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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이야기-7월 첫째주
기사입력 : 2013-07-01 오전 09:03:58

- 계곡이 부른다

 

계곡물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벌써 지난주 해수욕장이 개장했다는 뉴스는 여름휴가를 서두르게 합니다.

아직은 휴가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구요? 그럼 주말 계곡의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을 찾아가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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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짙은 녹음은 강렬한 태양 탓입니다. 뜨거운 햇볕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터운 잎사귀와 코팅된 잎 표면이 필요합니다. 이제 꽃보다는 녹음이라구요? 그래도 우리네 텃밭 가 곰취도, 쑥갓도 꽃을 피우구요, 담장을 넘어 꽃피우는 능소화와 누군가 기다리듯 서있는 달맞이꽃도 한창이랍니다.

 

한여름 수박 한쪽에 선풍기바람으로 버티어내고, 주말이면 손짓하는 계곡으로 떠나시자구요.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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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질 때면 장마가 옵니다. 능소화가 담을 넘는 이유는 애닮은 그리움 때문이랍니다. 능소화 송이채 뚝뚝 떨어져 내리면 즈려밟고 지나가시라는 온몸 바친 아픈 사랑이었음을, 꽃비로 처절하게 떨어져 내리는 애처로운 발자욱 기척임의 확인을 위함으로 알아야 할 겁니다. 구중궁궐 사모하던 이 바라만 볼 수 있기를, 담벼락이든 나무줄기 도움으로든 뒤꿈치 들고 빼어든 고개 넘어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 지라도, 이처럼 하염없지는 않았을텐데, 다시 능소화 피고 질 무렵이면 비가 내립니다. 선분홍 그리움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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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 잎이 곰의 발바닥을 닮아서 "곰취"라고 했다고도 하고, 흑곰이 즐겨먹는다고 "곰취"라고도 불리기도 했다고도 하고, 곰취 하면 양구가 떠오를 정도가 됐습니다. 아예 산나물 축제라고 부르지 않고 "양구 곰취축제"라고 이름 붙여 축제를 열 정도입니다. 양구군 홈페이지 명품관 사이트에는 곰취장아찌, 곰취부침가루를 홍보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속리산 사찰에서 재배하는 곰취도 그렇고, 작년 백두대간 탐사 중 들렀던 어느 농가의 텃밭에서도 곰취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해도 역시 침 발라 우리 것이라고 정하고 나면 그곳 브랜드가 되는 것이 세상 이치가 됐습니다. 삼겹살에 싸먹을 때 느껴지는 향긋한 향기도 좋고, 살짝 데쳐 볶아먹어도 좋은 곰취, 황금색 피어오르던 꽃송이도 참 예쁜데 역시 "양구곰취"라고 해야 할까요?

 

 

쑥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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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원산지인 국화과의 쑥갓입니다. 쌈 채소로 들여왔고, 우리네 농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쌈 채소가 다양해지고 십여 가지 다양한 종류가 맛을 다투고 있다고 해도 특유의 향기로 상추와 함께 곁들여 싸먹는 쑥갓의 선호는 여전합니다. 유럽에서는 관상용으로 재배한다는 또 다른 이름 "춘국", 꽃까지 예뻐서 농가 작은 텃밭에 한 고랑이라도 쑥갓을 심어 놓습니다. 쌈 채소로 활용하다가 꽃대올라오고 꽃피어나 텃밭조차 아름답게 치장하기 때문이죠.

 

요즘 작은 텃밭을 일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생기고 있는 중입니다. 종류별로 이른 봄부터 늦은 겨울까지 꽃피고 지고 웃자라는 녀석들 쌈 채소로 활용도 하면서 주말이면 이 녀석들 크는 재미를 느끼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유라도 가질 틈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접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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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집 앞에 큰 키 삐죽 세워서 누군가 기다리는 듯 서있는 접시꽃입니다. 뜨거운 여름으로 들어설 무렵, 한낮 농가에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가합니다. 농부님네 어느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지, 더위 피해 낮잠 곤하게 들었는지 빈집 같습니다. 그 무렵 접시꽃이 한창 피어납니다. 집지키는 접시꽃이 정겹습니다.

 

아욱과의 중국 원산지임에도 이미 우리네 다정한 가족이 돼있는 접시꽃, 어느 시인 아내를 닮았다는 애틋한 사연을 가진 옆집 아낙 같은 꽃이 됐습니다. 씨앗 뿌려진 자리 알아서 크기도 하고 큰 키 탓에 멀리서 까치발 들고 사연 기다리는 이웃의 아낙네 같은 느낌입니다. 누군가는 우편배달부 기다리는 여인 같다고도 하는데, 뭐 느끼는 점이 비슷합니다.

 

 

선씀바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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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 선씀바귀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선씀바귀"라고 합니다. 앞에 ""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붉다"거나 혹은 "서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녀석은 둘 다 속하지 않아 보이죠. 붉은색 선씀바귀와 같이 쓰인 다네요. 인터넷 검색을 뒤져봐도 그렇다고 합니다.

생긴 건 노란색 고들빼기를 닮아 보이지만 하얀색이거나 분홍색이면 모두 선씀바귀로 불린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이 녀석 이름도 따로 생길지도 모르죠. 늦봄부터 여름까지 이 녀석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씀바귀종류와 고들빼기 종류를 구별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자꾸 보다 보니 조금은 알듯 합니다만 여전히 헛갈려요. 그동안 맛있게 먹어온 고들빼기김치도 어쩌면 씀바귀와 섞여서 그냥 먹어왔는지도 자신이 없습니다. 일단 이 녀석의 이름이 선씀바귀라고 하니 지금부터 자세히 봐두어야겠어요.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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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에는 농다리가 유명합니다. 천 년 전부터 이쪽과 저쪽 마을을 연결해주었다는 "천년의 사랑"으로 지역민들의 자랑꺼리 입니다. 모처럼 농다리를 갔다가 물가에 피어있는 원추리꽃을 보았습니다. 들녘 흔한 게 원추리라서 초봄 원추리나물 뜯어먹던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만, 단아하고 고운 자태에 어린 시절 모습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는 군락으로 피어납니다만 이곳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 바라보며 외로운 듯 서있어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 역시 새초롬함과 우아하지만 뭔가 외로운, 혹은 고고한 듯 홀로 서있는 모습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꽃이나 여인이나 같군요. 이런 모습에 폭 빠질까봐 걱정입니다.

 

 

노루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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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습한 산지에서 이맘때 흔히 볼 수 있는 "노루오줌"입니다. 이름에서 이 풀꽃의 특징을 알아볼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는 여섯 종의 노루오줌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하얀색 노루오줌을 보았고, 분홍색, 가끔은 노란색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잎 모양과 깃털모양의 꽃을 보면 이 녀석을 알 수 있습니다.

 

풀꽃 이름 중에 노루가 들어가는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노루귀, 노루발, 노루삼 여기에 하이라이트는 "노루오줌"이죠. 이름도 참 예쁘게(?)도 붙였습니다. 불리는 이름에 따라 보는 느낌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이 녀석만 보면 향기조차 오줌냄새로 느껴지니 말이지요. "노루오줌" 입장에서는 호적정리라도 해달라고 할 듯합니다.

 

 

우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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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우산나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늘진 산속에서 많이 보이는 우산나물은 솜털 덮인 커다란 잎이 피어나는 이른 봄부터 볼 수 있으며, 꽃대 올려 이맘때면 꽃이 피어납니다. 어디서나 잘 자라고 크기도 적당히 크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 할 수 있는 국화과의 다년생 풀꽃이랍니다. 나물로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기필코 먹어봐야겠어요.

 

어린순이 올라오는 모습이 접은 우산에 솜털 덮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는 잎을 활짝 펼치고 나면 우산을 펼친 것 같고요. 그 위로 꽃대가 길게 올라옵니다. 자라는 모습도 예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특한 꽃송이도 볼만합니다. 주변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하셨던 분들께서는 지금부터 잘 봐두세요. 우아하게 피어나는 모습에 반하게 될 거에요. 저같이.....

 

 

모감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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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대한민국 과학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어린이들이 밝혀낸 "모감주나무"가 한국에 건너온 비밀을 언론기사에서 보았습니다. 이미 과학계에서는 모감주나무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어떤 방식으로 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답니다. 그러나 포항이나 안면도 등지 바닷가 근처에는 모감주나무 군락이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봐서 스스로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추정만 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충남 고덕초등학교 6학년 최덕찬군과 오정아양이 꽈리모양으로 생긴 씨앗을 싸고 있는 씨방이 바닷물에 떠서 2개월 이상 파도에 떠밀려 한국과 일본으로 상륙해 번식하게 됐다는 연구발표를 하게 된 것입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천연기념물 138호 모감주나무군락의 비밀을 파헤친 이 어린이들은 학원보다는 충만한 생태감수성으로 이런 연구를 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우리지역에도 노란 황금비 내리듯 피어있는 모감주나무꽃이 한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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