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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지구온난화를 놓고 자연과 협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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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대규모 기후회의가 지난해 12월 11일 멕시코 깐꾼에서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였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세계 최대의 구호단체 옥스팸(Oxfam)의 팀 고어는 "유엔의 기후 논의는 이제 산소호흡기를 떼었다"고 말했고, 《가디언》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열차탈선 사고만큼 독기에 찬 분위기는 아니었다"라고 썼다.

 

최종 합의안을 중재했던 멕시코 외무장관 빠뜨리샤 에스삐노사는 합의안이 "오랜 과정 속의 현 시점에서 우리가 얻어낼 수 있었던 최선"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는 몇몇 중요한 쟁점들에 관해 실제로 진전을 이뤄냈다.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을 돕기 위한 재정지원의 윤곽이 잡혔고, 중국과 인도에서의 온실기체 배출을 어떻게 모니터할 것인가에 관해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러나 합의안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결정적인 질문들을 무시했다. 얼마나 많은 탄소를, 얼마나 빨리 감축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깐꾼 기후변화 회의와 오바마식 타협논리

 

이 주제에 관해서는 깐꾼에 모인 9천여 명의 각국 대표, 기자,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웅변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있지도 않았다. 심지어 기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버락 오바마는 워싱턴에서 자신이 공화당과 감세연장 합의를 이룬 데 대한 진보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고 말하면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싸움을 돌이켜보면서, 그의 언론담당 보좌관이 `프로 좌파`라고 불렀던(그리고 램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저능아`라고 불렀던) 이들이 `공공보험`(public option)을 포기한 것을 두고 그를 조롱한 일을 언급했다.

 

오바마는 그들이 단지 틀린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나쁘다고 말했다. 그들은 비열하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면서 우리의 의도가 얼마나 순수하고 우리가 얼마나 강인한가에 대해 거룩한 티를 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프랭클린 로즈벨트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로즈벨트가 사회보장제도를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과부와 고아들만 혜택을 받았다.

 

노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도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었다. 신성한 척하는 순결주의자들은 이것이 "어떤 추상적 이상을 배신"한 것으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이후 이러한 제도들은 점점 성장하지 않았는가.

 

이는 강력하면서도 흥미로운 연설이었고, 특히 추상적 이상을 바탕으로 집권에 성공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나는 앞면에 오바마의 얼굴과 추상적인 이상들만 찍혀 있는 티셔츠를 갖고 있다.) 나는 건강보험정책이나 조세정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가 괜찮은 타협안을 만들어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장장 아홉 시간에 걸친 버니 쌘더스 상원의원의 필리버스터(소수파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길게 연설을 늘어놓는 것)를 경청하고 나서 의구심이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기후문제에 절충이란 없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의 합리적 타협이 통하지 않는 영역을 하나 알고 있다. 관념적 이상에 따라 방향을 정하는 것 말고는 절대적으로 아무런 선택지도 없는 그 영역은 바로 기후문제다. 기후변화라는 난제를 논의하는 조건은 상충하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다.

 

감세가 일자리를 창출하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놓고 양쪽 지지자들이 끝도 없이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구온난화의 경우에는 화학이 지배한다. 이는 곧 요지부동의 구분선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주기율표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그것이 얼마나 깔끔한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하나의 원소와 이웃 원소 사이에 회색지대는 없다. 갈륨(Ga)이거나 아연(Zn)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 사이에 `갈연`이나 `아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원소들은 일종의 관념적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는 이러한 원소들이 결합해 이루는 분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령 지구상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분자인 이산화탄소(CO2)를 보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표준적인 압력과 온도에서 이산화탄소의 밀도는 1.98kg/m3 정도로 대략 공기의 1.5배이다. 이산화탄소 분자(O=C=O)는 2개의 이중결합을 갖고 있고 1자형으로 생겼다." 아하, 그처럼 독특한 분자구조로 인해 우주공간으로 다시 복사되어야 할 열을 지구 주위에서 붙들게 되고, 그래서 우리가 온실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2008년 1월 미국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기후 학자들은 대기 중에 탄소가 얼마나 있으면 너무 많은 것인가 하는 수치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연구팀은 주장하길,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을 넘으면 우리는 "문명이 발달하고 지구상의 생명체가 적응해온 바로 그 지구와 흡사한" 행성을 갖지 못하게 될 거라고 했다.

 

우린 이미 그 지점을 지났다. 현재 농도는 390ppm이다. 2010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서 지구의 자연적 평균보다 섭씨 1도 가까이 높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연방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말한다. 2010년 여름에 북극의 빙하가 다시 녹아내리고 러시아가 산불에 휩싸이고 파키스탄이 물난리를 겪은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과학을 무시하는 타협적 대책

 

그래서 대책이라는 게 나왔다. 오바마가 깐꾼에 보낸 미국 대표단은 코펜하겐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으로 제한하는 합의안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그들이 제안하고 있는 감축안이 실제로 만들어낼 세상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550ppm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그들은 왜 과학을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정치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협상 수석대표 토드 스턴이 작년에 코펜하겐에서 했던 말을 옮기자면, "우리는 미국 내 입법의 중요성을 가슴 속 깊숙이 새기고 있다. 이는 나뿐 아니라 이 문제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핵심적인 원칙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너무 강하게 압박하면 상원에서 이를 거부할 것이고 석유회사들이 정말로 열을 받을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는 쉬운 길을 택할 것이고, 마치 공화당과 타협했던 것처럼 자연과, 또 세계의 다른 지역과 타협할 것이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논리다.

 

사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지금에 와서는 이것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깐꾼에서 만들어진 미적지근한 합의안조차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이달 초 네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오바마에게 편지를 보내 기후변화 대응에 대외 원조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만약 내가 오바마라면 나 역시 모종의 타협을 하고 싶을 것이고, 어떤 타협안이건 간에 그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350ppm을 지키자

 

문제는 다시 한 번 화학과 물리학에 있다. 화학과 물리학은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며, 옥신각신 흥정하는 데도 재주가 없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지구의 더워진 상태를 더 오래 방치할 경우 350ppm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얼어붙은 양 극점을 포함한 지구의 기본 틀을 영영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의미이다. 해양은 이미 점점 산성화되고 있고, 대기는 이미 점점 습해지고 있다. 이로써 건조지대는 수증기의 증발로 인해 사막으로 탈바꿈할 것이고,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빈발할 것이다.

 

정치적 현실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미 연방대법원이 씨티즌스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 판결을 통해 기업체의 정치광고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더욱 많은 돈이 정계로 퍼부어지게 될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물리학과 화학을 바꾸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물리학과 화학은 협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좀 더 열심히 진정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350.org에서 발족시킨 운동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 운동은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다. 인간사란 으레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지만, 이번 한번만큼은 관념적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번역: 김명진

 

* 이 글은 미국의 진보적 블로그 탐 디스패치(www.tomdispatch.com)의 2010년 12월 16일자 기고문으로, 원제는 `Everything Is Negotiable, Except with Nature: You Can’t Bargain About Global Warming with Chemistry and Physics`이다. 원문은 http://www.tomdispatch.com/blog/17533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빌 매키븐 Bill McKibben 환경문제 전문 저술가, 국제 기후문제 캠페인 350.org의 설립자. 저서로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지구온난화를 다룬 최초의 책인 『자연의 종말』(The End of Nature) 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냈으며, 최근 『지구: 거친 새 행성에서 살아가기』(Eaarth: Making a Life on a Tough New Planet)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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