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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편지-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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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출근하다말고 무작정 들녘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벼이삭은 걷혀가는 안개사이에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먼 산 평온한 논둑길, 영롱한 이슬...

 

가을! 성큼 다가온 축제 같은 계절.. 아!

 

이맘때 피어나는 들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을 지킨답니다. 점점 더 화려해져 가고, 높아가는 하늘과 닮아 있습니다.

 

 

달맞이꽃

 

 

달맞이꽃이 이제 여름뒤끝의 퇴장을 준비합니다. 저녁 어스름 할 무렵 피어올라 밤새 이슬 촉촉하게 젖어 있다가 해 뜰 무렵 슬그머니 꽃 봉우리를 접어둡니다.

 

칠레 원산지 완전 귀화식물로 우리네 서민들 곁에서 달바라기 긴긴밤을 함께하고 있답니다.

 

아주 작은 씨앗기름은 피부미용으로도 건강유로도 비싼 값에 거래 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농사를 선택한 20대 여성 숲해설가에게 눈여겨 봐두라고 당부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 친구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올 농사 잘 지었는지 안부도 못 묻고 있네요.

 

 

고마리

 

 

마을 공동 우물가 물 흐르는 곳 무더기로 피어나던 `고마리`입니다. 논둑 물 흐르던 미나리꽝 근처에도, 심지어 구정물 흘러가는 하수물가에도 고마리는 아주 훌륭한 수질정화 식물입니다. 그래서 `고마우리`라 하다가 `고마리`로 변화됐다나.

 

하지만 고만고만한 앙증맞은 고마리꽃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만 피라고 `고만이`라 했다가 `고마리`라 했다는 이야기까지.

 

고마리의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농부님들 낫질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나물과 국거리로, 민간요법 기력 없거나 허약해 기운 내게 하는데 쓰였다는 고마운 고마리. 지금은 뛰어난 수질정화효과 때문에 일부러라도 활용하는 고마운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참취

 

 

산나물의 대표라면 역시 `참취` 아닐까? 삼겹살 싸먹는대도, 데쳐서 비빔밥 해먹는데도 참취 향은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입니다.

 

그러나 집 앞마당 작은 텃밭에 한여름 쌈해먹으려 심어놓은 참취가 꽃을 피워내면 참취꽃 아름다움에 다음해부터는 꽃 보고 싶어 차마 나물로 다 뜯어내지 못한다지요.

 

수목원에는 아예 참취꽃으로 화단을 만들어 가을정취 물씬 풍기는 관상용 작물로 활용합니다. 여기에 기름이며 향료와 약용으로까지 활용한다니 참취 기를만하지요? 효능이요? 혈액순환, 콜레스테롤 저하, 숙취 두통해소, 여기에 뇌활성화를 돕는다는 자료도 있군요.

 

아참, 참취와 일부 독초가 모양이 비슷해서 한해에 한번쯤 TV에 목숨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니 조심하시라는 주의 당부!

 

 

나팔꽃

 

 

밤이 깊어지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하지부터 피어나기 시작한다는 나팔꽃의 계절입니다. 영어로는 `morning glory아침의 영광` 이라하고, 일본어로는 `아사가오 아침의 얼굴` 이라 한다지요.

 

몇 년 전 여의도로 출근 하던 길 1킬로 가량을 나팔꽃이 수없이 피어있는 길을 매일 걸었습니다. 그때 나팔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무심천가 출근길에도 나팔꽃이 한창이더군요.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잡초제거 한다고 모두 베어버려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상쾌한 아침, 기분 좋은 출근길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나만의 나팔꽃.

 

가우라

 

 

나비바늘꽃 `가우라`입니다. 우리나라 바늘꽃과 비슷하지만 북미 원산 외래종입니다.

 

청주 상당공원 건너편 큰길가에도, 수목원 들어가는 입구에도 최근 여기저기 자주보입니다.

 

무더기로 피어있어도 한 송이 하늘거리는 날아가는 나비 닮은 뒤태는 참 선정적이에요. 붉은 것은 `홍접초` 흰 것은 `백접초`라고도 하구요. 여기서 `접`은 나비를 뜻한답니다.

 

 

매듭풀

 

 

‘매듭풀`은 소가 유난히 좋아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목초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녀석은 `둥근매듭풀`로 알려져 있구요. 콩과식물입니다.

 

일단 콩과 종류는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거친 땅에 자라다보니 뿌리가 튼튼해 토사유실을 막아주어 덩달아 다른 식물들이 유실되는 것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작지만 생태계에서 활용되는 역할로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작은 잎일지라도 서로 맞잡고 당기면 완전 V자로 갈라져 암수구별 놀이를 하곤 했지요. 자연스레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고 생태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앙증맞은 꽃이 피고 있는 중이에요.

 

 

닭의장풀

 

 

‘닭의장풀’ 이라는 이름보다 `달개비`가 더 친근하지 않아요? 러시아 원전근처 방사능 지표식물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흔해 천대받던 그 어떤 풀꽃도 사람의 입장에서 활용 가능할 때 비로소 환영 받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예쁘게 봐줄 수도 있잖아요? 미키마우스의 귀를 닮은 달개비가 가을 녘 높고 푸른 하늘 쪽빛을 닮아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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