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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분노의 도가니가 가지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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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욱열 강남대 대우교수

(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미국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항의하는 ‘고학력·저임금 세대’ 30여명이 지난달 17일 처음 시위를 조직하여 스스로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시위대라 부르며 활동을 시작한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보스턴, 덴버, LA, 시카고 등지에서 동반시위가 벌어졌으며 현재 미(美)전역에서 수천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의 시위대로 불어나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부(富)의 불평등이 커진 현실에 대한 분노의 항의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시위참가자가 늘어나면서 월가 금융기관의 탐욕을 규탄하는 데 집중되었던 이들의 구호가 점차 ‘정부와 월가가 동참해 만든 사생아가 지금의 경제 불평등 구조라면서 우리의 적은 정부’ 라고 외치며 정부로 분노의 화살을 옮겨 가고 있다고 한다.

 

1863년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를 방문,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라는 링컨의 명연설은 2011년 현재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1% 월가의 국민만을 위한 정부’로 생각함에 따라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되었다. 더구나 공화당과 민주당은 자신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며 따라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처지와 닮은꼴이다.

 

자유주의자인 린드블럼(Charles E. Lindblom)조차도 ‘시장의 자유는 자본가들의 자유일 뿐이며, 시장은 자본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제약하는 감옥일 뿐’이라는 주장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타락했고 잘못됐습니다. 부(富)가 정신(精神: mind)을 지배하고 있다’ 는 시위대의 외침이 21세기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선진금융기법의 심장부에서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Irony) 하다.

 

이런 부(富)의 타락에 대한 분노의 도가니가 가지는 함정은 무엇일까? 기존의 제도가 현실과 유리될 때 밑으로부터의 변화 욕구가 이런 운동으로 분출돼 왔다. 이런 분노가 기존 제도를 뒤엎으면 그게 바로 혁명이고 기존제도가 이를 흡수하면 세상은 한 단계 진보하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계의 역사는 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태어나기 수세기 전부터 좌파에서 우파로 그리고 다시 우파에서 좌파로 움직이는 정치적 순환으로 점철되어 왔다. 이런 좌·우파 사이의 권력순환은 탄압받는 하층민들에 의한 폭력혁명으로 이어져 오기도 했으며 포플리스트들이 주장하는 슬로건은 노동자 계층의 지지와 좌파성향의 지식인들이 동참함으로서 정권을 획득하고 이후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해온 것이 그 특징이다.

 

한국의 권위주의도 예외 없이 국가가 시장을 만들고 전시민사회를 시장질서에 순응시키려는 시장권위주의(market authoritarianism)였다. 시장권위주의는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나 정치적으로는 역사상 유례없는 억압적인 정치체제를 낳았다.

 

그 결과 오늘날 기존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분노의 불길이 반(反)정당, 반(反)정부를 향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으니 이는 역사의 필연(必然)이라고 하겠다. 기존제도의 틀을 깨뜨릴지, 기존제도가 이를 흡수할 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도의 발전을 위한 이번 실험이 성공을 할 것인지 실패를 할 것인지는 오직 우리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 모두에게 문명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한 혜안과 통찰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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