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지음 / 에쎄
방금 ‘나는가수다’가 끝났다. 8시 뉴스를 보고나면 9시부터 ‘개그콘서트’를 보아야 한다. ‘나는가수다’에 첫 출연한 조규찬의 최하위(7위)는 첫 출연 가수로서는 아마 처음 주는 가혹한 등수 일게다. 그런데 왜 난 한낱 예능 프로그램의 순위에 이렇듯 아쉬워하며 최하위 가수의 다음 주 도전을 기대하게 되는가?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 시청자의 예능에 대한 관심이자 예능이야말로 대세가 된 시대 시청자로서의 관심이라고 본다.
꽤 오랜 시간 대한민국은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국민드라마라 불리던 ‘대장금’ 이니 ‘겨울연가’ ‘허준’ ‘모래시계’ 는 세계인들에게도 통하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공화국에서 최근 가장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던 ‘선덕여왕’의 순간 최고 시청율은 미실이 죽는 장면에서 49.9퍼센트였다. 그러나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1박2일’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강호동이 얼음 계곡물로 뛰어드는 순간 50퍼센트의 시청율을 10분간 유지했다고 한다. 대세는 예능으로 넘어갔다.
『예능은 힘이 세다』라는 책은 이 시대 예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의 다재다능한 능력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지금 시대에 적당한 주제와 적절한 분석을 해낸 책이라고 본다. 지은이는 ‘드라마나 시사교양물에 비해 저급한 것으로 치부되던 예능을 사회인의 자기계발 교재로까지 격상시킨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라며 예능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예능이 사람에 눈뜨고, 관계를 만들고, 처세를 말하며, 감성에 호소하고 결국 세상을 갖고 논다는 주제로 예능을 접하듯 정신없이 적어 내려간 책이다. 결국 예능의 능력은 ‘21세기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남들을 즐겁게 하는 예능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라는 진단한다. 저자는 아예 예능을 최상의 수준으로까지 격상시키며 찬사를 늘어놓는다. ‘무한도전을 예능이라는 지배권력 중에서도 정상의 권력으로 군림하게 하는 능력은 제작진과 출연자와 팬들의 신앙에 가까운 충성심’이란다.
이제 나도 지금 쓰고 있는 독후감을 얼른 마치고 ‘개그콘서트’에 몰입해야 한다. 오늘 ‘애정남’(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에서는 무엇을 정해줄지, 어떤 ‘달인’을 만나게 될지, 황현희는 어떤 불편한 진실을 말해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