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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 고 전혁림 화백 영결식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도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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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거목 고 전혁림 화백의 영결식이 29일 오전 11시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엄수됐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며 고향인 통영 바다를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냈던 전혁림 화백의 영결식은 전국에서 모인 문화예술인들과 유족 그리고 시민들이 모여 선생을 위한 진혼굿과 추도사, 조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인 정해룡 한국예총 통영지부장은 조사에서 "오늘 우리는 통영이 낳은 한 위대한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인, 전혁림 선생을 우리 곁에서 영원히 떠나보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오늘 전혁림 선생의 서거에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도 그 찬란한 빛을 잃었고 통영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도 울음을 삼키고 있으며, 선생이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시던 통영바다와 그 파도도 옷깃을 여미고 이곳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달려와 삼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고 말하며 평안한 영면을 빌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보내와 “전혁림 화백께서는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통해 예술혼을 불태워 왔으며 선생은 한국 화단의 전설이며 신화였다”고 회고했다.

 

`통영 예술인 장(葬)`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는 통영 예총의 주최로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시민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군현 국회의원은 “바다의 화가로 지역사회 스승이자 어른으로 한 세기 고향 통영을 지켜왔으니 이제 하늘나라로 가시면 통영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윤이상, 박경리 선생 등 벗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남은 우리는 선생님의 예술혼을 받들어 문화예술 과업을 차근차근히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강수성 통영문인협회장은 선생께 바치는 조시를 통해 “통영의 큰 별을 우러르며 이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숙연한 마음으로 화백님을 보내오니 부디 명복을 누리옵소서”라며 슬픔을 전했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한국화단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고 전혁림 화백은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색의 고유성 존중과 조화있는 사용으로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대변하셨던 인물이다.

 

▲ 슬픔 속에 잠긴 유족들.....

1916년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수산학교에서 타고난 그림 재질을 나타내면서 졸업한 뒤에 독학으로 수채화와 유화 그리기를 지속했다.

 

1945년 유치진,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윤이상 선생들과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해 통영지역의 문화예술 창달을 도모했다.

 

1951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서양화부에 `정물`이 입선됐으며, 부산의 다방 `밀다원`에서 제1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통영의 `호심다방`에서 이중섭, 유강렬, 장윤성과 4인 작품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노년까지 다양한 활동과 전시회를 개최했던 전혁림 화백은 지난 4월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아들 전영근 화백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이라는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개최했다.

 

한편 이 날 문화마당에서 영결식을 끝낸 운구 행렬은 전혁림 미술관을 거쳐 용화사 광장에서 노제를 지낸 후 선생의 옛 작업실이 있던 산양읍 풍화리 양화마을 양지바른 곳에 도착했으며 전 화백은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생전 1,500여점의 작품을 남기며 추상미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화가 전혁림.

 

 

-색채의 마술사를 추모하며-

 

구십, 아직은 젊다’면서

망백(望百)에도 활화산 같은 창작혼을 불태우시던

통영문화협회의 마지막 산 증인이

이제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

한려수도의 물결을 잔잔히 잠재우고 있군요.

 

한 세대쯤 아래인 사람에게도

말씀을 놓지 않으신 겸허한 인품으로

결코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올곧게

통영을 상징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정신을 구현하고자

순간순간이 아까워 하루 15시간 이상을

작품 제작에만 몰두하신

 

아니, 꿈에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하셨기에

<통영을 이야기할 때 그 어떤 예술보다도

한 장의 전혁림이면 충분할 것 같이만 생각된다>고

칭송받던 화백님이시기에 옷깃을 여미는

우리의 손길이 떨리고 가슴이 저며옵니다.

 

충무교를 지나 봉숫골을 찾을 때마다

뵈옵고 인사드리지는 않아도

화백님이 거기 계시다는 생각에,

피안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우리 시대를 앞지르는 예술가이시기에,

백수(白壽)를 훌쩍 넘기시라고 두 손 모아 빌었는데

생과 사의 이별 앞에 서고 말았군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한국화단의 거목이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전시를

얼마 전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기시고

저 먼 하늘나라에서

또 다른 색채의 마술을 펼쳐 보이려고

통영의 쪽빛 바다를 훌훌 떠나셨나요.

 

한때 문학가의 꿈을 안고 동서양의 고전을

두루 섭렵하셨다는 말씀이 귀에 쟁쟁한데…

그 자양분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승화하여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색의 고유성 존중과 조화있는 사용으로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대변하셨던

전혁림 화백님.

 

통영의 큰 별을 우러르며

이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숙연한 마음으로

화백님을 보내오니

부디 명복을 누리옵소서.

 

- 2010년 5월 29일 통영문인협회 강수성 삼가 올립니다

 

아들 전영근 화백의 분향
 

▲ 고 전혁림 화백을 위한 진혼굿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남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인 정영만 선생과 그 제자들이 열었다.

 

 

장례위원장인 정해룡 한국예총 통영지부장은 "오늘 전혁림 선생의 서거에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도 그 찬란한 빛을 잃었고 통영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도 울음을 삼키고 있으며, 선생이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시던 통영바다와 그 파도도 옷깃을 여미고 이곳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달려와 삼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고 말했다.

 

추도사를 대독한 김이환 수원 이영미술관장은 "전혁림 선생은 통영의 하늘, 바다와 함께 영원하리라 믿었는데 이렇게 빨리 붓을 놓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통해 예술혼을 불태웠다. 선생은 한국 화단의 전설이며 신화였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통영지역 이군현 국회의원은 추도사에서 "몸은 비록 떠났지만 선생이 남겨준 고귀한 업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며 "우리가 이를 계승해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 조시를 지어 선생님 영전에 바치고 있는 강수성 통영문인협회장

 

 

▲ 용화사 광장의 노제

 

 

▲ 장지가 마련된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양화마을 모습

 

 

▲ 여기가 안식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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