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무산?
수요일이었던 2월 20일" 고성군의회 2월 월례회가 열렸다.
의회 월례회는 그야말로 의원들 간 만남의 날로 정기회나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때 의원 상호간 정보 교류와 집행부 현안에 대한 대강의 흐름을 듣고 의정활동에 참조하기 위해 열리는 비공식 만남의 장이다.
월례회에서의 발언들이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집행부와 의회 간 사전 조율 성격을 띤 것이어서 늘 너 댓개 이상의 실과사업소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소관업무들에 대해 보고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조정해 웬만한 현안들은 거의 여기서 결정 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할 만하다.
20일" 이날은 문화관광체육과장으로부터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통합과 관련한 보고와 당항포관광지사업소 소관업무에 대한 보고" 생명환경농업과의 경축순환자원화센터에 대한 보고와 함께 재무과 소관업무인 고성읍청사 활용과 관련한 보고를 듣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재무과 소관업무인 ‘고성읍청사 활용 주민의견수렴 공청회 개최계획’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받아든 의원들은 남기길 재무과장의 보고가 시작되기 전 ‘왜 이랬다 저랬다 여론에 끌려 다니느냐’ ‘의회와 조율을 마친 사안인데 왜 또 공청회를 열어 복잡하게 하느냐’ ‘왜 방침이 정해졌는데 한 두 사람의 의견에 통째로 정책을 바꾸려하느냐’ 등등 호된 질타를 당하고 남기길 재무과장의 보고를 거부했다.
현재 고성읍 1호 광장 옆에 신축 중인 고성읍사무소는 3월 까지 모든 공사를 마무리 짓고 4월부터 입주 할 예정이다. 이제 문제는 현재 사용 중인 읍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인데" 고성군 방안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 째" 매각하자는 방안이다. 매각하면 30억 원 정도의 매각수입이 예상돼 열악한 군 재정 여건을 감안하고" 대체재산 취득비로 재원조달이 가능하며" 건물노후화로 인한 유지보수비도 절감된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또 단점으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매각도 여의치 않다는 것과 문화재(고성성지) 보호구역으로 행위제한에 따른 가격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읍 보건소를 구읍청사 자리에 두자는 방안이다. 장점으로 주변 거주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주장인데" 현재 조례상으로는 불가능하나 조례를 개정하면 읍 보건지소 설치가 가능하다. 단점으로는 방문민원인들의 주차 공간 협소로 교통체증을 유발시키고" 건물 유지관리비가 과다 지출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쌈지공원화 방안이다. 지역주민 쉼터활용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도심 내 쉼터공간조성으로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단점으로 공원조성에 따른 공사비 12억 원이 추가부담 되고" 야간행사 개최 시 이용객 소음발생으로 민원발생 우려가 있고" 관리운영에 따른 인건비가 든다는 점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유료공영주차장을 조성한다는 방안이다. 늘어나는 주차난을 덜고 쾌적한 거리를 조성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단점으로 주차장 조성에 따른 공사비 3억 원이 추가 부담되고" 관리운영에 따른 인건비와 유지관리비가 든다는 것이다.
고성군청 재무과에서는 현 읍청사 활용계획에 대해 그동안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고 밝히며" 최종결정을 하기 전 군민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할 필요성이 제기돼 3월 27일 오전 군청 대회의실에서 공청회를 계획하고 보고하려던 차에 의원들로부터 거부당한 것이다.
의원들은" 지난 2월 7일 월례회 때 현 읍청사에 3층 규모의 주차빌딩을 지어 자동차 50대를 수용하는 유료공영주차장을 건설하기로 보고하고 동의를 구했던 바대로 공영주차장으로 추진하라며 집행부의 보고를 거부해 이대로라면 현재 읍사무소가 헐리고 그 자리에 3층 주차빌딩이 들어설 전망이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2월 22일" 고성군에서는 현재의 남기길 재무과장 주재 아래 읍청사 활용방안에 대해 읍내 전 이장들과 관심 있는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읍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진바 있다.
중요한 의견 청취의 시간이었지만 공교롭게도 10명의 군의원 중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참석한 시민들 대다수가 ‘시민 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남기길 재무과장은 군민들의 의견에 따라 주민생활공간이나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군수와 고성군의회에 보고해 군민들의 의견이 적극 검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마땅히 남기길 과장은 그날의 분위기를 의회와 군수에게 보고했을 터다. 하지만 그 보고를 어느 쪽에서 묵살하고 바꾸도록 해 오늘에 이르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년 전 읍민을 상대로 했던 읍청사 처분과 관련한 의견청취는 미리 짜놓은 각본이 있는데도 그저 절차적 민주 형식만을 취해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월례회 때 공영주차장 건설안이 나와 추진하도록 승인 받아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또 공청회를 한다니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모를 영문이었겠지만 시민들은 또 의당 시민휴식 공간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유료공영주차장을 만든다니 시민들대로 영문 모를 일이 아닐 수 없다.
‘50대 수용 주차장 만들어 쾌적한 거리조성으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글귀가 지난번 월례회 자료에 등장했는데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길 가는 사람 잡고 ‘현재의 고성읍 상황에서 50대 주차장 마련해 쾌적한 거리 만들고 삶의 질 높이겠는가’고 물어보면 어느 누구라도 조롱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매각하든지 보건소가 들어온다면 또 몰라도 시내 요지에 그다지 예쁘지도 않을 주차 빌딩이 들어선다는 것은 좀 그렇다.
그렇다면 한 번 더 시민들 모아놓고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소통과 통합을 갈구하는 시대에 ‘시민들 품으로 돌려주겠다’던 약속을 저버리면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마지막 의견이라도 들어보려는 집행부의 의견을 수용해 3월 27일 공청회가 열려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