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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제정구 선생 13주기 추모 행사 성료
기사입력 : 2012-02-12

고 제정구 선생 13주기 추모 행사가 고인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 대가면 척곡마을 뒷산 고인의 묘소에서 진행됐다.

 

 

 

추모행사는 오늘(11일) 오후, 제정구를 생각하는 모임 대표 손학규 민주통합당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과 유인태 제정구 기념사업회 이사장, 이호원 제정구고성기념사업회 회장 등 많은 추모객들이 함께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오늘 추모식에는 故제정구 선생의 미망인 신명자 여사를 비롯한 고인의 유가족과 고인이 살아생전 함께했던 공동체 복음자리와 주거연합 국민연대 소속 회원들 외 고인을 흠모해 한국까지 날아와 묘소에 참배하며 흐느껴 눈물 흘리던 일본 친구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씨 등 100여명이 함께 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 신명자 여사와 원혜영 의원

 

제정구기념사업회 박재천 상임이사와 제정구고성기념사업회 이진만 사무국장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날 추모행사는 묘소참배제례와 추모식으로 나눠 진행됐다.

 

손학규 전 대표는 추모인사를 통해 ‘고 제정구 선생은 누룩과 같은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며, ‘고인의 정신을 흠숭하며

 

 

‘고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뜻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누룩 같은 분이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고 말하며, ‘특히 요즘같이 사회적 격차가 심해지고, 가진 사람과 강한 사람들의 탐욕이 날로 더 커지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면서 횡포를 부려 어려운 사람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좌절하고 희망을 잃는 이때 제정구 정신이야말로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 잘살자는 정신’이라 거듭 말하고 ‘선생의 그 정신이 새삼스럽게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손 전 대표는 ‘총선과 대선을 잘 치러서 세상을 바꾸고 제정구 선생이 평소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루려고 했던 있는 자와 없는 자 차별 없이 같은 인격체로 함께 잘사는 한 해가 되고, 세상을 바꾸는 전기가 되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고성읍내 식당에서 고성기념사업회에서 마련한 오찬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상호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추모시>

 

고고한 학 한 마리 날더니

고향집 언덕에

나래 접었다.

 

당신의 날개짓 아래 살던 우린

무엇으로 따뜻함

그리고

사랑을 느낄까

 

님 떠나고 나면

그 빈 자리

무엇으로 채울까

 

 

청빈(淸貧)한 사람 널부러졌다

적빈(赤貧)의 벌거숭이로 사는 이

오직 여기 당신 뿐이니

만 인간의 본이 되셨네

 

바람이

무덤가 풀잎을 흐트러 좋으니

생전에 몸짓인가

아직도 계시는 것 같아

봇물처럼 터지는 통한이어라

 

당신은 긴 잠을 자고

우린 서로가 잠시 이별이니

저승과 이승 한 걸음이네

 

안으로 울음 삼키며

내 돌아가

큰 나무 숲을 이루어

그늘 밑에 함께 어우러져

천 만년 살고지고

그런 날 기둘리며

 

밤마다 문을 열어 놓을까

학 한 마리

꿈에도 오는 날을

 

 

<추모사>

 

우리 모두의 벗, 제정구 선생님

 

이진만

 

제정구 선생님!

여기에 와 계십니까?

그리고 여기에 모이신 분들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오늘 이 곳 당신의 고향 고성 땅에, 당신이 누워계신 작은 보금자리 대가면 척정리 이 자리에, 귀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모두, 당신과 많은 시간을 보낸 분들이십니다. 당신과 인연을 만드신 분들이십니다. 당신을 알고, 당신을 기리는 분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당신의 가슴이 그리워서 여기 모였습니다.

 

당신은 산업화의 서자(庶子)인 빈민들의 벗이요 형제로 한 평생을 살아오셨습니다. 조국이 그들을 버릴 때 당신은 그들을 껴안아주셨습니다. 그들이 힘들어 할 때 당신은 그들 옆에 있어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큰 사상이신 ‘가짐 없는 큰 자유’는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소외 계층에게는 생활 철학이었습니다.

 

 

제정구 선생님!

 

당신은 민주화운동으로 수없이 수배와 구속, 그리고 투옥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한 번도 당신의 뜻을 굽힌 적이 없었습니다. ‘호랑이’, ‘제 고집’, 그리고 ‘판자촌 중독자’로 불리면서도, 당신은 오로지 올곧은 일만을 고집하셨습니다. 그러기에 빈민운동가로서, 정치가로서, 그리고 사상가로서 당신이 남긴 족적(足跡)은 남들이 감히 따르기 힘들 정도로 큽니다.

 

그러나 오늘 여기에 우리가 모인 것은 당신을 칭송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국회의원 벼슬을 지냈다고, 아니면 권위 있는 상을 탄 대단한 분이라고 당신을 추켜세우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할 때 떠올리는 ‘막사이사이상’은 당신이 가시는 길에 놓인 꽃 한 송이일 뿐 큰 의미는 아닙니다. 당신과 삶과 생각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리고 당신의 뜻을 좇으려고 모인 우리가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당신의 그 해맑은 웃음입니다.

 

 

못 다한 꿈을 접으며 떠나가시던 당신의 마지막 모습과 말씀이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에는 문신(文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은은한 미소를 보러 왔습니다. 삶의 열정이 담겼던 당신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자 모였습니다.

 

선생님이 떠나가신지 어언 1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당신의 희생으로 군사 정권이 물러나고 알량하나마 우리에게 민주화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미완(未完)의 시대입니다. 아니, 어쩌면 도리어 작금(昨今)에 보이는 사회의 모습은 도리어 과거로 회귀하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듭니다. 사욕(私慾)에 눈먼 모리배가 민족의 지도자인 냥 나서고, 그동안 민주화의 물결에 숨죽이고 있던 가진 자들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며 날뜁니다.

 

혼탁한 정치권의 내둘림에 민중들은 힘들어 합니다. 당신이 떠나신지 13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완전한 자유와 평등의 나라를 만들지 못하고 오욕(汚辱)의 역사를 되풀이되고 있으니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유와 평등을 외치다가 투옥을 당하시고, 자신의 생명을 바쳐 이 나라의 민주화를 부르짖던 분. 당신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며 불충한 후예들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아직은 끝이 아닙니다. 여기 가난하지만 인간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을 쏙 빼닮은 작은 제정구들이 모였습니다. 당신이 못다 이룬 꿈, 남은 우리들이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승에 남아 있는 당신의 동무들과 못 다한 얘기나 나누며 마음 편히 술이나 한 잔 하십시오.

 

2012년 2월 11일 작은 제정구 일동

 

▲ 추모사 하는 이호원 제정구고성기념사업회 회장

 

 

▲ 추모사 하는 유인태 제정구기념사업회 이사장

 

▲ 선구자를 연주해 눈물짓게 했던 노무라 씨

 

 

▲ 예수작은 마을 김석좌 신부

 

▲ 민주통합당 백두현 경남도당위원장과 원혜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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