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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편지-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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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찻길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안개가 자주 끼기 시작합니다. 출근길 화단에 심어놓은 여름과 가을꽃들은 계절의 접경지대를 넘나듭니다. 한낮에는 여전한 햇살 따갑게 받아가면서 아침저녁이면 싸늘해진 온도 체감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꽃 색깔은 더욱 선명해 졌습니다. 하나둘 열매가 익어가고 풍요로워진 들녘 넉넉함을 배웁니다.

 

 

까마중

 

 

 

"먼지를 닥지닥지 쓰고 열린 까마중 열매가 제법 달콤한 맛으로 우리들을 유혹해서는 한 시간씩이나 지각하게 만들었다"[황석영 성장소설 아우를 위하여 중

 

`까마중` 열매는 배고프던 어린 시절 맛좋은 군것질거리였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곤 했지요.

 

이 사진도 간선도로변 스치는 차량바람 맞아가며 피어있는 까마중을 찍은 것입니다. 40대 이상 되는 사람들이라면 까마중 추억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도 어린 시절 추억의 맛 먼지 뒤집어쓴 까마중을 따먹곤 합니다.

 

 

며느리밑씻개

 

 

옛날 밭에서 일하시던 시어머니께서 볼일 마치시고 애호박잎사귀 대충 훑어 쓰다가 덩굴째 섞여 들어온 `며느리밑씻개` 가시에 찔리면서 "에이 이따우 풀은 며느리에게나 걸려야지" 투덜거리면서 붙인 이름이랍니다.

 

잎은 길쭉한 삼각형 잎자루 끝에 달려있고 가시가 날카로워 숲에서 찔리기 일쑤랍니다. 어린 시절 시큼한 맛 때문에 참 많이도 따먹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는 냉대하증, 질세정제, 부인병, 치질 등의 약재로 쓰인다고 하니까 사실 시어머니는 며느리 건강 생각하시던 깊은 속마음이 있었던 거겠죠.

 

 

백당나무

 

▲ 백당나무 열매

 

아파트 조경수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가꽃이라 불리는 수술 없는 가짜 꽃으로 장식돼 진짜는 가꽃 중앙에 올망졸망 피어오릅니다. 충매화로 곤충을 유혹한 공로는 화려한 가짜 꽃에 주어지는 찬사여야 합니다.

 

아참 `백당나무`를 소개하는 중입니다. 사찰에도 많이 심는 불두화도 닮았고, 산수국하고도 많이 닮았는데 또 다른 녀석입니다. 요즘 참 흔한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ㅎㅎ

 

요즘 가을하늘과 어울리는 열매가 익어갑니다. 산속에서도 만나는 녀석을 아파트에서도 많이 만납니다. 이쑤시개 재료로 쓰이는 나무 `백당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메밀꽃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이 내 청소년 시절에는 참 야한 소설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강원도 평창 봉평면에는 소설에서 표현한 `소금 뿌려놓는 듯 한` 메밀꽃의 장관과 문제의(?) 그 물레방아를 볼 수 있습니다.

 

봉평장이 설 때 낯선 여행객의 경험으로 기웃 거린 적 있었건만 메밀국수 맛 좋은 것은 잘 모르겠더이다. 드디어 전국 어디서나 피어있는 “메밀꽃 필 무렵”이면 그래도 봉평에서 보아야 제 맛인 메밀꽃 흐드러지게 보고 오면 어떨까요. 가을여행 중 혹 자기 닮은 젊은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주인공이 허생원과 동이였던가?

 

 

좀작살나무

 

▲ 좀작살나무 열매

 

최근 관상용으로 많이 보이는 `좀작살나무` 열매입니다. 자주 가는 우리동네 차집 `봄` 입구에서도 볼 수 있구요. 구룡산에서 병원 쪽 넘어가는 산길에도 있습니다.

 

한국이 원산지로 산에서 잘 만나던 나무인데 보라색 열매가 매력적이다 보니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작살나무 종류들은 가지 뻗은 모습이 모두 삼지창, 아니 작살을 닮았어요. 이름도 작살나무에요.

 

`좀`자가 붙은 나무들은 대체로 본 나무보다 작은 종류에 `좀`자를 붙이더군요. 꽃말은 `총명`이구요. 보라색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서 관상용 울타리로 그만입니다.

 

 

솔새와 개솔새

 

▲ 솔새

 

어린 시절 방학 때면 시골 외가를 가있곤 했습니다. 산골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아궁이 불 지피시는 외할머니 옷자락에 매달려 커다란 놋쇠 누룽지 긁어 먹다보면 외할머니는 풀뿌리 같은 눙친 수세미로 놋쇠바닥을 박박 닦기 시작합니다. 그게 뭘까 궁금해서 외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산언덕 누군가의 무덤가 근처 말라있는 듯 서있는 풀뿌리를 당겨 캐어내 둘둘 말아 수세미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풀이 `솔새`입니다. 어느 날 문득 가을바람 속 이리저리 흔들리는 솔새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솔새`는 화려하기까지 했어요.

 

▲ 개솔새

 

`새`자가 들어가는 풀 중 억새, 솔새, 개솔새들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인자하시던 외할아버지 생각나게 하는 `솔새`가 누군가의 무덤가 근처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뚝갈

 

 

계절이 선명하게 바뀌었는데 `뚝갈`이 아직까지 피어있어 오히려 낯섭니다. 여름초입 온도 낮은 산속에서 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뚝갈’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어 봄철 나물로도 그만입니다.

 

노란색 마타리와 생김이 비슷한데 `뚝갈`은 흰색입니다. 전문용어로 산방꽃차례로 핀다고 하는 꽃이 줄기 끝에 피어나서 원예 종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소개를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이렇게 많이 피어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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