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 북하우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카프카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참 의아했다. 그러나 카프카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릎을 ‘탁’하고 쳤다. 다시는 이 책의 제목을 기억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잘 지은 제목이랴. 저자는 이 책에 대한 유인을 기막히게 잘 한 셈이다. 당장 읽게 됐으니.....
지은이 박웅현은 아주 유명한 광고인이다. ‘생각이 에너지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등의 카피와 광고를 만들었다. 이미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연히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 중 ‘저자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박웅현을 알게 됐다. 강연을 듣고 감동받았다. 더욱이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그림에 대한 통찰과 설명은 이미 같은 느낌에 감동받고 있었던 터여서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다.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덜 떨어진 놈!’ 이 글만으로도 덜 된 놈과 덜 떨어진 놈 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한 번에 알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현기증이 난다‘고 했다. <가난한 머루송이>라는 작품에서는 가느다란 가지 끝에 열일곱 개의 작은 머리송이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 ‘최선이었어요...’ 그 말에 질문한 이는 비난의 시선을 거두고 사과한다. ‘그랬구나.....몰랐어, 미안해!’ 이 같은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방법임을 시작부터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 같은 언어로 풀어나간다.
이 책의 부제는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다. 자녀에게 논술 강의를 시키듯이 조근 조근 말을 걸어온다. 이철수, 최인훈, 이오덕, 김훈, 알랭 드 보통, 고은, 오스카 와일드, 미셀 투르니에, 김화영, 니코스 카잔차티키스,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손철주, 오주석, 법정, 프리초프카프라, 한형조의 작품 소개를 한다. 박웅현만의 글 읽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만 지은이는 다독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다독은 중요하지 않으며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래도 난 무조건 읽을 때가 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