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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일을 잘하는 이재명정부를 기대한다
  • 고성인터넷뉴스2025-06-12 오후 02: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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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주 / 정치학자, 성공회대 교수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윤석열정부가 조기종식되고, 64일 새정부가 출발했다. 63일 치러진 대선에서 국민은 당연히 내란 정당을 거부하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선거결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내란당후보가 40% 이상을 득표하고, 부산·경남부터 강원도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득표율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화 이후 치러진 다자구도의 대선 중 가장 높은 득표율(49.42%)과 득표수(17287513)를 기록한 사실보다 내란세력을 지지한 유권자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았다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내란세력에 대한 지지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논리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데에는 수구세력의 결사적 저항으로 내란 극복과정이 어렵게 진행되어온 탓이 크다. 그 과정에 대해 여기서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내란 주범의 석방과 대법원의 졸속 판결로 인해 내란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지체되고 내란문제를 정쟁으로 전환시키려 한 시도가 일정한 효과를 보았다는 점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내란세력 청산을 향한 의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였지만, 동시에 일부 유권자 사이에서 내란범도 문제지만 이재명 후보도 문제라는 식의 양비론이 확산되는 시간과 정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무도한 공격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상황은 이제 변화할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내란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내란 옹호세력으로서 민낯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미래를 이끌어갈 정당으로서 생명력은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보수세력이 내란세력과 단절하며 새로운 탄생을 추구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식으로 대통령선거 결과를 평가하거나 그에 기초해 미래를 전망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문제는 새로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제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고, 국민이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도록 지지하고 감독하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이 직면한 도전이 적지 않은데다 정부의 능력과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는 이재명정부가 제 일을 다하게끔 만들기 위해, 그리고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가 된다. 민주개혁세력 내에서 각자 자신의 입지만 고려해 현재 상황에 대응하려 한다면 모두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이재명정부가 자칫 초심에서 벗어나 현실에 대한 극복의지가 약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저마다의 세력이 비현실적인 대안을 내세우며 가능하고 필요한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계간 창작과비평을 통해 발신되고 있는 변혁적 중도는 이 문제를 해결해가기 위한 화두이다. 서로 간에 최종적 지향이 다소 다르더라도 한국사회가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인간적 삶이 가능한 사회로 진전해가기 위해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찾고 이를 실현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을 거치며, 우리 국민은 (그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혁적 중도의 취지를 어느 때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다. 내란 극복과정에서도 그러한 방향으로 힘을 계속 모아왔다. 가령 다양한 세력 사이 연대의 확장을 지지하면서도 광장을 개별적으로 전유하려는 시도들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의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재명정부의 역할이 크고, 이제는 이재명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감독도 강화될 것이다. 일을 잘하라는 지지와 격려의 감독만이 아니라 이재명정부의 실패를 정치적 목적으로 삼는 이들의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다. 한국사회가 시대적 전환기에 있다는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다. 우리가 한걸음 더 나아가면 우리 자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제도 해결하는 힘을 가진 공동체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자부심과 함께, 혹여 한걸음만 뒤로 가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한다. 발목잡기식 행태로는 국민의 지지나 동정을 받기 매우 어렵다. 지금 이재명정부가 일하는 정부,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부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내세우는 것도 단순히 수사가 아니라 국민의 절박성이 반영된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 상황의 엄중성을 고려할 때 특히 다음 두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주요 인사에서 능력과 업무실적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는 인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에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집권 시기 정부가 제 할 일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정치적 기초이다. 다양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되, 신상필벌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 둘째, 새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다.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뒷받침했던 만큼 집권 초기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자와 관련해 말을 좀더 보태자면, 변혁적 중도의 주요한 요청인 분단체제극복이라는 시야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당장 수구세력은 내란 극복, 평화와 안전, 지속가능한 경제사회체제의 구축 등의 과제 수행을 가로막기 위해 분단체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 한편으로 이 과제들은 분단체제 극복과정과 연계될 때 더 원만하게 수행될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일을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국민을 향해, 관련 국가들을 향해, 그리고 북을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전이 모두가 이기는 길임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제 할 일을 잘하는지를 감독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는 것이 빛의 혁명을 거친 국민의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번 대선 결과가 여러 정권교체 중 또다른 사례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 나아가 세계에 차이를 만드는 출발선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데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남주 / 정치학자,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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