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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즐겁게 책읽기-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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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며칠 가게 됐다. 주섬주섬 책 챙기는 중에 다시 월든을 집어 들었다. 다시 월든이다. 법정스님이 가장 사랑한 책이라는 월든. 월든 호숫가에서 2년 반 동안 농사지으면서 직접 살았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 책 월든. 160여 년 전에 스물일곱의 나이로 적어 내려간 바로 이 책 월든. 같은 분량 두 권 쯤에 해당되는 엄청난 글자 수와 굴곡 없이 적어 내려간 지루한 책 월든. 그러나 다시 또 집어 들게 만드는 책 월든. 이런 게 바로 고전 아닐까.

 

남들이 하도 이야기해서 다시 서평이랍시고 옮겨 놓기도 부끄럽지만 그전보다 다시 볼 때가 더 매력적인 책이어서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책 월든을 선물한 사람만 꽤 되지만 내가 선물 받은 것도 두어 번 된다. 누구에게나 선물용으로 내 놓아도 품위가 생기며, 그 누구에게 선물해도 권위가 떨어지지 않는 책이다. 책 선물용으로는 그만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선물한 그 분께서 정말 이 책 월든을 정독했는지가 중요하다. 어디서 선물하기 좋을 책이라고 내어 놓기만 하면 그것으로 완료되는 선물완료용 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번쯤 읽어본 사람이-선물 받은 책이라면서- 다시 이 책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정말 이 책을 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주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법정스님이 누구신가? 바로 무소유를 강조하신 인류의 스승 아니신가. 바로 이분께서 목하 이십대쯤 되는 160여 년 전쯤 젊은이가 담담히 적어간 이 책을 가장 사랑하셨다면 소로우 역시 무소유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지 않았을까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소로우는 이 책에서 옷이 한 벌 이외에 더 필요한 이유를 도대체 알바 없다고 하신다. 모든 짐승들이 털 하나로 평생을 버티는데 왜 인간만 철따라 분위기와 기분 따라 옷을 바꾸느냐고 질타하신다. 스스로 집을 짓고는 대견해하며 행복하게 사시는 분인데 그것도 28달러 12 1/2센트로 지은 집 세부 계산서 까지 공개하시고, 1년 영농비 포함 식비와 피복대 등유 값까지 쓰신돈 61달러 99 3/4센트가 지출된 비용으로 농산물 판매대금과 노임으로 받은 금액 36달러 78센트까지 기록 하셨다.

 

물론 힘들여 일했다기보다 소일삼아서 인생의 오락꺼리 삼아서, 일 안하고 피둥거리면 죄 짓는 것 같아서 쉬엄쉬엄 했단다. 더군다나 풀이며 생명 있는 모든 것이 고귀하므로 함부로 죽이거나 잡아 뽑아 버리거나 하는 일도 최대한 가려가면서 월든 호수와 숲속의 리기다소나무를 손으로 만지는 듯, 이 정도의 세밀한 묘사까지 섞어가면서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피력하셨다. 가만히 읽다가 보면 유머감각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해 가면서 은유와 비유, 적당한 비판과 세상에 대한 달관과 여유까지 담아냈다.

 

만일 다시 숲에 들어 갈 때 꼭 한권만 챙겨야 한다면 다시 이 책 월든을 가져 갈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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