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공습이 끝난 후에 |
말 그대로 독감이었습니다. 지독했습니다.
이틀 밤을 끙끙 앓았습니다. 온 몸이 쑤시고 열이 났습니다.
몸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돌아눕기도 힘들었습니다.
기침 한 번 하면 온 몸이 울렸습니다.
식구들은 잠을 자고 홀로 깨어 콜록거렸습니다.
뭔가 아릿한 것이 올라왔습니다.
"내 아픔을 아내는 알까? 아이들이 알까? 이 캄캄함 밤 누가 알까?"
아픔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약해지면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모든 것이 간절해집니다.
왜 이리 몸을 함부로 굴렸을까…
누구한테 상처는 주지 않았을까…
이렇게 사라지면 누군가 나를 기억할까…
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무심했을까…
몸이 나으면 전화라도 해야지…
몸을 돌봐야지…
후회할 일은 하지 말아야지….
지금 대한민국은 독감에 걸렸답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기침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답니다.
한 밤중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홀로 콜록거리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들이 홀로 어둠을 삼키지 않도록 이마를 만져주고 등을 두드려 주십시오. 약한 사람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물 한 모금, 손짓 하나, 미소 한 조각은 실로 위대합니다.
독감 공습이 끝나면 `배려"의 기운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감기와 함께 겨울이 물러가면 새 봄에는 아지랑이와 함께 인정이 자욱히 피어오를 것입니다.
〈아침글밭 김택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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