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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칼럼]
중도통합신당 건설에 나서자
기사입력 :
지난 26일 재, 보궐 선거결과가 나왔다. 모두 무서운 민심의 변화를 읽고 대처하기에 바쁘다. 참으로 민심은 바다와 같다. 노 정권에 대한 변함없는 반감, 한나라당에 대한 준엄한 경고 그리고 새로운 대안세력의 갈망을 민심은 그대로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의 재, 보선 불패신화 그리고 대선에서의 대세론이라는 것은 한낮  허상이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노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쓰나미를 일으켜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것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노가 사라진 선거 현장에서 민심은 평형(平衡)을 찾고 한나라당의 실체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작은 지역주의, 인물론에 맥을 추지 못하고 참패해버린 한나라당이다.


그렇다. 국민은 정치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구세주 같은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그를 찾아 나선다.   이는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현실 정치에 무슨 구세주가 있을 것인가. 국민의 절망만 키울 뿐이다.


나는 중도개혁주의 깃발 아래 새로운 통합신당을 건설할 때 비로소 정치의 희망이 만들어진다고 확신한다. 반독재민주화투쟁, 지역패권으로부터 진화한 중도개혁주의와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신당의 출현! 이제는 이를 위해 모든 중도개혁주의세력들이 대동단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은 이를 명령하고 있다고 믿는다. 


왜 이 시점에서 신당 건설이 필요한가?


현재 우리 정치무대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뿌리가 뽑힌 나무처럼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이다. 대통령도 떠났고 적지 않은 동지들도 흩어졌다. 해체수순만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좋은 정당이라 하더라도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파멸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일당독재나 독주는 곧 민주주의의 독배(毒杯)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둘러 한나라당과 경쟁할 새로운 당의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 신당의 깃발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보수주의(conservativism)를 지향하는 정당이다. 물론 아직도 권위주의, 기득권, 냉전의식 등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진화해나가리라 기대된다.


따라서 한나라당에 맞서는 신당의 깃발은 중도개혁주의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도주의(中道主義, centrism)는 좌우 이념의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좌우 이념을 뛰어넘어 21세기 새로운 지식문명을 건설하고자 하는 이념이다. 미국 민주당의 이념적 기반인 자유주의(liberalism), 영국 노동당이 추구하는 ‘제3의 길’ 그리고 독일 사민당이 제시하는 ‘신중도’가 넓은 의미에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격렬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자유로운 시장경제나 성숙한 시민사회를 건설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기에 지식기반사회를 구축하고 세계화의 도전을 극복해야하는  엄중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므로 개혁노선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다. 중도개혁주의노선! 이것이 곧 신당의 깃발이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지역패권에 안주하는 정당이다. 지역패권은 필연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 따라서 신당은 오직 비전과 정책, 인물과 역량으로 국민을 통합시켜나가야 한다. 국민통합의 에너지 없이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중도통합의 신당은 어떤 전략으로 건설할 것인가?


첫째, 노선중심의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의 보수노선, 민노당의 좌파노선, 그 밖의 지역정당 노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중도개혁주의 깃발 아래 모여야 한다. 이 깃발 아래 모여 객관적인 정당의 틀과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신당은 민주정당이며 국민정당이다.


따라서 신당의 노선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헌법상 권리가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 신당에 참여하는 특정인의 노선을 비판하고 검증하는 일은 가능하나, 특정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논리적으로 당이 만들어지고 그 당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후보가 만들어지는 것이니 위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그 주장의 진의가 힘이 있는 잠재적 주자를 전제로 그를 추대할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면 그 주장의 당부(當否)를 따지기 전에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동안 국민지지 1위를 달리던 고건 전 총리도 자기중심의 당을 건설하고자 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닌 것이다. 하물며 지금 어디에 과거 3김 같은 인물이 있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제는 객관적 노선을 중심으로 국민을 위해 정책으로 봉사하는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중심을 바로 세우는 전략이 중요하다.


신당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도 아니다. 신당은 구체적인 우리 정치 현실에서 만들어진다. 오늘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면면히 흐르는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신당은 지지기반과 정통성을 이어받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도개혁주의노선이라는 신당의 깃발을 바로 이 지지기반과 정통성 위에 꽂아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비바람에도 버틸 수 있다.


그 지지기반과 정통성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은 비록 위축된 모습이지만 민주당이 지지기반과 정통성의 중심이다. 이는 객관적 사실로서 싫든 좋든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맥(脈)을 이어 온 유일한 정당이 민주당이다. 과거 내가 속해 있던 통일민주당은 권위주의 세력인 민정당과 통합하여 정권을 잡는데 성공하였으나, 결국 지난 10년 동안 민정당 세력에 눌려 거의 소멸해버렸다. 오늘 민정당 계열의 세력이 한나라당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현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창당하였으나 국민의 불신으로 정치적 뿌리가 뽑힌 정당이다. 대다수 구성원들의 뜻과는 다르게 당의 핵심지도부가 제창한 민주주의는 이른바 대중민주주의였다.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통해 우리가 성취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어느 모로  보나 열린우리당에 반독재민주화투쟁의 법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건설할 신당이 민주화투쟁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할 때 그 깃발을 꽂을 곳은 민주당뿐이다. 중도개혁주의는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지평 위에서 제창된 노선이다. 바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기본노선으로 중도개혁주의가 채택되었다. 더 이상 투쟁해야 할 권위주의는 사라졌고 동터오는 지식문명의 아침에 새로운 조국의 미래를 창조해나가기 위해서는 낡은 좌우이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결과였다.


나는 새천년민주당 창당 주역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고 뒤 이어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영남 이외의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누르고 전국정당으로 부상(浮上)하는데 헌신하였다.


이렇게 민주당은 중도개혁주의 깃발 아래 창당된 정당이며 비록 지금은 상처를 입고 있으나 민주당 이외의 다른 어떤 정당도 중도개혁주의의 법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열린우리당은 급진좌파노선을 내세우며 분당을 결행하였고 결국 정치적 파산을 맞이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그 노선을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파산은 바로 그 핵심지도부가 매달렸던 노선의 파산이라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나는 급진좌파노선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집권을 앞둔 시점에서 새천년민주당을 떠났다. 당과 당이 추구하는 중도개혁주의를 반대해서가 아니었다. 나라의 장래에 재앙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급진좌파노선을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여 나는 긴 시간 중도개혁주의 본산(本山)과 생이별을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노선이 정당의 정신적 뿌리라면 지지기반은 정당의 현실적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두 가지 의미의 뿌리가 모두 뽑혀져버린 상태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분당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적 지지기반은 축소되고 한나라당의 보수주의와 지역패권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 모으는 힘이 약화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두 가지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정당이다. 민주당이라는 지지기반을 중심으로 중도개혁주의세력이 결집한다면, 그 동안의 상처는 신속하게 치유되고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절보다 더 강력한 지지기반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현재 내가 속해있는 국민중심당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누르고 승리하였다.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와 인물에 대한 비교우위가 민심의 본질일 것이다. 결코 지역정당을 추구하거나 대선정국에서 노선과 상관없이 기회주의로 대처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므로 국민중심당은 당헌이 명시하는 대로 낡은 좌우이념을 극복하는 중도실용주의 기치로 중도개혁주의세력의 대통합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나라와 국민 그리고 작은 지지기반이 되어준 지역주민들에 대한 참다운 도리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를 논해보자.


먼저 주도권 다툼 대문에 신당창당이 어렵다고 한다.


물론 과거처럼 인물 중심의 창당이라면 창당의 주도권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노선 중심의 창당이다. 누가 주도적으로 창당 작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어떤 기득권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창당에 나서는 지도자들은 주도권에 긴장할 필요가 없다. 그 보다 국민들이 명쾌하게 이해하고 지지해줄 노선의 설계에 전념할 일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장래의 지위나 권리를 보장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 아닌가.


다음으로 열린우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신당에 합류하려면 분당과 실정에 대하여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당으로 상처를 입고 또 실정에 책임이 없는 세력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주장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나와 있는 사람들이나 아직 그 곳에 있는 사람들도 스스로 당의 파산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과오에 대하여 국민에게 깊이 사죄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특히 당에서 대통령을 몰아내고 스스로 탈당한다는 것은 사죄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정치행위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과오가 있을 수 있다. 신당은 과오가 없는 사람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오직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을 이루어 나라의 번영과 통일을 선도해야 할 정당이다. 과오가 있더라도 새롭게 출발하려는 사람들을 폭 넓게 관용하고 포용할 때 신당창당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통합신당이 되지 않으면 각 세력이 후보를 내고 후에 단일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허구이고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정몽준의 극적인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일화는 정당정치의 상식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예외적 사건이었을 뿐이다. 정몽준은 정당의 후보라기보다는 개인으로서의 후보였고 또 당선 가능성이 없을 바에야 출마를 접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반면 노무현은 공당의 후보였으나 절망적 열세에 허덕이고 있었고 정몽준과 여론조사방식으로라도 단일화 도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상천외(奇想天外)한 단일화 쇼가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공당과 공당의 후보가 있고, 대선에서 자기 당의 후보가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을 저울질하고 있는 당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조사에 후보와 당의 운명을 맡기는 단일화 쇼를 합의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헌정사는 물론 다른 나라 정치사에서도 일찍이 이런 정치도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발상으로 중도개혁주의 세력들이 대통합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02년 같은 후보 단일화는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대통합 신당을 만들고 그 안에서 민주적 절차를 밟아 한나라당을 누르고 중도개혁세력의 승리를 견인할 후보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제 결론을 말해보자.


나를 포함하여 흩어져 있는 중도개혁세력들이 대동단결을 이룰 때가 되었다. 그 누구도 과거를 숨길 수 없다. 과오가 있으면 있는 대로 사죄하고 관용하며 오직 미래를 향하여 다시 뭉쳐야 할 것이다.


주도권이나 기득권에 연연할 일이 아니다. 민주적이며 객관적인 당을 만들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는 당원과 국민들이 그 때 그 때 정해주게 된다. 대통령 후보 또한 마찬가지이다. 먼저 당이 있고, 그 당 안에서 당원과 국민의 지지열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후보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낡은 보수주의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중도개혁세력들은 이제 대통합에 나서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중도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지지기반을 확충하여 연말 대선에서 위대한 국민의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나는 이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2007.     4.     26                 이   인   제

 

                                    <논산인터넷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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