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 Daum 웹툰 / 위즈덤하우스
Daum 웹툰의 완결작품 평점 1위에 빛나는 윤태호작가의 만화 『미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허영만의 『식객』이후 만화 서평을 쓰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윤태호 작가는 이미 영화로도 나온 적이 있는 『이끼』의 원작(만화)자다. 영화를 먼저보고 만화를 보았는데 만화의 소름 돋는 스토리전개에 이름을 기억하는 또 한사람의 만화가가 생겼다.
『미생』未生의 부제는 ‘아직 살아있지 못한자’다. 바둑에서 두 집이 만들어지지 않아 살아있지 못한 돌을 ‘미생’未生이라 하는데 여기에서 따온 말이다.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사가 되려했다가 포기한 주인공이 대기업의 비정규직원으로 들어가서 경험하는 내용이다.
인턴시절부터 주인공의 포지션은 말 그대로 미생未生 인 셈이다. 주인공이 살아나고자 버둥거리는 대기업에서의 노력과 직장인들의 삶이 살아있는 듯 그려진다. 직장인들의 애환과 고뇌가 바로 이 만화 『미생』의 줄거리다.
중국의 기사 ‘네 웨이핑’과 한국의 ‘조훈현’이 응씨배 6번기 5번국의 145수까지가 첫 장 첫 그림부터 시작된다. 그리고는 145수가 마지막편이 되는 것이다. 만화의 배경이 되는 건물들과 골목길 등 곳곳은 종로를 비롯한 서울시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이것만해도 대작의 풍모가 나온다. 매회 내용을 이끌어가는 소재의 풍부함과 현실감은 에피소드가 끝날 때 마다 감동을 자아내도록 한다. “생각하지마, 눈앞에 것만 봐, 일개미가 임신을 생각하는 순간 그 조직은 개판이 되는 거라고” 부하직원들에게 하는 말 아닌가.
『미생』의 미덕은 개개 캐릭터의 사실성과 어딘가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선악의 구도가 아닌 인간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관계가 이어져 나가는데 있다. 회사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 하나까지 현실적이다. 수출입을 하는 종합상사인 ‘원인터네셔널’이라는 회사의 상사맨으로 시작하는 샐러리맨의 현실과 만년 과장과 대리가 함께는 영업3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고 함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캐릭터들은 너무 리얼하고 현실적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주인공 장그래와 함께 입사한 동기들 개개인의 캐릭터 역시 이 시대를 반영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때는 협력하고 또 어떤 때는 경쟁하면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회사 속에서 성장한다.
『미생』의 후기 4편까지 보고나니 처음부터 다시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일단 웹툰의 감동과 책자로 발행된 것은 감동부터 다를 것 같다. 이럴 때 고민이다. 웹툰을 통해 공짜로 본 것에 대한 미안함. 사서 다시보고자 하나 이미 다 봐버린 상태에서 아홉 권의 만화책을 구입한다는 부담감. 어쨌든 작가에게 고맙다고, 이런 웹툰을 볼 수 있는 동시대인이어서 더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