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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론]폭주하는 검찰, 어떻게 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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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재판진행 내내 권한남용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재판이 끝난 후 검찰은 재판부 비판에 열을 올리고 별건수사로 다시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검사의 비리다.


검사들이 조직적이고 정기적으로 현금이나 술 접대, 심지어 성매매 등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가는 사건의 원만한 처리이다. 이 역시 권한남용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고발자와 PD에 대한 `협박`은 권한남용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하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느낌이다. 대통령이나 국회, 사법부, 시민단체 등 그 어떤 견제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검찰의 폭주를 막을 브레이크는 있는 것일까?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5대 의혹


한 전 총리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라는 범죄를 저질렀다. 조선일보는 한 전 총리가 수사 받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수사진행 상황은 수사기관이 알려주지 않으면 보도될 수 없다.


수사 담당자인 검사들이 누설했음이 명백해 보인다. 이러한 방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과 동일하다. 검찰과 언론이 주고받으면서 뇌물수수 혐의를 재판도 하기 전에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것이다. 반복되는 범죄행위이고 권한남용이다.


둘째, 수사단계에서 표적수사의 의혹이 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한 대로 "전주고 나온 놈 다 불어라, 정치인 대라"는 식의 압박은 이번 수사가 특정한 인물을 목표로 한 표적수사임을 잘 보여준다. 한 전 총리의 별건수사 역시 표적수사의 대표적인 예이다.


셋째, 검찰은 강압수사의 의혹도 사고 있다. 뇌물을 전달했다는 곽 전 사장은 "몸이 아파서 살려고 뇌물을 주었다고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그는 계속 구치소에 있다가는 사망한 연후에나 구치소를 벗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넷째,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협조자 형벌감면제)의 의혹도 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횡령액을 75억 원 중 37억 원만 기소했고, 대한통운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57억 원)에 대해서는 내사 종결했을 뿐 처벌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혀 국가의 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하는 검사의 임무를 위배한 의혹이 있는 것이다.


다섯째, 검찰은 수사기록 중 일부를 누락하는 위법을 범했다. 곽 전 사장이 검찰에서 "검사님이 무서워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10만 달러를 주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번복했는데, 이 부분이 완전히 누락되었다. 이 중 하나의 의혹만 있어도 정당하고 공정한 수사가 되지 못하는데 무려 5가지의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수사권의 남용이다.


억측과 무리수로 얼룩진 공소 제기

 

검찰은 기본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공소를 제기한 잘못도 저질렀다. 즉 뇌물의 액수, 전달 장소 및 방법, 5만 달러의 출처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토가 없었다. 뇌물의 액수는 10만 달러, 3만 달러, 5만 달러로 수시로 변경되었다.


뇌물의 전달 장소는 이번 사건의 백미다. 뇌물이 건네진 곳이 총리공관이라니.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엽기적인 뇌물수수 사건이 될 것이다.


총리공관은 뇌물을 전달하기에 가장 위험한 장소다. 모든 출입자가 기록되고, 오찬 내내 비서관이나 호텔직원들이 시중을 들며, 움직일 때마다 의전비서관, 수행과장, 경호원 등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그러니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상이었다.


뇌물 전달 방법도 그렇다.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이 뇌물을 가져왔다는 것을 몰랐다. 그런데 그가 아무 말 없이 돈 봉투를 의자에 놓자, 한 전 총리 역시 아무 말 없이 `쎈스`로 이를 알고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서. 검찰은 뇌물의 액수와 전달 장소 및 방식 등에 대해 객관적인 확신 없이 공소를 제기했다. 공소권의 남용이다.


수사권·기소권 독점과 재판진행권 남용

 

또한 검찰은 공소제기과정에서 수사과정의 위법을 시정할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렸다. 수사과정의 위법은 반드시 공소제기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수사와 공소의 위법은 또한 반드시 재판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및 위법을 시정해야 하는 법률가의 임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수사를 직접 담당한 검사들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함에 따라 수사권의 남용과 위법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없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일한 인물이 모두 행사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판진행에서도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사실, 그러면서 보호해야 할 피고인의 사생활 문제를 지나치게 많이 공개했다.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친 적이 있는지,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는지, 아들의 유학생활이 어떠했는지 등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 하지만 모두 공개되었다.


한 전 총리의 프라이버시는 침해되었고, 가장 큰 재산인 도덕성은 훼손되었다. 재판진행권의 남용이다. 나아가 검찰은 불리한 증언을 한 윤모 경호원에 대해 위증으로 수사를 했다. 공개된 법정에서 위증의 위험을 무릅쓰고 반대신문권의 날카로운 추궁을 통과하면서 한 증언을 검사의 수사실에서 한 진술로 뒤집으려고 한 것이다.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침해다.

 

검찰이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권한남용을 보여주었다면, <PD수첩>의 뇌물사건에서는 무차별적이고 극단적인 권력남용을 잘 보여주었다.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뇌물을 받고 이를 폭로하는 사람과 방송국 PD에게 협박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政-檢의 유착고리, 이번엔 끊어내야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검찰권력이 지나치게 막강하기 때문이다. 검찰에는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한 너무나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견제장치는 전무하다.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가 없는 것은 정권과 검찰이 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경(政經)유착`을 대신할 만한 `정검(政檢)유착`의 시대이다.


그 해결책은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정검 유착을 끊는 일은 과거 정경유착의 근절과 같이 최고통치자의 선언에서 시작한다. 더 이상 정치에 검찰을 이용하지 않고, 검찰도 정권에 충성을 바치지 않는 것에서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검찰을 대하면 충분하다.


검찰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관은 피의자와 대립되는 역할을 하므로 기소시 냉정하게 수사과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미 영국에서 확인된 이론이다. 그리고 검찰에 대한 견제로서 수사권의 독점을 깨고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만들어 검찰의 비리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의 비리에 대한 자정노력이 전혀 성과가 없음을 생각할 때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는 가장 시급한 안건이다. 이번 PD수첩에서 폭로한 검찰의 비리는 독립된 기관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사안이다. 검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국민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


검찰은 국가 공권력의 핵심이므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공익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검찰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공익적이지도 않다.


지금 검찰은 정검 유착의 틀 속에서 권력에 취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다. 그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너무 늦었지만 그러나 더 늦기 전에 견제와 분산, 정검 유착 척결이라는 제동장치를 달아야 한다. 이것이 검찰도 살고 국민도 사는 길이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김인회 /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수석사무차장 등을 역임했으며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으로 있다. 저서로 『‘법조윤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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