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장화홍련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전래동화다. 이야기 구조와 내용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화와 홍련을 죽음으로 몰고 간 못된 계모에 대해, 한편으로 장화홍련전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누군가 계모야말로 시대가 낳은 억울한 피해자이며 왜 아무도 장화의 계로를 위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그 지점 지금까지 전래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들의 실상을 해부해보는 책이 바로 『전傳을 범하다』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음직한 전래동화의 뒷얘기,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던져야했던 심청이는 공동체가 합심해 어린소녀를 살해한 이야기는 아닐까? 몰인정한 아비, 스스로 공양미 삼백석이면 눈을 뜰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놓고, 더욱이 딸이 이웃에게 수양딸로 팔려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 했음에도, 죽으러가는 날 아침 반찬이 좋은 것을 보고 “뉘 집 제사 지냈느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는 장면에서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토끼와 거북이의 정치게임 토끼전에 녹아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최근 영화화 된 방자전에서 보듯 춘향전은 또 얼마나 많은 뒷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 시대의 배경이 지금과 당시를 대비하게하고, 계급사회의 인간관계를 비틀기도 하며, 남성과 여성의 생각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 뒷얘기를 만들겠는가.
지은이는 “우리의 고전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권선징악’인데 이는 매우 당연한 도덕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우리 삶에서 당면한 여러 현실적인 모순들을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게 될 수는 없다”면서 고전읽기라는 우리가 선 곳이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임을 깨닫고 이제 다시읽기를 시도했으면 한다고 밝힌다.
일단 익숙한 고전이야기, 전래동화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재미있고, 일단 새로운 시각과 현재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헤쳐보는 재미가 탁월하다. 연휴 쉬는 동안 세상일 접고 한 번씩 읽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