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행정에서는 우리말과 남의 나라 말을 섞어 쓰지 말라.
기자가 늘 주장하지만 공공기관은 국어기본법을 지키고`` 우리 말과 글을 널리 쓰고 잘 다듬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고성군에서는 어떤 정책을 새로 하나 내 놓든지`` 자그마한 집을 하나 짓든지 하면 미국말로 먼저 이름 지을 생각을 하기 일쑤여서 ‘무슨무슨 센터’가 온 사방에 넘쳐나고 있다.
도대체 영어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지금 고성시장 어물전 옆 장터에 서너 평 넓이 될까 말까한 쉼터 같은 걸 하나 만들어 놓았는데`` 아마 열흘 안쪽이면 ‘이게 무엇 무엇하는 곳’이다 하고 고성군 행정에서 알리고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 건조물 전체 이름이 안 나왔는데`` 지금 설치물 바깥 창에 씌어 있는 글귀들을 보니 또 영어로 이름 지을 걸로 보이는데`` 지으려면 영어 선생님들한테 좀 물어서라도 제대로 짓든지 해야지 문도 열기 전에 벌써 저렇게 엉터리로 해 놓았다.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와서 저런 식으로 마구 써 붙이는지 참 배짱도 좋다.
창문에다 “Go! 고성시장” 이라고 써 붙여 놨다.
그대로 번역하면 “꺼져버려`` 고성시장!” 정도 되겠다.
이렇게 벽이나 유리창에 크게 써 붙일 때에는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분명한데`` 이거 누구에게 무얼 전달하겠다는 건가. 영어를 잘 아는 한국사람 보라고 써 놓은 건가`` 한글을 잘 아는 외국인이 보라고 써 놓은 건가. 웃기지 않나. 아니`` 부끄럽지도 않나.
이 문장을 생각해낸 사람은 “Go! 고성시장”이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으면 ‘고성시장으로 가자’는 뜻도 있고`` ‘고성시장 힘내라’는 뜻도 있다고 할 터이다. 그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해서도 안되지만`` 미안하지만 그런 뜻이 없다. 영어를 아는 외국사람은 ‘꺼져라! 저리 가버려!’정도로 여겨지는 ‘Go!’만 보고서는 매우 기분 더러운 인상을 갖게 마련일테다. 영문법을 존중해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Go! 고성시장”은`` ‘고성시장 꺼져버려!’ ‘꺼져라`` 고성시장!’ 정도가 되겠다. 다만`` 모두 영어를 써서 ‘Go! Goseong Market’이라고 했더라면 뭐 ‘나가자`` 고성시장’ 정도`` 억지로 봐 줄수도 있겠다.
왜 자꾸 영어를 못 써서 이 야단들인가. 그렇다면 오롯이 영어로 “Let’s Go`` to Goseong Market!”이라고 했더라면 온전히 외국인을 위한 배려로 적당한 영문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영문으로 표기해야 할 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는 오나?
나 같으면`` ‘고성시장은 언제나 여러분을 반깁니다’ 이렇게 써 놓고 들어와 쉬어 가기를 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