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1948년 정부수립 이후 60년 만에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에 지난 주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전국에서 예고 없이 발생한 정전(停電)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초유의 ‘정전 대란’은 결국은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기본을 무시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 강남대 대우교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하절기 전력수습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방심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식경제부 등 전력산업의 3대 축(軸)이 함께 화(禍)를 키웠다.
우리의 전력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치의 1.7배나 된다는 점과 생산비 대비 저렴한 가격과 과소비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전력거래소가 모니터상의 수치와 실제 공급량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도 허위보고를 했단다. 하긴 이런 허위보고는 늘 있어왔다. 지난 1962년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시절엔 브리핑만을 위해 작성한 통계숫자가 탁상공론에 그친다는 이유로 직접 민정시찰을 나서기도 했다. 허위로 작성된 통계수치가 많을 경우 끝까지 엄격히 추궁했다고 당시 신문은 전했다. 그만큼 실지와는 다른 화려한 통계수치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정작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한전이 지난해 1조7875억원의 적자에도 임금은 11%나 인상하고 2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복리 후생비로 쓴 점이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부채 총액은 33조3511억원으로 공공기관 중 LH 다음으로 빚이 많은 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해도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 궁리를 하는 판인데 빚이 많아도 흥청망청하고 있는 모습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신이 내린 직장에서 제명당할까봐 임원진이든 일반사원이든 누구하나 임금을 자진 삭감내지는 동결하겠다는 목소리를 들어보질 못했으니 “정말 대단한 직장 하나 나왔습니다 그려,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이 일은 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국민의 세금만 훔치는 사람을 비유한 말로 시위소찬(尸位素餐)이 있다. 그 말의 태생이 재미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屍身)을 앉혀놓고 장례(葬禮)를 지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글자가 시(尸)로 의자에 걸터앉은 모습이다. 이후에는 고인의 친구나 어린이를 대신 앉혀 장례식을 거행하였는데 이를 시동(尸童)이라 했다. 이것마저 번거롭다 하여 간편하게 바뀌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신주(神主)와 위패(位牌)이며 그 약식이 지방(紙榜)이다. 따라서 시위(尸位)라면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주관하고 있을 뿐 아무 능력도 없어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소(素)는 생백(生帛:갓 짜낸 비단)을 뜻하기도 하며 흰색을 나타내며 흰색은 여타의 색이 없기 때문에 ‘없다’는 뜻도 가지게 된다. 소박(素朴)은 꾸밈이 없는 상태를, 소찬(素饌))이라 하면 고기나 생선이 빠진 나물반찬을 말하니 결국 소찬(素餐)은 아무런 공적도 없이 국가의 관록을 먹거나 훔치는 사람을 말한다. 전문지식이 없이 관직을 받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성행한 옛날과 오늘날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는 상황이 시위소찬(尸位素餐)과 무엇이 다르랴?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 개인당 부채 1500만원대, 총 가계부채는 734조에 육박하고 있다.
라틴 속담에 ‘복스 포풀리, 복스 데이(Vox populi, vox D디)’라고 했다. 이 말은 “민의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 곧 ‘민심은 천심’이란 뜻이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안철수 열풍의 진원지는 신이 내린 직장에서 국민의 공복(公僕)임을 망각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탈행동이 상식처럼 계속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국민의 분노이다.
정말 계속해서 시위소찬(尸位素餐)한다면 민심의 바다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쓰나미를 일으키는 날이 앞 당겨 질 것이다. 때 늦은 후회에 가슴을 치기 전에 민심을 바로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