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인데다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에 외국여행은 못가도 우리나라 어디든 그래도 좀 괜찮다 싶은 데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고성군도 제법 여기저기 가 볼 만한 곳이 많아 구석구석 잘도 찾아든다.
더군다나 고성군에서는 지난해 ‘고성군 아홉 군데 경치 좋은 곳’을 뽑아 ‘9경’이라고 부르며 이를 전국에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렇게 경치 좋은 아홉 곳`` 사진이라도 담아 보려 장비 챙겨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거짓말을 좀 더 보태면 놀라 자빠질 뻔 했다.
* 차마 화장실 안을 보여줄 수 없다
화장실로 치자면 지금 유투브를 비롯한 여러 사회관계망에 ‘한국의 화장실은 세계 최고’라며 깨끗하고 훌륭한 시설에 세계 사람들이 감탄하고 치켜세우는데`` 고성 9경 가운데 하나인 문수암 주차장 화장실이 이럴 수가! 고성군에서 지은 화장실인지 문수암이나 약사전 쪽에서 지은 것인지 잘은 모르지만 너무했다.
지금 막 가을이 무르익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다 문수암과 약사전은 문수보살의 기운이 넘쳐나는 너무나도 영험한 곳으로 또``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고성바다는 그림 같이 아름다워 무수한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세계 최고의 화장실을 자랑하는 나라 속에서도 고성군 9경 가운데 한 곳의 화장실이 이게 웬 말인가.
우리가 요즘 ‘코로나 후기 대비’란 말들을 자주 듣는다. 이 말에 달리 뜻이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은 못 나가도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아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뜻 밖에 많아서 고성군도 조금만 괜찮다고 소문난 곳에는 틀림없이 사람들이 들끓는다. 비단 고성군만이 아니다. 전국이 모두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참 좋은 데가 많구나’하고 말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런 걸 대비하고 관광 바탕을 마련하고`` 지역 문화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한국사람 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 경험하게 하고 오래도록 가꾸고 역사를 이어가자는 것이 ‘코로나 후기 대비’다. 코로나19가 끝났으니 예전과 같이 대충 화장실 만들어두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손님 봐가며 값을 달리 매기고`` 설마 오늘 하루 침구 세탁 안 했는데 뭐 어떨까 하고`` 겉만 번들번들하게 해두고 살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체계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금씩 조금씩 코로나19가 진정된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지난날 해왔던 우리 못 된 버릇들이 살아날까 걱정이다.
이번 주말 수많은 버스와 승용차들이 거기다 차를 대고 문수암도 약사전도 찾을 텐데...문수암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면 고성군 행정에서 찾아가 부탁을 해서라도 손을 좀 보게 해야 한다. 다른 8경이 욕 듣게 생겼다. 아니면 ‘관동팔경’처럼 ‘고성8경’으로 하고 문수암은 빼든지!
* 화장실 바로 옆 물 마시는 곳
* 화장실 바깥도 가을 단장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