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잘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1)규제 완화
오늘의 독일 경제성과의 밑거름이 된 것은 2003년 도입된 `어젠다 2010" 정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정책을 통해 고용 시장을 유연하게 한 것이 통일 후 최대인 현재 4천200만 명이 일자리를 가진 토양을 제공했다.
"어젠다 2010의 핵심은 규제완화와 고용시장 유연화"라면서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임금 근로자를 양산했다"스탠퍼드 대학의 울리 브뤼크너 교수.
(2)사회적 합의 정신과 듀얼 시스템
독일 경제의 저력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문제점을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데 있으며 이것이 `독일의 모델"이라고 도이체벨레는 강조했다.
"독일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을 보면 마치 엔지니어링과 흡사하다"면서 "정치 제도가 기어 시스템이라면 그 안에서 서로 다른 기관들이 법을 지키며 맞물려 돌아간다"-스탠퍼드 대학의 울리 브뤼크너 교수
이러한 합의 정신의 바탕 위에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직장에서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산학협동인 `듀얼 시스템"은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비결이다.
매년 10만 명의 새로운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고용시장에 새로 수혈된다. 비록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듀얼 시스템을 통해 전문가가 되도록 훈련된다.
브뤼크너 교수는 "만약 내가 물류 산업에서 일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언어와 회계를 배우고 어떻게 시장이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틀 안에서 전문가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3)가족 사업과 앞선 기술력
독일 내 기업 300만 개 중 대기업은 1%도 되지 않는다. 99%는 500명 이하의 근로자를 거느린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가족기업이다.
쾰른 경제연구소(IW)의 클라우스-하이너 뢸 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대부분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대기업들이 그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결국은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이전한다"면서 "독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즉, 독일의 가족 기업은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완충작용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아시아의 저임금 경제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독일은 `메이드 인 저머니"의 보너스 효과를 얻고 있다.
독일 제품의 브랜드 가치는 앞선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독일은 매년 연구개발에 유럽 내 최대 규모인 700억 유로(약 102조원)를 투입한다.
독일은 막스플랑크 연구소나 프라운호퍼 연구소 같은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전국 연구소 네트워크가 있어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4)우수한 정치인 메르켈
메르켈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여성 정치인’으로 만든 비결은 ‘원칙의 리더십’ ‘기다림의 리더십’이다. 슈피겔지는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 중동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안정된 손(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메르켈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독일 정치인은 없다”고 분석했다. 즉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하면서 차분함을 잃지 않는 메르켈의 리더십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청춘을 보낸 물리학자답게 메르켈은 정책 입안과 수행에 있어 체계적, 분석적, 단계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 즉효 처방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맞서 그는 ‘개혁 없이 지원 없다’ ‘속도보다는 질’을 고수해 숱한 공격과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8년의 집권기간 동안 ‘깜짝쇼’나 화려한 정치이벤트를 벌인 적도 거의 없다.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CNN은 메르켈 리더십의 비결을 분석하면서 “정치인의 지루한 스타일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독일 국민성과는 잘 들어 맞는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메르켈은 야당의 어젠다를 과감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감성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독일 내 원자력발전소 폐기, 징병제 폐지, 가정복지 강화, 양성 평등정책 등 사민당(SPD)과 녹색당의 주장을 전격 수용하는 실용주의적인 접근방식이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이번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3선 성공으로 날개를 단 메르켈은 선거기간 동안 미뤄 놓았던 독일 사회 및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민당과 대연정이 성사될 경우, 긴축보다는 성장 쪽에 무게를 더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유럽 정책에서는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인 재정연합(Fiscal Union), 은행연합(Banking Union) 구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