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발행 월간 <경향잡지> 1월호 기고문에서...
(1)“비판·저항 불사하는 게 예언자 직무”
(2)신자보다 계급적으로 높은 인식 갖는 사제들 계급의식 문제
(3)신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4)아직 갈 길이 멀다
“사제는 세상 일에 무관심할 수 없으며, 세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이를 고발하고 비판과 저항도 불사하는 게 예언자의 직무다.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말씀의 선포자로서 시대의 징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 강우일 베드로 주교
오늘의 사제가 펼치는 복음 선포도 이 세상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 사제는 이 세상 한복판에 사는 하느님 백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작은 이 취급을 받는 이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 번민과 공포를 함께 느끼며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제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할 수 없고, 특별히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힘없는 이들, 짓밟히는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지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상이 정의롭게 발전해 가도록 지켜보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는 이를 고발하고 비판과 저항도 불사하는 것이 예언자의 직무”다.
예수 그리스도도 한 시대와 나라에서 노동자로 살았고 세상 한복판에 사는 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예언자직을 수행하려면 사제들은 백성이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에 대한 복음적인 관심과 그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정의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를 식별하는 판단력으로 끊임없이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엄정한 시선으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대부분은 교구나 본당 공동체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을 사목활동의 중심 영역에서 제외하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사목회의 성직자 의안’의 내용을 인용해 본다. “성직자는 현실사회로부터 유리되어서도 안 되고 예속되어서도 안 된다. 사제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유로이 사회를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바로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신자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제들의 계급적 인식 비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은 모든 신자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보편사제의 일원임을 천명했다. 직무사제직을 받은 사제들도 이런 그리스도의 사제직에서 그 본질과 사명을 나눠 받은 사람들이다.
직무 사제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신자들이 받은 보편 사제직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등급의 사제직을 받은 것처럼 느끼는 계급적 인식이 아직 존재한다면 이는 신학적으로 분명히 정화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신자들의 사목활동 참여와 관련
“사제들이 신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부단히 노력해왔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본당에서 신자들은 주임신부의 의향과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소극적 참여에 머물고 있다.
한국교회는 용산 재개발 사태와 4대강 사업, 핵발전소 건설 문제 등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대형 사건을 거치면서 예전보다는 훨씬 많은 사제가 우리 사회의 비복음적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우리의 사제직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더 가까이 근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