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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민후보에 발목 잡힌 정당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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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대 대우교수.

(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대진표가 복잡하고도 하루가 다르게 전개 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박영선의원이 후보로 선출되었으나 박원순 변호사와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을 거쳐야 본선 출전선수로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단 나경원 후보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이석연 변호사와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 남아있게 되는 셈이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자당의 후보가 아닌 시민단체 후보들과 준결승전을 갖는 사상 유례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당 바깥에서 데려온 데릴사위가 결승전에 출전한다면 여·야는 자당의 후보도 못내는 불임(不姙)정당의 꼬리표를 갖게 됨은 물론이고 그 파장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기존 정당정치 및 구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낳은 현상이지만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정당에 대한 불신이 오랫동안 지속된 나라도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초반에 미국은 반정당주의적 경향으로 인해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가 제한되기도 했고, 1993년 독일에서는 ‘정당대신에’(Instead of Party)라는 반정당운동을 주도한 단체가 함부르크 지방의회의 의석을 차지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선진민주국가에서도 정당의 역할이 쇠퇴하는 징후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당원등록이 감소하는가 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각으로 파당적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매스컴은 주기적으로 정당에 대해 스캔들과 부패로 얼룩진 이미지를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 대 탈산업사회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한 유권자들의 가치정향은 크게 변화되었다. 이러한 가치정향의 변화는 환경보호, 소비자 보호 등 탈산업사회의 특징적인 쟁점의 부상과 다양한 유형의 시민단체를 출현하게 만들었다.

 

이는 교육수준의 향상에 따라 시민들의 인식능력이 신장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인지적 동원(cognitive mobilization)현상으로 대중매체의 확산과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역할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당이 소멸되었다고 부음을 전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오늘날 대중은 정당의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탈정치, 탈이념, 탈종교의 수준까지 와 있는데 정당은 아직도 그 수준에 못 미치는 ‘봉숭아 학당’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방식에서 이제는 소비자 위주의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정당정치의 종언을 고할지도 모른다.

 

행여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역사(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다양한 사회영역의 산물)가 짧다고 시민단체의 후보를 폄하(貶下)하지는 말자. 경직된 관료제, 비효율적인 대의제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운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생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시민후보에 발목 잡힌 정당정치가 되었지만 긴 호흡으로 본다면 민주주의의 가치구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정치적 무관심이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견인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우리사회가 더 나은 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데 분수령이 되는 도화선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다.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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