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이지평 배민근 윤상하 연구위원
일본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일본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품소재 강국인 일본 주력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분업 네트워크에 대한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각종 전자부품, 첨단소재 산업의 경우 공급차질이 장기화되면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석유화학 제품은 수급불안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도체 원료 공장 피해의 장기화 및 그 파장 또한 우려된다. 종합적으로는 일본 생산 시설의 물리적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동북지방과 관동지방의 전력 부족에 따른 생산활동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대규모 재정확대와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피해복구에 주력함에 따라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전력 등 생산인프라의 완전한 복구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일본경제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세계경제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외한다면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보인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의 시행으로 다시 약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국제유가도 일본의 복구수요 확대와 함께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일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일본 대지진의 피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향후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역내 분업 구조의 재편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목 차 >
1. 지진 피해와 일본경제의 향방
2.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3.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의 미야기현 인근 해상을 진원지로 발생한 대규모 지진(Magnitude 9.0)으로 센다이를 비롯한 동북지방 및 일부 관동(關東) 지방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북(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아키타, 야마가타, 후쿠시마)지역뿐만 아니라 동경 주변 관동(동경, 사이타마, 카나가와, 치바, 이바라기, 도치기, 군마) 지역의 공장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한 피해도 겹쳐 일본경제에 대한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 피해는 전력, 석유, 화학, 철강, 제지,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식료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발생하였다.
일본은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이자 첨단 부품·소재 강국으로서 아시아 역내 제조업의 분업 구조 속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진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역내 산업 및 미국 등의 첨단 산업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 또한 3조 달러에 가까운 세계최대의 순채권국인 일본의 글로벌 자금 공급 능력이 이번 지진과 원자력 재앙으로 크게 저하될 경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국제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일본의 거대 지진 피해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1. 지진 피해와 일본경제의 향방
전력 복구에 달린 주요 산업의 공장 피해 상황
이번에 지진 피해가 집중된 동북 지역에는 일본 인구의 9.7%인 1,233만명(2009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일본 농업에서 차지하는 동북지방의 비중은 15%를 넘고 있다. 동북은 대표적인 농업 지대라고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노동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자 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부가가치 기준(GDP통계 기준)으로 동북지방의 전자 산업 비중은 10%를 넘고 있고 기타 제조업에서도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5년에 발생한 한신대지진의 경우 고베라는 경공업 및 항만 물류 산업 위주의 소비형 대도시에 지진 피해가 집중되고 인근의 산업 지대인 오사카 등이 오히려 지원에도 나설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동북대지진의 경우 지진과 함께 쓰나미 피해가 겹쳐 각 지역에 산재된 일본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기계 및 건물 등의 파손 및 침수와 함께 이 지역의 전력, 수송·물류 인프라에 큰 피해가 발생함으로써 수많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또한 동북지방은 관동 지방과 인접하여 분업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동북 지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관동을 포함한 일본 공장 전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 자동차 : 완성차의 생산 재개 시기 불투명
자동차산업에서는 도요타가 미야기현에 있는 공장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 차질로 일본 내 완성차 공장 전체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완성차의 생산 재개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요타는 일본 내 생산대수 320만대(2010)의 13%에 해당하는 42만대의 생산 능력을 동북지방에 가지고 있고 덴소, 아이신 등의 부품 공장도 있기 때문에 동북지방 공장의 가동 중단은 다른 지역의 자동차 생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혼다자동차 4개 공장, 닛산자동차 6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각 공장의 물리적 파손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품 공장의 전력 부족 등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요타는 17일부터 다른 지역의 부품 공장 가동을 재개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과잉생산 능력이 부담이 되어 왔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계가 수 주 동안 일본 내 전체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그 후, 전력 사정이 개선되면 잔업 등을 통한 증산으로 지진 피해로 인한 생산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기전자 : 여진 지속이 첨단 공장 재개에 부담
전자산업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가동을 멈춘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샤프의 도치기현(관동) LCD TV 조립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었으며, 소니는 리튬이온전지, IC카드 등을 생산하는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의 6개 공장 가동이 침수 등으로 중단되었다. 소니케미컬에서 생산하고 있는 ACF(Anisotropic Conductive Film)은 반도체나 프린트 기판을 LCD 등에 장착하기 위해 필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전자산업에 대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도시바의 경우 이와테현 시스템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멈추었으며, Panasonic의 AV(Audio & Visual) 관련 2개 공장, 백색 가전 관련 2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일부 부상자도 나왔으나 설비나 건물의 심각한 파손은 없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의 경우 이바라기현의 원자력 기기, 모터, 첨단기계 등 6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였으나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보면, 침수가 확인된 소니의 일부 공장을 제외하면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이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여진이 지속되고 전력 공급도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장을 쉽게 가동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전문 전자 부품업체의 경우도 TDK, 알프스전기, 무라타제작소 등 주요 기업들에서 일정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TDK는 아키타, 야마가타, 이와테, 이바라기(관동)에 소재한 13개 공장이 정전 때문에 생산을 정지했지만, 생산설비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들 공장은 코일, 세라믹 원재료, 세라믹 콘덴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보수 점검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공장의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애플 등의 고기능 단말기 생산에도 악영향을 줄 수가 있다.
알프스전기의 경우 동북지역의 11개 공장에서 슬림형 코넥터, 자동차 전장 부품, 통신부품(noise cancel microphone), 스위치, 저항기, 센서, 터치패널, 내비게이션, IT 주변기기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동사는 이들 공장의 조업 재개에 주력 중이지만 전력, 가스, 수도 등의 인프라 여건 악화, 설비 일부의 고장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라타제작소의 경우 도치기현의 1개 공장, 미야기현의 공장 2개의 가동이 중단되었으며, 미야기현 2개 공장의 복구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전자파 제거 필터(휴대폰용 등), 코일, 압전(壓電) 제품, 고주파 디바이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전자부품 공장의 경우도 피해는 경미하고 인프라 복구로 생산 재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휴대폰 등 일부 통신단말기 관련 부품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 석유 : 피해 완전 복구에 10개월 정도 소요
석유 산업의 경우 화재 발생이 크게 보도된 코스모석유 치바 공장을 비롯하여 5개 공장이 정지됨으로써 심각한 석유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전에 일본의 정유 공급능력은 20% 정도의 과잉 상태에 있었으나 5개 공장의 생산능력이 122만배럴/일(일본 생산능력의 27%) 정도에 달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동북 지방 2개, 치바 1개 정유소의 합계 생산능력은 62만 배럴/1일이며, 이들은 수개월(2003년에 있었던 정유공장 사고 때는 10개월) 동안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정유소는 단시일에 복구될 것으로 보여 기타 지역을 포함한 각 공장이 가동률을 높일 경우 공급 불안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 규모가 큰 3개 정유소의 경우도 화재가 진화되고 있으며, 여진에 따른 불확실성은 있으나 10개월 정도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화학 : 수출 물량 감축으로 유화 제품 가격 상승 압력
화학 산업에서는 일본 최대 연간 83만 톤의 미쓰비시화학 카시마(이바라기현) 에틸렌 유화 공장이 자동 정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같은 유화단지에 있는 하류 기업인 신에츠화학, 카네카, 카오, JSR 등 20개 공장의 가동도 중단되었다. 화재 등의 심각한 피해는 없으나 정규 보수 때의 공장 가동 정지와 달리 갑작스러운 정지로 파이프라인에 잔존물이 남아있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안전 점검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정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치바 소재의 스미토모화학이나 미쓰이화학의 경우는 계속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물론, 미쓰비시화학 공장의 가동 재개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른 지역 공장에서의 원료 조달도 가능하다. 다만, 최근 중국의 왕성한 수요로 일본 공장들의 가동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의 수출물량을 줄일 가능성도 있으며, 나프타 가격, 합성고무 가격 등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보전자 화학소재에서는 신에츠화학의 후쿠시마현 시라카와 공장의 가동이 계속 중단된 상황이다. 시라카와 공장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유력 공장이며, 가동이 늦어지게 되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철강 : 피해 복구 진전
철강 산업의 경우 가동이 멈추었던 신일본제철의 치바현 기미즈 공장이나 JFE스틸 등의 고로가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JFE스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생산시설에 큰 손상이 없다. 대규모 철강 산업에서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 전기로, 중소공장의 가동에 어려움이 있다.
이상과 같이 일본 각 산업의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공장에 대한 물리적 손상은 대부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신기기용 부품, LCD 회로용 필름, 반도체웨이퍼, 정유 등의 분야에서는 불안정성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여진이 멈추고 전력 및 인프라 사정이 개선될 경우 빠른 생산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사정 5월 경에 다소 호전, 완전 해결에는 2~3년 소요
이상 본 바와 같이 각 산업의 공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력 사정의 개선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의 손상으로 전력 불안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력회사는 일본정부와 함께 기타 화력 발전소의 복구, 노후 시설의 재가동 등을 통해 전력 부족 문제의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동북전력의 경우 지진 직후 최대 483만 세대에 달했던 정전 사태가 3월 14일 기준으로 84만세대로 개선되었으며, 아키타, 야마가타, 니가타의 각 지역에서는 복구가 완료됐다. 다만, 동북전력의 미야기현 원전 1~3호기가 지진 피해로 계속 멈추고 있고 정기점검 중이었던 아오모리현 1호기의 경우도 운전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진 피해가 컸던 태평양 연안 지역의 화력 발전소의 복구에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역 내 일본기업 공장의 가동 재개와 함께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북전력도 도쿄전력에 이어서 전기 공급을 계획적으로 제한하는 ‘제한 송전’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고 있는 도쿄전력은 원전을 동북지방의 후쿠시마에 두고 있으나 공급 관할 지역은 도쿄를 포함한 관동 지역이기 때문에 전력 부족의 영향이 일본경제의 중심부로 파급되고 있으며, 이바라기현의 1만 5,800세대(3월 14일 기준)에서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도쿄전력의 원래 발전 능력은 2010년 3월 기준으로 6,448만kw이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인 3,100만kw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제한 송전으로 국민들의 전력 소비 억제를 유도하는 한편 화력 발전소의 복구, 노후 화력 발전소의 재가동 등에 주력하고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향후 1~2주 동안 피해를 입은 화력 발전소의 발전 능력 절반 정도가 복구되고 4월말까지는 이를 완전 복구하는 한편 휴면 상태에 있었던 노후 화력 발전소도 재가동시켜 1,000만kw의 추가 발전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큰 피해가 발생한 후쿠시마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하고 지진 발생 이전부터 점검 중이었던 카시와자키 원전을 가동시키지 않을 경우에도 5월에는 전력 생산능력이 4,100만kw로 확대 되어 전력 수급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도쿄전력은 제한 송전을 4월 말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지역에서의 제한 송전은 경제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4월까지의 제한 송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연간GDP의 1.04%로 추정하였다. 골드만삭스는 제한 송전 해제 이후의 성장세 확대 효과도 고려하면 경제적 손실은 연간 GDP의 0.5%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4월말까지 전력 생산량이 회복되더라도 여름이 되면 냉방수요의 폭증으로 전력 수요가 6,000만kw로 확대되기 때문에 전력 부족 상황이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제한 송전이 일시적으로 해제된 후 여름에 다시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정용 냉방 수요 등을 억제하면서 전력 부족에 따른 기업 활동의 위축 요인을 억제하는 것이 계속 중요하다. 다른 지역으로부터 전력을 공급 받는 방안도 있을 수 있으나 일본의 경우 지역별로 전력 주파수에 차이가 있고 이를 대규모로 전환하는 시설을 건설하는 비용이 발전소 건설비용과 비슷하고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동북지역, 관동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심한 전력 부족 상황은 향후 수 주 내에 어느 정도 완화되고 1~2개월 정도로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나 전력 부족으로 인한 수송 차질, 조명 제한, 공장 및 사무실에서의 근로자 조기 퇴근 등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악영향은 2~3년 정도 지속될 것이다.
일본경제, 수개월 동안 위축 후 복구수요로 회복 예상
일본경제를 강타한 지진으로 생산 활동이 중단되고 교통물류, 전력 사정 악화로 소비 생활에도 지장을 받고 주식시장도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경제의 위축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지진 피해가 확실해진 지난 3월 15일에 일본은행은 ‘3월 금융경제월보’를 통해 일본경제가 경기 호전 속도의 둔화 상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에 있고 수출, 생산, 설비투자가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앞으로 일본경기가 완만한 회복 경로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일본은행의 분석은 너무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아직 지진 피해가 거시경제 데이터로 확인되지 못하고 있어서 현재 활용 가능한 자료를 기초로 한 분석 결과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일본경제는 작년에 3.9%(2차 수정치)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2008년 리만쇼크에서 회복하면서도 4분기에는 1.3%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회복 과정에서의 조정 국면에 있었다. 그리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호조, 미국의 경제회복세에 힘입은 수출 확대, 소비의 꾸준한 회복으로 인해 일본경제는 경기조정 과정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터였다.
이러한 시기에 발생한 이번 동북대지진은 일본경제의 회복세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전력 및 석유제품 생산량의 점진적 확대와 함께 물리적 피해가 적은 각 산업의 공장 가동 재개 가능성 등을 고려할 경우 일본경제가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지진 피해에 대한 복구 수요 또한 점차 확대될 것이다. 지진 피해로 파괴된 가옥, 인프라 시설의 복구를 위한 건설투자,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내구재와 각종 비내구소비재에 대한 추가적인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1995년에 발생한 한신대지진 당시에는 지진 발생과 함께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계속 높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한진대지진의 경우 전력 복구에 8일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던데 반해 이번 동북대지진의 경우 전력 불안이 장기화되고 있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쓰나미 피해가 발생했다는 차이가 있어서 이번의 경우는 회복세가 더딜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대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재정확대 정책과 금융완화에 주력하여 지진 피해 복구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이번 경우에도 일반적인 재해 복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요 확대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일본정부는 여야 대립으로 재정정책 집행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막대한 지진 피해로 인해 야당도 일본정부의 지진대책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보다 과감한 재정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일본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할 경우 일본경제는 금년 2/4분기에 지진 피해의 여파로 크게 위축되겠지만 3분기 이후 서서히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신대지진의 경우 수출과 설비투자의 확대로 성장세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야 공공수요가 뚜렷하게 확대되었지만 이번 대지진의 경우에는 공공수요의 집행이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해외경기의 호조로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전력과 석유제품의 부족 문제로 경제 회복 속도는 지난 번 한신대지진의 경우처럼 빨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 전체적으로는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데다가 이번 지진이나 원전 피해의 영향이 적은 나고야, 오사카, 큐슈 등의 경제권에서 대체 수요가 발생하면서 산업 활동이 확대되고 경제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2.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핵 재앙이 없을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
향후 관동 인근의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누출량이 얼마나 확대되고 이것이 어느 정도 관동지역, 동북지역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인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만약, 동북지역에 이어 관동 지역의 경제 및 금융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경우 아시아 제조업에 대한 타격뿐만 아니라 국제금융 중개 기능의 약화로 인해 세계경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 NICs, ASEAN, 중국 간에 형성되고 있는 제조업의 분업구조, 투자 교류, 인프라 건설 등의 상호 경제 연관구조를 고려할 때, 일본의 부품 및 소재 산업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그것이 다른 아시아 각국의 생산차질로 이어져 전체 피해 규모가 누적적으로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
대체적으로 각국 기업은 부품 등의 재고를 1개월 이상 보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본 제조업의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 센터가 되고 있는 아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고 세계경제의 성장이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