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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이야기-7월 둘째주
기사입력 : 2013-07-08 오전 08:07:38

- 하늘을 다투다

 

숲속이 고요하다구요? 천만에요. 햇빛전쟁으로 하늘을 놓고 쟁투가 벌어집니다. 생산자의 먹이는 햇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입니다. 무기물을 유기물로 만들어 내는 광합성은 인간의 말 인거지요. 이를 위해 나무와 풀들은 목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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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생산자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해 죽어버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햇빛이 많아야 살아남는 양수의 숙명입니다.

 

음수는 햇살이 덜 들어오는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키 큰 나무는 키 경쟁을 하고 키 작은 나무는 나뭇잎을 더 넓게 키워 손바닥만 한 햇빛이라도 낚아챕니다. 숲속은 하늘을 놓고 경쟁합니다. 태양이 더 뜨거울수록 그들의 경쟁도 뜨거워지는 겁니다.

 

 

타래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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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입니다. 무덤가에서 이맘때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잔디뿌리의 박테리아를 교환하며 공생하기 때문에 잔디밭에서 볼 수 있는 거죠. 줄기를 따라 감아 올라가며 피어나는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햇빛을 좋아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이 "추억" "소녀"랍니다. 예쁘죠?

 

그러면 "꽃들의 전략"이라는 책에 소개된 타래난초의 생존 전략을 한번 보시겠어요?

 

‘타래난초 씨앗은 너무 작기 때문에 발아에 필요한 영양분조차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래난초는 무서운 전략 하나를 생각해 냈다. 난균이라는 곰팡이 무리를 불러 모아 놀랍게도 자신의 몸에 기생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균사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해서 발아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난균까지 완벽하게 분해, 흡수해서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까딱 잘못하면 거꾸로 균의 침입을 받게 돼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마치 "살을 잘라 뼈를 세우는 것"과 같은 위험한 전략이다.’

 

이쯤 되면 타래난초가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얼마나 치열하게 꽃대를 피워 올리는지 아시겠죠?

 

 

물레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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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물레방아처럼 생겨서 "물레나물"이라고 했답니다. 햇볓 많고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는 우리풀꽃입니다. 노랑나비 같은 꽃잎에 자주색 금실 같이 반짝반짝 윤기 나는 꽃술을 가졌다 해서 금사호접(金絲蝴蝶)이라 부르기도 했다고도 하고, 노란 해당화 같이 생겼다 하여 ‘황해당’이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임도를 만들기 위해 절개해 무너져 내린 곳에서 주로 보았습니다. 따가운 햇살 견뎌내며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생존력이 대단한 물레나물,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고 약용으로 활용을 한다고 하네요.

 

 

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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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과의 식물로 "사상자蛇床子"라 합니다. 뱀이 좋아해서인지 뱀밥풀, 뱀도랏 이라고도 한답니다. 줄기 끝에 몇 개의 가닥으로 올라가 꽃을 피우는 방식을 산형과라고 하는데 "뚝갈"을 비롯해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개사상자"와도 구별이 안 돼 그냥 "사상자"라고 하겠습니다.

 

약재로 쓸 때에는 신장을 따뜻하게 해 양기를 돋우고 남성호르몬을 자극한다는군요. 물론 여성 질환에도 좋다고 합니다. 솔깃하죠? 우리나라 지천으로 나는 풀꽃 치고 사람 몸에 안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처럼 여기저기 좋은 성분이 있다고만 하지 말고 과학적인 성분분석으로 좋은 약리작용을 하는 풀꽃들은 나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랑어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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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생태공원에 한창 피어올랐습니다. 노랑어리연은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호수전체를 잎사귀로 덮은 그 사이에 노란꽃잎을 꽃대를 통해 올려 세웁니다.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해서 여름 내내 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생태공원 연못위에 피어올랐습니다. 작아서 더 눈길이 가는 노랑어리연, 연꽃치고는 예쁜 편은 아니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반갑게 피어 올라와서는 여름 한철을 자리 잡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올해도 당연한 듯 노랑어리연이 피어올랐습니다.

 

 

쉬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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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지방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자생하는 쉬땅나무입니다. 평안도에서는 수수깡을 쉬땅이라지요, 수수깡을 닮아 "쉬땅나무"라고 했답니다. 작은키나무에 하얀색 꽃송이가 가지 끝에 피어나면 눈송이같이 아니 하얀 솜사탕이라고 해야 할까? 몽실몽실 피어납니다. 벌과 나비는 한 송이에도 몇 마리씩 모여들어 꿀을 찾습니다. 밀원 식물로 손색이 없다는 거죠. 아름다운 장미과의 쉬땅나무.

 

대청댐 가는 길 공군본부 철망 가에 쉬땅나무를 잔뜩 심어놓았더니 올해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울창한 나무가 필요했던가 봐요. 조금은 숨어있어야 하는 군부대 철망사이로 하얗게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 쉬땅나무가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개쉬땅나무"로 배웠어요. 지금은 그냥 쉬땅나무라고 한답니다. 두개가 다른 종인지 같은 종인지 잘 모르겠어요. 올해는 우리 동네 원흥이방죽 가에 활짝 피어있습니다.

 

 

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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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원 화백은 이 녀석을 늘 "뻥수국"이라고 불러요. 수북한 꽃술 가에 하얗게 피워 올린 커다란 꽃잎이 사실은 꽃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려 산수국이 전략적으로 마련한 시각용 꽃, 가 꽃이라고 합니다. 본래 꽃은 한 무더기로 올망졸망 꽃 같지 않게 피어있어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어려우니 멀리서도 잘 보이는 가 꽃으로 일단 유혹을 하는 거지요. 이 가 꽃은 원래 꽃들이 수정을 다 마치고 나면 휙 등 돌려 마치 나뭇잎처럼 광합성에 동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산속에서 만나는 산수국은 정말 황홀합니다. 깊은 산 습지 쪽에 주로 피어나기 때문에 숲을 헤집고 나가다가 산수국 무리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풀꽃들이 지고 나서 울창한 숲으로 녹음이 우거질 무렵 피어올라 그 만남의 감격은 훨씬 더 큰 산수국입니다.

 

 

참깨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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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소박하고 수수하게 피어나지만 고소한 깨 만드는 참깨 꽃입니다. 요즘 한창인데요. 꽃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나지는 않습니다. 벌들이 참깨 꽃 속으로 바쁘게 드나들고 있네요. 신혼부부 사는 동네에는 참깨 볶는 고소한 냄새가 난다고 하지요? 아라비안나이트의 "열려라 참깨"는 그와는 상관 없는 거지요? 왠지 참깨 꽃을 이야기 하자고 하니 고소하고 달콤한 느낌을 전달 받는데, 정작 참깨 꽃을 볼라치면 그저 수수한 분홍색 옷자락만 생각납니다. 참깨 꽃이 한창인 오후.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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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라고 하는데 또 다른 이름으로 꽃이 백일동안 핀다고 "나무 백일홍"이라 합니다. 사실은 한 나무에서 피었다가 지고, 다시 피고 하는데 꽤 오랫동안 피어있답니다. 지금부터 피기 시작했으니 꽤 오래 갈 겁니다. 줄기에 껍질이 없는 것처럼 미끈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드나무 라고도 부른답니다. 오래된 배롱나무 일수록 분홍색 수피가 아름답습니다.

 

배롱나무를 간지럼 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 나무 밑 둥만 살짝 만져도 나무 끝부분까지 파르르 떨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한번 해보시면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찢어진 치맛자락 같은 분홍색꽃잎과 노란색 꽃술이 잘 어울리는 목백일홍 꽃이 피어납니다.

 

 

사철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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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푸른 나무 사철나무입니다. 요즘 사철나무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사철나무꽃에는 파리들이 많이 앉아있더군요. 충매화가 부르는 곤충들은 다양합니다만 파리까지 모여들게 하는 녀석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어 경계목으로 많이 활용되는 사철나무는 최근에 다양한 용도로 쓰임새가 많습니다. 공해에 강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다보니 거리에서도 흔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사철나무의 꽃을 자세히 본적은 흔치 않을 거예요. 푸른색 섞인 흰색의 아주 작은 꽃이라 더 그럴 겁니다. 그래도 빨간 열매가 네 조각으로 매달릴 즈음이면 눈길이 갈까요? 요즘 사철나무꽃이 피어나는 때입니다. 눈길 한번쯤 봐주는 센스..

 

 

부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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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 깊은 불자가 여름날 물이 불어나 연꽃을 바치지 못하고 그 대신 바치게 된 꽃이라고 "부처꽃"이라 합니다. 물기 많은 논둑 가에 흔히 피어나는데 우리 동네 원흥이 방죽이며 생태공원에 한창입니다. 꽃 색이 강렬하고 무리지어 피어있기도 해서 관상용으로 활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생태공원에는 일부러 식재한 것으로 보이는 부처꽃 무리들이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풀벌레소리, 매미소리 들릴 즈음 보라색 꽃 한꺼번에 피워 올리는 부처꽃에 아름다운 나비가 앉을 곳을 찾고 있는 장면을 운 좋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패랭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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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패랭이 종류들이 수십 종이라서 오히려 무심하게 지나쳤었는지 모릅니다. 색상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양한 패랭이 종류, 거기다 수입된 해외의 패랭이까지 포함된 원예종 패랭이를 접하다가, 뒷동산 오르던 오늘 아침 무덤가에 피어있는 재래종 패랭이가 문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날, 더구나 장맛비 아무 때나 내리고 나면 마구 자라나는 억센 풀들과 경쟁하면서, 선분홍색 꽃 아름답게 피어내고 있는 패랭이꽃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렇지 우리네 산천 야생의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꽃 피우는 패랭이. 서민들 쓰고 다니던 패랭이 닮아 이름도 패랭이가 된 아름다운 풀꽃을 내 맘속에서 다시 되찾은 느낌입니다. 오늘은 내 가슴에 패랭이가 들어온 날.

 

 

도라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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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누구에게나 도라지꽃과 연관된 이야기 하나쯤 있을 겁니다. 나는 우리 장모님 댁 도라지양념구이가 떠오릅니다. 사실 씁쓸한 맛에 양념 무쳐 놓은 도라지나물에 손 안가잖아요? 도라지가 맛있는 나물이라는 생각은 정말 해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도라지를 찧어서 양념을 한 후 호일에 감아 구워주시는데 정말 맛이 좋더라구요. 그때부터 도라지가 맛없다는 선입견이 없어졌답니다. 물론 더덕도 그렇게 구워주시죠. 물론 3년생 이상 되는 생 더덕을 그냥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도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시던 장모님이 알려주셨지요. 그래서 도라지만 보면 저는 장모님 생각이 납니다.

 

남들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넣어도 대바구니 철철 넘친다"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못 느끼겠어요.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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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방죽 생태공원에 원추리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이곳 공원 조성의 의미를 모르시는 어르신 한분이 나물로 데쳐 드신다고 심어놓은 원추리 순을 따고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우리네 어르신들은 예쁜 꽃보다 식구들 먹거리가 더 중요했던 삶을 이어오셨던 습관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라던데 누굴 기다리는 걸까요? 이제는 따로 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순이 올라와 꽃을 피우는 우리 동네 원추리 꽃이 그림처럼 한창입니다.

 

 

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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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바로 참나리 입니다. "나리나리 개나리는 나쁜 나리, 나리나리 참나리는 목민관 좋은 벼슬아치를 지칭했다"죠? 백합과의 "나리"는 종류가 참 많습니다만 우리네 산야 호랑이 얼룩 닮았다는 "참나리"가 대표 "나리"랍니다. 백합이 인위적 개량종으로 태어났다면 , "참나리"는 순수 야생종입니다. 꽃말이 "진실"과 "순결"입니다.

 

잎겨드랑이 줄줄이 달려있는 "주아"는 꽃 필 무렵 함께 성장해 땅에 떨어지면 자가수분 돼 다시 피어납니다. 그렇다고 참나리가 폐쇄화는 아니구요, 충매화로 분류합니다. 까짓것 찾아주는 매개곤충이 없다면 혼자 알아서 씨앗 만들어 번식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질긴 생명력으로 예쁘면서도 당당하게 살아남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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