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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생각.....
기사입력 : 2013-07-05 오후 01:57:50

 

김유정 신부님200
▲ 김유정 신부/대전 가톨릭대 근무

 마치 두 개의 세계에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가 생각이 나는 요즘입니다.

 

"파란약을 먹으면 넌 침대에 돌아가서 잠들 것이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은 채로 그냥 살게 되겠지. 하지만 빨간약을 먹으면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 수 있게 될 거야. 자 선택하게."

 

빨간약을 먹고 세상의 고통에 눈 뜬 사람들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들어와서 소식을 접하면 대한문, 강정, 밀양, 진주의료원, 콜트콜텍, 재능교육, 현대차, KTX...의 가슴 아픈 소식들이 연일 계속됩니다.

 

강정에서는 박도현 수사님과 송강호 박사님이 구속되어 계시고, 대한문에서는 김정우 지부장님이 구속되어 계십니다.

국정원 직원은 악의적 댓글을 달면서 "좌익 효수"라는 닉네임까지 사용했습니다.

 

"효수"란 순교자들이 당했던 "군문효수"처럼, 목을 베어 높이 매단다는 뜻입니다. 섬찟합니다.

 

*

파란 약을 먹은 사람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스포츠 소식과 연예인들 사귀는 얘기들, 올 여름 유행할 옷들에 대한 소식이 포털에 넘쳐 나고, 중국에 가서 아홉 벌이나 옷을 갈아입었다는 미혼 여성이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간다고 얘기해 줍니다.

 

시국선언을 누가 하는지, 왜 하는지도 모릅니다.

 

취임초기에 어떻게든 정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종편들은 연일 용비어천가를 쏟아 냅니다.

 

"내가 더 잘 보도할거야." "아냐, 내가 더 예쁘게 보도할거야..."

그런 와중에 슬쩍 슬쩍 "적자 공기업 정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민영화"를 정당화하고, "보건 복지 확대 공약""진주 의료원 폐업"이 상반된 일이라는 것을 감춥니다.

 

*

다시 파란 약을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참으로 오래 지속될 매트릭스의 한 가운데에 들어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때에는 4대강, 용산 참사, 쌍용차가 겹치면서 이것에 관심가지면 저것을 터뜨리고, 저것에 관심가지면 슬쩍 민영화하고, 민영화에 관심가지면 예산을 날치기 하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아주 지치게 만들었는데,

 

그런 요령을 충실히 답습한 이번 정부 역시 수많은 것을 동시 다발적으로 터뜨려 사람을 아주 지치게 만듭니다. 심하게는, 깨어 있으려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갈등하거나 반목하도록 만듭니다.

 

이명박 5년과 박근혜 5... 참으로 길게 느껴집니다.

 

헌데 며칠 전에는 그런 생각도 났더랬습니다.

 

이승만 12년과 박정희 18년을 견뎌 낸 분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긴 시간을... 중간에 4.19로 가졌던 빛나는 희망마저 무참히 유린된 채 말입니다.

 

이어지는 시기가 전두환, 노태우의 시기였는데 말입니다.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빨간 약을 먹은 사람들은 이래저래 힘듭니다.

 

그러나 파란 집에서 준 파란 약을 먹은 사람들을 결코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모두가 진실에 눈뜨고자 한다면, 파란 약 제조업자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막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 지긋지긋한 매트릭스가 끝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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