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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암 칼럼니스트 |
대학의 청춘들이 방학을 맞았다. 그러나 청춘들은 연애도, 공부도, 예전처럼 농활 같은 봉사를 위한 여력조차 없다. 돈벌이에 나섰다.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인체실험도,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직도 꺼질 줄 모르는 반값 등록금 투쟁에 우리의 아들딸들이 눈물짓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들은 힘이 있고 황금보다 더 빛나는 아름다운 청춘이다. 굳이 청춘이니까 아파야 하는 법은 없다. 누가 젊고도 젊은 대학생들을 학문의 전당이 아닌 거리로 내몰았나. 이건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왜, 대한민국의 청춘들이 대학만이 살 길인 것처럼 "대학으로! 대학으로! 대학진학만이 살 길이다" 라는 행렬에 동참하게 하는가. 바로 학력차별에 있다. 그 차별에 희생당하는 청춘들이 너무나도 안쓰럽지 않은가. 연초에 여의도 돔형 지붕 속 샹들리에 불빛 아래에서 `학벌차별금지법안` 을 발의하였건만, 이부자리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잠자고 있다.
대학이 학문탐구는 뒷전이고, 취업양성소로 전락하고도 그마저 어려운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국민소득 49위에 지나지 않지만, 등록금이 비싸기로 세계에서 2~3위를 다툰다. 이제 교육의 평등권은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접근해야 할 문제임은 뛰어넘을 수 없다.
`반값 등록금` 이란 신조어가 부끄럽고 서글프다. 생성되지 않았어야 할 이러한 신조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마 대학생`, `개나리 투쟁`, `등골탑`, `인골탑`, `캠퍼스 모라토리엄` 등의 신조어가 조만간 각종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의 부피를 두껍게 할 것이다.
무상 등록금도 아니고 `반값` 이다. 반값도 비싼 측면이 없잖아 있다. 대학교육은 공공재와 비영리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비싼 대학등록금 문제란 이슈 선점에 티격태격하던 한나라당은 함구령,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경계령 태세를 갖추기에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잿밥에 눈이 어두운 정치인들의 득표전략에 있어 유불리를 따지기에 바쁜 모습만을 연출한다.
거기다 세계 속의 경쟁에는 자신이 없는 대학들도 `집안 똑똑이` 로 국내대학간 서열화에만 박차를 가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다시 말해 스포츠 경기는 국내간의 서열이 아닌 국가간의 서열을 매기는 반면에, 대학들은 국내대학간 순위만을 선점하기 위해 캠퍼스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기에 바쁘다.
그뿐이 아니다. 대학들은 유명 패스트푸드점이나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캠퍼스 내에 끌어들이고 있다. 고등교육은 미래를 향한 사회적 투자라는 접근이 필요한데도, 대학들이 사회적 책임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
연간 사교육비 22~3조를 퍼붓고 들어간 대학은 제 역할도 못하면서 등록금 장사에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형국이다. 억대가 넘는 연봉과 사학연금에도 불구하고 고통분담을 하고자 하는 기색은 없다.
철밥통에 가까우면서 일부 교수들은 끝없는 연구도 없이 이 세상의 지식을 다 가진 양, 어디에서든 군림하려 하면서 틈만 나면 정치권 등을 기웃거리는 `그들만의 천국` 을 방불케 한다. 대한민국이 개혁이 완성되었다고 가정할 때, 어쩌면 대학이 마지막 남은 개혁대상은 아닐까.
학벌차별을 두지 않고 고졸과 대졸을 모든 면에서 동등하게 대우하자 매출이 수십 배 오른 경남 함안의 어느 중소기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산업현장은 일손이 부족한데 대졸자가 일자리를 못 찾는 것은 대학진학만을 최고 가치로 두기 때문이다. 기업이 먼저 고졸자를 대졸자 못지않게 대우를 한다면 잘못된 교육정책이나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바뀔 수 있다" 는 의미를 되새겨 보자. "어느 학교를 나왔냐" 그리고 "대학을 나왔냐" 가 아닌 대학간 서열이 없고, 고졸 학력으로도 자신의 능력과 진취성에 따라 대우를 받는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한낱 꿈은 아닐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나라가 불공정한 사회에서 공정사회(fair society)로 나아가는 지름길은 아닐까. 이러면 다시는 싱그러운 청춘들이 울지 않을 것이다.
<필자 정종암>
*평론가(시사평론,문학평론).시인.수필가
*공정사회실천국민연합
*문학인단체 대변인
*미래연합 당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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