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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쌀만은 지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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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농사 때문에 날씨를 걱정하는 일은 점점 드물어지고 옷차림이나 세차, 주말 나들이와 관련해 일기예보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 여름 무더위가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예보를 들어도 그것이 농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따지기보다는 에어컨이나 빙과류, 청량음료의 판매량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를 계산하는 쪽으로 우리의 관심은 쏠린다.


풍년이 들어도 그만, 흉년이 들어도 그만


농사는 풍년이 들어도 그만, 흉년이 들어도 그만이다. 작년, 재작년에 비축해놓은 쌀이 창고에 그득히 쌓여 있어도 해마다 일정량을 미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하도록 돼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동차와 휴대폰 등을 더 많이 수출해 벌어들이는 돈으로 남아도는 쌀도 사들이고 농민에게 휴경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득이라는 계산서를 뽑아들고 정부는 韓美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이고 있다.


막바지 협상단계에서 몇몇 정치인들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농민과 노동자, 영화인들이 항의시위를 해도 이미 대세는 협상 타결로 기우는 듯하다.


지금까지 이런 일에 앞장서던 대학생들도 잠잠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학생 가운데 농민의 아들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농민은 대가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강의시간에 물어봐도 집에서 농사짓는다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정부 관리들과 유력한 대권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쌀 문제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떠들지만, 이것은 눈감고 아옹 하는 짓에 불과하다.


쌀을 비롯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농업은 포기하고 농업고사정책을 펴고 있는 마당에 쌀主權만은 지키겠다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농심 辛라면배 바둑대회가 갈기갈기 찢긴 농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거려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듯이, 관리들이나 정치인들의 ‘쌀 主權 수호’라는 구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쌀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3백 50만의 농민표를 염두에 둔 생색내기 말잔치일 뿐이다.


정부에서는 국내의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진작부터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휴경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추곡수매가를 생산비 이하로 낮추고 휴경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농업고사정책이다. 벼농사 짓는 것보다 휴경지로 남겨놓고 보상금 받는 것이 더 수익성이 높은데 누가 힘들여 농사를 짓겠는가.


해법을 제시하고, 입장을 역사에 기록해야


그래서 산골짜기 다랑논이나 천수답은 이미 묵정밭이 된지 오래지만, 봄이 오면 들판에선 농민들이 또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한다.


힘든데 왜 농사를 짓느냐고 물으면, 수익성을 떠나 땅을 묵힐 수 없어서, 또는 가족들 양식을 장만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에 그나마 6, 70대 노인이 태반인 농민들이 죽고 나면 우리나라의 농업은 저절로 구조조정이 되어 사라질 판이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쌀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혹시 비교우위론적 발상으로 싼 값으로 농민을 수입해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인가.


책임 있는 언론과 양심적인 시민단체들은 지금이라도 대통령 후보들에게 어떻게 쌀을 지킬 것인지를 묻고 그 답을 받아내어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韓美 FTA의 국회 비준과정에서 어떤 국회의원이 찬성하고 반대했는가를 분명히 밝혀 역사에 기록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 정지창

· 영남대학교 독문과 교수

· 전 민예총대구지회장

· 저서: <서사극 마당극 민족극> 등



 

<영광 함평 인터넷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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