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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은 이게 문제인 것 같다. 벌써 유언장 같은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냈다. 그다운 빠른 결론을 내렸다. 그는 늘 결론이 빠르다. 그리고는 그런 결말로 가는 것에 대해 의심하거나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의 1장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2장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다. 그리고는 남아있는 삶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그동안 살아왔던 회자정리 같은 결말로 책을 이끌어간다.
유시민은 정말 유능하고 영민하다. 정의롭고 도전한다. 항상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점과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에 능하다. 소위 말 빨로 그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는 늘 결론이 빠르다. 정말 결론은 그렇게 날것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결론부터 내리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내가 느끼는 유시민은 결론부터 내리고 시작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런 느낌으로 읽었다.
언젠가 도종환이 방송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난 소심하고 남들 앞에 나설 용기가 없고 가난했기에 졸업 후 선생님이 돼 그렇게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사랑하던 아내가 죽었다. 그 절망 속에서 시집이 백만 부가 넘게 팔려서 유명한 시인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전교조 위원장이 됐고, 구속 후 10년간 교단에 설 수 없었다. 내가 원하지 않았다. 다시 복직을 했고 재혼도 했다. 그렇게 살아갈 줄 알았으나 몸이 무너져 학교를 그만두고 산속 요양생활을 하면서 살아온 날을 정리하게 됐다. 그러나 다시 건강을 찾고 국회의원이 됐다. 운명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자리에 날 세워놓았다. 앞으로도 운명은 날 어느 곳에 세울지 알 수 없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스로 정한 삶의 방향은 맞닥뜨리는 현실을 해쳐나가는 등대와 같다. 어떤 결론으로 이끌어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럴 때 마다 빠른 결말을 정답처럼 내리기만해서는 사람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정치인은 더 기다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시민의 결단은 함께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가 선택했어야 했든 아니면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든 상관없이 결정했고 멀리서 보기에도 늘 빠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가 올발랐는지 아니었는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그의 그동안 책에 대한 구독자로, 그가 선택한 한때의 일부 정치적 결정에 적극 동의했었던 여러 명 중에 한명으로, 또다시 그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어본 독자로서, 이 책은 조금 더 후에 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삶과 맞서야 할지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너무 영민해서인지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에 대한 에필로그를 끝으로 책장을 덮으면서도 많이 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유시민이 살아왔던 길에 대한 항소이유서 같은 느낌의 책이다.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앞으로 또 어떤 유시민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