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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이야기-5월 다섯째 주 풀꽃이야기
기사입력 : 2013-05-27 오전 08:24:26

-초여름으로 들어서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시작됐습니다. 풀꽃들은 봄꽃에서 여름 꽃으로 이미 바톤터치 했습니다. 풍매화들의 고공구애가 모두 끝났구요, 봄꽃들은 생산한 씨앗을 독립시켜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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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는 끝나가고, 이제 산 밑 밭갈이도 끝나갑니다. 나뭇잎들의 녹음은 더욱 짙어지고 햇살은 더 따갑습니다. 광합성의 속도가 본격적 무더위 시작 무렵부터는 느려집니다.

 

잎사귀까지 올라온 수분이 햇빛과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산소와 수분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이때 바람이 불어줘야 수분의 대기 중 방사가 원할 해지는 거죠.

 

관측사상 5월의 날씨 중 가장 덥다는 뉴스가 나온 날, 대기 중에 수분의 방출도 어려워졌답니다. 생각보다 여름은 더 빨리 다가와 버렸습니다.

 

 

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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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노래한 "흔들리며 피는 꽃"이 바로 금계국이라죠.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노란색 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상이 떠오르더랍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한 현상을 표현했는데 특별하게 마치 사람들의 인생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재주는 시인들만 가지고 있는 생태감수성 때문일까요? 도종환시인만의 세상이 따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우리 동네 뒷산 언저리 노란 금계국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서 이제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원예종으로 들여왔던 금계국은 우리네 산하 적당히 피어오르는 귀화종이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씨 뿌려놓고 두어해 정도 피다 말 줄 알았는데 다른 풀꽃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피어나고 있습니다. 6월에나 볼 수 있었던 금계국이 피어나는 것을 보니 여름이 일찍 오기는 했나봅니다.

 

 

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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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방 던져놓고 산이며 들로 뛰어나가 무덤가를 가보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친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맘때 꿀풀을 따서-뽑는다는 표현이 더 적당 합니다-쪽쪽 빨면 아주 단 꿀물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이는 대로 꿀풀을 뽑아 입에 넣고는 했습니다.

 

뒷산에 오르다 꿀풀을 채취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뭘 채취하시느냐고 늘 습관처럼 물어보는데, 꿀풀을 따고 있다고 하십니다. 갑상선에 좋다고 하면서 꿀풀을 줄기와 꽃을 한꺼번에 채취해 그늘에 말렸다가 차처럼 끓여 복용한다는데 이를 "하고초"라 한답니다. 깊은 산속도 아니고 동네 뒷산 흔하게 피어나는 풀꽃이 요긴하셨던 모양입니다.

 

 

노란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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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단오 머리를 감는다는 창포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원산입니다. 최근에 붓꽃 닮은 꽃창포라 불리는 꽃들이 많이 보이죠. 전혀 다른 종류입니다. 노란꽃창포는 이름과는 달리 유럽산 붓꽃과랍니다. 노랑꽃창포라고도 하고 서양꽃창포라고도 합니다. 외래종인데 이제는 거의 귀화식물이 됐습니다. 습지에 노랗게 피어올라오는 붓꽃모양의 꽃이지만 붓꽃보다는 조금 큰듯합니다. 이제는 어디서나 이맘때 볼 수 있는 꽃이에요.

 

원흥이방죽 한가운데 노란꽃창포를 심어놓았어요. 녹음 짙은 초여름 방죽 한가운데 피어있는 노란꽃창포가 아름답습니다.

 

 

제비꽃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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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꽃피워냈던 제비꽃이 이제는 씨앗을 만들었습니다. 저녁 산책길가 앙증맞게 씨앗을 담고 있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툭툭 건들기만 하면 이내 또르르 굴러 떨어질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발밑을 조심하세요. 옛사람들은 발밑 미물들조차 조심하라 했다죠. 제비꽃은 오히려 사람의 발에 채여 멀리 씨앗을 날려버릴 수 있기를 바랄 겁니다. 그래야 더 멀리 번식된 종족을 확산시키기 때문일 겁니다. 제비꽃은 늘 강인한 생명력으로 감탄하게 합니다. 대단해요~

 

 

지칭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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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장모님께서 지칭개를 뿌리 채 꽤 많이 따다 주셨습니다. 끓여 데친 후 몇 차례 우려내서 나물로 무쳐먹었습니다. 씁쓸한 맛은 났지만 맛나게 먹었습니다. 냉이보다 훨씬 큰 녀석이라 씹는 맛으로 먹을 만 했는데 된장국을 끓여먹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는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요즘 지칭개꽃이 아주 많이 보입니다. 꽃으로만 보면 처음 잎이 나기 시작하는 기세로 보면 줄기가 잎을 많이 달지 못하고 이렇게 삐죽이 커 올라 엉겅퀴 같은 아름다운 짙은 보라색 꽃으로 두고 보기 좋은 것도 아니고, 뭔가 크다만 꽃 같은 녀석 여려줄기에 매달고는 빈약해 보이는 꽃으로 피어납니다.

 

5월 들어서면서 몇 번이나 이 녀석 소개를 하려다 말고, 하려다 말고 했습니다. 요즘 삐죽이 큰 키로 워낙 많이 보이기도 하고, 이 녀석 소개를 못하고 내년 지칭개나물 먹자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소개합니다. 들녘 지천에 피어난다고 지칭개인지 이름도 참 시골스럽습니다. 어릴 때는 참 멋진 녀석인데...

 

 

때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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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나 잎을 찧어 물속에 풀면 작은 동물을 마취시킬 수 있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나와 물고기를 마취시킨다고 합니다. 작은 동물을 기절시킬 수 있다는 에고사포닌은 물에 풀면 비눗물처럼 기름때를 없애주기 때문에 세제가 없던 시절에는 때죽나무 열매를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조경수로 많이 보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아파트와 산남고에도 때죽나무 꽃이 한창이에요.

 

제주도는 비가 오면 받아두었다가 요긴하게 활용하곤 했답니다. 이렇게 받아두는 물을 ‘참 받음 물’이라고 했다는데 이때 때죽나무 줄기를 타고 흐르는 빗물을 받아두면 일주일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맛도 좋아 제사지낼 때 정화수로 쓰기도 했다는군요. 당연히 제주도에서 때죽나무는 신묘한 나무였을 겁니다. 지금에서야 에고사포닌 성분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그런 성분이 있음을 알고 활용했는지 고개가 숙여집니다. 때죽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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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왕위계승권을 둘러싸고 랭커스터가는 붉은 장미의 깃발을, 요크가는 흰 장미의 깃발을 들고 전쟁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영국의 왕권을 장악하기위한 내전입니다. 우리 동네 장미꽃이 아파트담장에 만개할 때면 늘 "장미전쟁"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모두 같은 종류의 장미에요. 하나씩 살펴보면 참 볼품없는 꽃잎에다가 금방 뭉개지면서 피어버리는 종류입니다. 여전히 최근에 새로 생긴 아파트 담장에도 같은 종류가 피어있답니다. 멀리서보면 그래도 멋져 보여요. 짙은 녹색잎사귀 사이로 커다란 붉은 꽃송이가 주렁주렁 달리기 때문이지요.

 

나 같으면 종류를 다양화해서 피어나는 색깔도 노란색과 흰색, 분홍색으로 하고 꽃이 만개하는 시기도 조절되는 품종으로 다변화된 장미를 심으면 안 될까라고 생각했답니다. 알고 보니 장미꽃 로얄티 지불액이 장난이 아닌데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아 그냥 적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금의 장미를 심는다는 군요. 이 녀석의 특징이 덩굴처럼 타고 올라 장미 터널도 가능하고 아무대서나 잘 자라주는 기특한 녀석이랍니다. 뭐 어떡하겠어요. 완전 효자 노릇하는 녀석인데 장미꽃 피어오를 때 중간 중간 찔레꽃이나 심어두는 수 밖에요.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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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이 절정입니다. 연한 찔레순 달착지근한 맛, 어린 시절 간식처럼 생각될 정도였지요. 연한 가시 덮인 찔레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입에 넣는 순간의 그 맛을 어떤 시인은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라며 엄마젖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찔레꽃의 노란색 꽃술은 향기가 가득합니다. 벌나비들이 꽃을 넘나들며 수정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갈색의 꽃술로 변해버립니다. 그리고는 꽃향기도 거두어 가버립니다. 단순히 수정 끝냈다는 시그널의 정도가 아니라, 더 이상 벌과 나비가 필요 없다는 외면의 정도입니다. 새침하다는 표현보다 맘 거두고 싹 돌아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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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파트 담장너머 장미넝쿨이 한창입니다. 드문드문 장미꽃이 아닌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있습니다. 장미묘목을 잘못 심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은 찔레줄기에 장미를 접목해 심은 것이랍니다. 아파트 담장에 피어난 장미는 번식 할 수 없습니다. 접목한 장미 줄기가 찔레줄기를 대체해 살아나지 못할 경우 찔레줄기는 장미가 아닌 스스로의 덩굴줄기로 독립합니다. 찔레는 여전히 야생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답니다.

 

 

산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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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딸기 닮은 열매가 열리는 산딸나무입니다. 꽃잎 같은 십자가모양의 포는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한 가(假)꽃입니다. 한때 서양에서는 꽃잎의 십자가 모양과 줄기의 하얀색 목재부분이 예수가 들고 있던 십자가 나무를 닮았다고 신성시 한다고 했다가, 당연히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넘어가던 언덕 근방의 기후에서는 자라지 못하므로 만들어낸 이야기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하얀색 십자가모양으로 피어나는 산딸나무는 아름답습니다. 거기에 개량종 꽃산딸나무는 더 화려하지요.

 

사실 산딸나무는 한국원산 층층나무과로 영동 물한계곡 산속에 서식하는 것을 본적도 있습니다. 딸기 닮은 열매를 먹어보면 단맛이 조금 나고 푸석해서 즐겨 먹기는 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술을 담거나 효소를 많이 담기도 하더군요. 우리 아파트 주변에 많이 심겨있습니다.

 

 

오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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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고 했나요? 시집보낼 때 장농을 만들기 위해 심는다는데 생각해보면 탄생 목처럼, 혹은 오동나무처럼 건강하게 자라달라는 기원 같은 의식이었을 것 같아요. 요즘 유행처럼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함께 자랄 나무를 심는 부부들이 늘어난다는 군요. 우리아이들 낳았을 때는 그렇지 못했답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손자가 태어날 때는 꼭 손자의 혹은 손녀의 탄생 목으로 나무를 심어야겠습니다.

 

정말 장농을 만들 생각이시라면 처음 올라오는 줄기는 잘라주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 곧게 뻗은 나무를 다듬어 지팡이처럼, 혹은 목검처럼 들고다닐 때 오동나무 작은 줄기는 곧게 뻗어 올라오기에 아주 훌륭한 재료였습니다. 처음 올라오는 녀석을 잘라보면 줄기속이 비어있었답니다. 잘 키워 장농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 시절 나무줄기속이 비어있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알고 보니 첫 줄기, 혹은 두 번째 줄기를 잘라주어야 속이 꽉 찬 오동나무로 자란다더군요.

 

숲해설가들은 오동나무 껍데기로 자연물 만들기로 쓴답니다. 쥐 모양을 만들면 아주 근사하더군요. 오동나무는 우리나라 나뭇잎 중 가장 커다란 잎이 달리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소나기를 만나면 오동나무 잎은 훌륭한 비 가리개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한손으로는 가방을, 또 한손으로는 오동나무잎사귀 머리를 가리고 냅다 뛰어가던 그때가 아련합니다. 하~

 

 

국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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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니는 산길 가에는 영락없이 국수나무 하얀 줄기가 보입니다. 겨울철 줄기 속에 철사를 꾸겨 넣으면 하얀색 국수 같은 속살이 밀려나오는데요, 아마 그래서 국수나무라고 불렸는지 모릅니다. 작은키나무의 국수나무는 큰키나무숲속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니 못 들어가는 걸 거예요. 사람이 다니는 길가 손바닥만 한 햇빛이 들어오는 바로 그곳에 자리 잡습니다.

 

이맘때 봄꽃들이 질 무렵 국수나무가 폭발적으로 꽃을 피워냅니다. 작고 앙증맞은 대신 아주 많은 꽃을 피어내고 숲속가득 향기를 뿜어냅니다. 벌과 나비, 그리고 작은 곤충들이 향기에 취해 모여들고 잔치를 벌입니다. 이제 숲속은 영락없는 초여름의 진녹색으로 변화 됐습니다. 국수나무 꽃이 피어올랐다면.....

 

 

감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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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충주출신 권태응시인의 시입니다. 감자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어느새 부터인가 권태응시인 생각이 났습니다. 와세다대를 다니면서 반일조직과 시를 쓰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한 나라 잃은 젊은 시인의 초상이 떠오르곤 하는 거지요.

 

농사일로 치자면 감자꽃이 피어나면 빨리 꽃을 따주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시겠지요. 튼실한 알 감자 잘 얻으려면 아무래도 감자꽃을 따주어야 한다는데 한편에서는 뭐 꼭 그렇지도 않다는 분도 계십니다. 어차피 뿌리덩이는 잎사귀의 광합성을 통한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전환돼 땅속 덩이로 저장한다는 겁니다. 감자는 우리나라에서 수백 년 농사를 지었는데도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을 보면 작물의 재배는 농사경험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수긍에 끄떡여 지기도 합니다. 오늘 감자꽃을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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