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시대 지방의원이 해야 할 일
봄이 한창이니 마을마다 단체마다 봄나들이도 한창이다.
그런데 어찌 알아냈는지 나들이 버스가 떠나는 곳마다 군의원 도의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버스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들이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느라 바쁘다.
오전 이른 시간`` 대여섯 시 쯤서부터 차가 떠나니 새벽부터 잠을 설쳐야 인사하러 올 터다. 이토록 마을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하는 마음이 봄 한철`` 또 가을이면 가을 한철 이토록 투철하니 마을사람들은 어지간히도 기분 좋겠다.
자치시대 지방의원이 해야 할 일들이 사실 알고 보면 간단치가 않다. 의회 일정을 죽 훑어보면 일정 따라 사안에 따라 참고자료도 찾아봐야 하고 관련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이 선출하고 주민을 대표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결산하거나 승인하고`` 또 재정에 관해 통제하고``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 폐지하는 자치입법 기능을 수행하면서 시정 질문이나 행정사무감사로 행정을 감시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참으로 소중한 구실을 하는 자리에 있다.
물론 어쩌다 마을사람들이 봄나들이 가는 장면을 보게 돼 인사하는 거야 어떻겠나만 마치 누가 일정을 알려주고 지시라도 한 것 마냥 전체 의원들이 새벽부터 나들이 떠나는 차마다 오르락내리락 거린다면 이건 진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자가 언뜻 듣기로는 고성군 행정에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동향보고”라는 형식으로 의원들에게 보고하면서 이런 나들이 일정도 같이 보고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동향보고”라는 용어 자체도 매우 듣기 거북하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마치 지난날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동향보고”가 인터넷 발달로 사회관계망이 촘촘한 오늘에도 여전히 유지 보고되고 있다니 썩 좋지 않다.
이런 동향이 있다고 보고 받으니 안 갈수도 없고 다른 의원들은 또 좋다고 인사하러 찾아다니니 나라고 안 갈수도 없고 그런가보다. 심지어 요즘은 고등학생들이 여행을 떠나는 차에까지 올라가서 의원들이 인사를 한단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유권자들도 달라져야 된다. 마을 이장한테 적극 건의해서 ”아`` 할일 많은 의원들이 왜 꼭두새벽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인사나 하러 댕기게 하냐!“ 하고 절대 못 오게 해야지 그 중한 일을 해야 할 사람들 새벽잠 설쳐가며 인사하는 거 날름날름 받고 좋아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자기 좋아서 인사하러 가는데 왜 이런 걸 하라 마라 하느냐고 하는 의원도 있더라만 문제는`` 의원 스스로가 진짜 마을 사람들을 무지무지하게 존중하기 때문에 수소문해서라도 출발하는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 인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는 뭐 천 번 만 번 해도 된다. 그렇지 않고 의회 의원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행정에서 올리는 동향보고 속에 마을사람들 여행 일정이 들어 있고`` 이 동향보고를 바탕으로 해 인사 다니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의원들도 잘 생각해보라. 이 글 앞쪽에 지방의회와 의원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적어 둔데서 알 수 있듯이 의회가 행정 위에 군림하는 것도 아니다. 의회가 해야 할 고유의 일을 하면 된다. 이렇게 동향보고까지 받아서 상갓집 다니고`` 결혼식장 다니고`` 칠순 잔치 다니고`` 여행버스 인사 다니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에 더 깊이 있고 풍부한 지식으로 군민들이 “사람 살만한 우리 고성군이다”하는 소리가 나오도록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