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정책실 객원교수
러일전쟁 막바지`` 일본 해군이 대마도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자 기자들이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를 찾아가 아첨을 늘어놓았습니다.
“제독의 공훈은 영국의 넬슨이나 조선의 이순신에 못지않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를 넬슨과 비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이순신과 비교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
“왜 그런가?”
“당시 영국인들은 넬슨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조선인들은 이순신을 모함하고 비난했다. 내가 이순신과 같은 조건에서 싸웠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 방역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처법을 칭찬하고 자국 정부가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인이 신속하게 검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국 정부의 대처를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만 정부의 대처를 비난하고 대통령 탄핵까지 운위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와중에 어떤 무리가 방역 전선의 실무 지휘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발했고``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연거푸 기각한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임진왜란 중 이순신을 모함한 자들과 이순신을 잡아들여 문초했던 의금부 관리들을 보는 듯합니다.
국난 때조차 사리사욕을 채우려 모략과 모함에 몰두하면서 ‘객관적으로’ 왜구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자들의 더러운 정신`` 참 질기게도 오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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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헤이하치로 관련 일화가 '사실'이냐고 묻는 분이 있기에. 도고가 저렇게 말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훗날 어떤 일본인이 회고담처럼 기록한 내용인데``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이순신이 나온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참고로 당대 한국의 계몽 지식인들도 '서양에는 넬슨`` 동양에는 도고 헤이하치로`` 세계에는 이순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우용 /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정책실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