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책은 도끼다』의 박웅현의 새 책이라고 해서 0.1초의 고민도 없이 집어 들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책은도끼다』이후 박웅현이 제작했다는 광고들-‘사람을 향합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생활의 중심’ ‘생각이 에너지다’-조차 모두 괞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박웅현에게 완전 설득 당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여덟단어』는 20여명의 2~30대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제목의 여덟 차례 강연 내용을 풀어쓴 책이다. 일단 박웅현답게 강의주제로 여덟 개의 키워드를 잡았는데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었다. 이 책의 구성은 여덟 개의 키워드에 대한 강의 내용을 다루었다.
그의 이야기들은 누군가 표현해 놓은 어딘가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자존’의 단락에서는 경향신문 한윤정의 기사에서 ‘미국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 한국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인용하면서 자신의 경험으로도 뉴욕에서 공부할 때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어넣으려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 애썼다’면서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가는 것인데 한국의 교육에서는 늘 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지적받고 그것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받아왔다”는 식이다.
박웅현의 강의가 재미있는 이유는 시청각적 요소를 기막히게 활용한다는 점인데 ‘본질’을 이야기 할 때는 피카소의 연작 중 ‘소The bull’에서 전신이 완벽하게 그려진 소에서부터 하나씩 지워가기 시작해 여덟 번째 그림에서는 선 몇 개로 축약된 소의 형상이 그려진 작품을 보여주면서, “피카소가 했던 일은 아이디어를 더 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 빼고 또 빼서 본질만 남기는 것 이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해박함 속에서 나오는 비유들은 인문학으로 다져진 기반에서 나오는데, 세 번째 주제인 ‘고전’을 설명하면서,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 고전”이라고 주장 한다. 이어 요즘의 트렌드, 올해의 베스트셀러 등은 어디까지나 당대이지만, 지금 유행하는 K-pop중 10년 후에도 우리가 좋아할 만한 곡이 얼마나 될지, 본인의 광고는 ‘5년만 지나도 부끄럽다’면서 1960년대 활동했던 비틀즈의 노래는 아직도 클래식이 아니고 지금까지 유행하며,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은 100년은 넘길 것 같지 않은지, 또 세익스피어의 작품처럼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당장의 유행보다 시간이라는 시련을 이겨내고 검증된 결과물들이 훨씬 본질적이지 않은지를 이야기 한다.
자신이 만든 광고들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 마치 광고주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듯, 자신의 삶의 방식과 지향을 풀어나가듯 이어지는 박웅현의 설득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거기에 독자가 그렇다고 느꼈던 몇 가지 동일한 경험까지 이어지면 완벽하게 설득을 당하고 만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다시 ‘박웅현의 독자가 한명 추가됐다’고 한다면 반박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