라고 했었다. ‘기차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방음 장치가 잘 돼 있고, 문 열고 던지면 너는 기차 철길이라 없어진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거긴 장안평 시경대공분실이었다. 그 때 나를 고문했던 사람이 1월 13일 남영동 고문실에서 박종철을 고문했던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월에 박종철을 살해하고 2월에 거기 와서 또 고문하고 5월에는 축소.은폐로 난리가 나서 같이 구속했다”며 “습관적으로 죄의식 없이 고문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고문관)추재엽 일당으로부터 70일간 보안사 장지동 분실에서 고문당하신 분을 이 자리에 어렵게 모셨다”며 “그 추재엽과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고문피해자 나종인씨를 소개했다.
나종인 선생은 당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유능한 엔지니어링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으나 추재엽을 비롯한 고문관에게 고문을 당하고 오랫동안 징역을 살다 석방 된 후에는 조용히 세상 밖에 머물다 추재엽을 고소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추재엽은 현 양천구청장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1984년부터 1985년까지 보안사 대공수사관이었으며, 2000년에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계에 뛰어들었다. 2001년부터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시작해 민선 3,4기 양천구청장을 역임하고, 2011년에 양천구청장 재보궐 선거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의 공천으로 민선 5기 양천구청장에 재도전해 당선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이사장은 “추재엽이 (고문)사실을 밝히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공천한 한나라당 홍 전 대표와 현 박근혜 대선 후보가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영동 1985>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봐 달라”
한편, 이 시사회에는 배우 정지영 감독과 배우 박원상, 이경영, 서동수 씨도 참석했다.
주인공역을 맡아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고문을 받았던 배우 박원상 씨는 “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봐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정상민 대표가 먼저 선수쳤다”며 “의미 있는 시간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이근안 역을 맡았던 배우 이경영씨는 “고문수사관을 했던 연기자들이 강도 높은 고문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전달하는 큰 울림을 줄 수 없어서 사실에 가깝게 해서 박원상씨를 고문했다”며 “다시는 이 영화가 이 땅에 제작되지 않게 여기 계신 분들이 바른 정치를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관객석 맨 앞자리에 앉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특별히 당부했다.
이 밖에도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강기정, 오제세, 이인영, 이춘석, 김승남, 김 현, 전병헌, 박홍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자리에 함께 했다.
약 30분간의 상영 전 행사가 끝난 후 곧바로 영화 상영에 들어갔다.
차마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 이상의 가학에 곳곳에서 흐느끼는 관객들이 속출했고,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에 자리를 떠 상영관 밖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오는 관객들도 많았다.
정세균 전 대표는 영화를 본 후 무거운 표정이었고, 이인영 의원 또한 어둡고,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숨기지 못했다.
<남영동 1985>는 11월 22일 정식 개봉을 하게 된다. 한편, 11월 21일 오후 2시에는 한국 언론재단 프레스센터에서 ‘김근태와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