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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내린 들판 |
가을이 깊습니다. 추수 끝난 들녘 서리 맞아 새벽을 빛냅니다. 새벽안개도 덩달아 햇살 속에 부서져 흩어집니다. 이제 겨우살이 준비만 급해졌습니다. 따뜻한 인정과 관계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월동 준비를 합니다만 풀꽃들과 나무들은 다음해 이른 봄 꽃피울 준비를 먼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가고옵니다.
단풍나무 그리고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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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타오르는 잎들의 반란, 높은 하늘과 만나는 경계선에서 태양빛과 타협합니다. 중유럽여행하면서 이런 붉은빛 단풍을 본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한국에서나 이런 단풍 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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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꽃 은행나무 또한 프라하에서도, 빈 과 부다페스트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노란색 단풍을 느티나무가 표현하고 있더군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단풍이 들면, 이내 우수수 떨어져 수북이 쌓이는 노란색 거리를 볼 차례입니다.
개량종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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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리더니 올 풀꽃들은 벌써 한해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유독 개량종 국화는 여전히 축제의 날이구요. 옛 부터 사군자중 하나로 고고한 은인자중 선비를 표현했다는 국화가 더욱 화려해 졌습니다. 희고 노란국화에서 더욱 짙어지고 다양한 색상으로 눈 내리는 순간까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래도말이죠. 여전히 들녘 지키는 산국이며 감국이며 구절초에 더 맘이 가는걸 어쩌라구요~
김장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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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내린 날 아침, 김장용 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서리맞아가며 여전히 푸른 잎 간직한 채, 듬직하게 피어있는 서리꽃이 아름다웠던 무. 이제 김장준비 해야 할 때를 알려주는 증명이었네요. 참 세월은 늙지도 않고 잊지도 않고 그렇게 다가오는군요. 어~ 춥다!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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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내리고난 후 들녘 개망초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생명력에 감동합니다. 초여름 들녘 온통 계란꽃으로 불리며 한해 농사 쉬겠다던 휴경지까지 덮어버리는 개망초. 그 생명력 때문에 19세기 어느 틈엔가 왜놈 들어오듯이 온 들판을 점령해 버리는 지긋지긋한 생명체, 나라 망할 망쪼라고 개망초라 이름 붙은 바로 이 녀석.
비어버린 논밭 허전할까봐 여전히 피어 있는 걸까요? 개망초를 다시 보게 된 날. 저녁나절에는 가을비까지 내리고 있었답니다.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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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 〉 -도종환-
저녁 호수의 물빛이 억새풀빛인걸 보니 가을도 깊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어머니, 억새풀밖에 마음 둘 데가 없습니다
험한 일 겪지 않고 마음 편하고 화목하게만 살아달라는 소망
아프지 말고 아이들 잘 키우고 남에게 엄한 소리 듣지 말고 살면 된다는 소박한 바램
그 중 어느 하나도 들어드리지 못 하였습니다
내가 드린 것은 어머니를 벌판 끝에 세워놓고 / 억새같이 떨게 만든 세월뿐이었습니다
하늘로 옮겨간 억새밭 사잇길로 어머니가 /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입니다
반짝이며, 저무는 가을 햇살을 묻힌 채 / 잠깐씩 반짝이며 / 억새풀, 억새풀 잎들이, (도종환의 전체 시中 일부입니다.)
이고들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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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는 ‘이고들빼기’가 서리 내린 산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이고들빼기’는 가을철 볼 수 있습니다. 꽃말은 ‘순박함’ 왕고들빼기와 고들빼기, 그리고 이고들빼기는 다른 종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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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에서 간 기능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모제약과 간기능개선치료제 개발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한발더 나가 특화 작물 시험장에서 ‘이고들빼기 김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표준화 및 양념 조성물에 대해 발표했답니다.
흔한 풀꽃 대부분은 아직 그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좀 더 분발해주세요.
생강나무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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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높고 낮은 산야 생강냄새 난다는 ‘생강나무’ 잎이 노랗게 단풍 들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봄날 가장먼저 노란색 꽃을 피워내는 생강나무가 겨울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말이죠, 사실은 겨울날 채비만 끝낸 것이 아니랍니다.
가장 이른 봄날, 환하게 피어오를 환희의 준비까지 모두 끝냈답니다.
꽃눈을 들여다보세요. 벌써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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