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 멜레 지음 / 이은경․유지연 옮김 / 엘에이치코리아
이런 책이 나올 때 쯤 됐다. 아니 좀 늦은 감이 있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번역본 책일 경우 비슷한 모티브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쓰여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책이 주장하고자 하는 ‘디지털시대에 다윗은 어떻게 새로운 골리앗이 되는가’ 라는 부제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한발 더 나가서 이미 한국사회에서는 이 책의 각 장에 나오는 주제에 부합하는 변화의 증거가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이 기존 뉴스매체보다 한 발 앞서 속보를 전한다. 갓 등장한 정치 신인이 기성 정치인을 무너뜨린다. 페이스북에서 조직된 민간 반군 세력이 기존 군대에 도전한다. 시민들의 참여로 정부 관료 체제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정책 개혁을 이루어 낸다. 이름 없는 뮤지션이 음반회사를 거치지 않고 유튜브에서 파란을 일으킨다. 파자마를 입고 일하는 20대 벤처 사업가가 거대 기업을 위협하고 심지어 억만장자가 되기도 한다.’ 시작하는 첫머리 문장에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모든 주제가 담겨있다.
급진적 연결, 즉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끊임없이 전세계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은 전통적인 거대기관을 급격히 흔들고 기존 체제를 벗어난 신흥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며 정치경제문화 전영역에 걸쳐 우리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이미 우리에게도 갓 등장한 안철수라는 개인이 거대정당의 후보와 경쟁하는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됐다. 부도덕한 권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해 지난 대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며 국가기관이 시민의 여론을 왜곡하고 선거의 결과마저 왜곡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여있다. 시민들은 언론권력에 맞서는 협동조합 언론을 만들어 간다. 이미 팟캐스트 나꼼수는 언론의 지평을 대폭 확대했다. 가수 싸이는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한 가수로 새로운 돌풍의 신화가 됐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코 멜레’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라고 연희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여전히 육개장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장하는 바의 사례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고는 있으나 어디선가 그 선례가 분명한 한국의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니코 멜레’는 하버드케네디스쿨의 교수로 ‘에스콰이어’선정 미국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고 있다. 저자의 특이한 이력 중 눈길을 끄는 사항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하워드 딘 선거캠프의 유일한 웹사이트 담당자로서 웹사이트를 통해 약 700만 달러(약 79억원)가 넘는 모금을 함으로서 미국 정치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혁신적인 국면을 개척했다. 직접 인터넷이 다윗을 새로운 골리앗으로 만드는 강력한 도구임을 입증 한 것이다. 이후 ‘에코디토’라는 인터넷 전략 컨설팅기업을 설립하고 첫 고객으로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버락 오바마가 2004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시대, 현대판 빅 브라더의 등장, 거대 권력에 맞서는 시민의 전략, 디지털시대 새로운 변화의 상황을 정리해 주는 책으로 손색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