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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프랭크 지음
/함규진 임도영 옮김 / 갈라파고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가부도 상황에 이르렀다. 국가의 파산을 염려하던 시기, 이런 상황을 만든 공화당은 한마디로 ‘망했다’고 해야 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 상황은 이제 국가 재난을 몰고 온 경제 관료, 대기업에 ‘괜찮다’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언론들 까지 혹독한 비난과 징벌을 받을 것이었다. 수없이 많은 서민들이 회사에서 잘리고 길바닥에 나앉거나 목을 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제난의 주범인 기업과 금융기관은 막대한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고, 오히려 서민들은 훨씬 더 어려워진 삶에 허덕이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의 임직원들은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됐으며, 100만 달러가 넘는 돈으로 사무실을 꾸미는데 지출했다.
그럼에도 2010년 미국의 공화당은 사상초유의 압승을 했다. 누구도 심판받지 않고 보수주의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기 허덕거리던 ‘국민’들이 다시 공화당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을 빨갱이국가로 만들려는 사회주의자 오바마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상
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미국의 공화당은 늘 자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앞세워 국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루스밸트도, 클린턴도, 그리고 오바마도 미국 경제에 숨통을 터주고는 다시 공화당의 깃발아래 패배하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실패한 우파는 승리자가 되고 마는가?
토마스 프랭크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우파들의 우매하고 단순하면서도 몰상식하지만 국민들에게는 ‘먹히는’ 그 방법과 실체를 폭로한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보았던 일들이 떠오른다.
우선 나라를 망친 경제 범죄는 국가의 보상을 받았다. 그 보상을 해주는 대상은 민주당이었고 그 이름은 ‘구제금융’이었다. 2011년 4월 뉴스위크는 100달러짜리 돈뭉치를 움켜쥔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누군가를 조롱하는 젊은 은행가의 사진으로 장식했고 그 비웃음은 “월가는 승리했다”는 것이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황량해진 광산촌은 ‘불황 통에 자신들이 잊혀버린 것’에 대한 반발로 공화당의 손을 들어줘 버렸고, 그해 11월 미국총선거에서 미 하원은 1938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의석 이동이 일어나 공화당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이것은 서막에 불과 했다. 미국의 보수들은 오래전 매카시가 불러일으킨 적색공포를 다시 집어 들었다. ‘버락 오바마는 사회주의자’로 매도됐다. ‘미국정부는 불순분자들로 득실거렸고, 대통령은 사설군대를 만들고 있었으며, 자유주의자들은 경제를 더욱 망가뜨리고 있다’고 선동했다.
좌파학자들과 노동조합과 정부에 이르는 자유주의자들이 경기침체의 책임자들이라고 했다. 뉴트 깅리치는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 나치독일과 소련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엄청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닥친 문제는 잘 알다시피 미국이 죽느냐 사느냐의 여부다.” 여기에 미국 우파들은 절대로 사업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익보수단체들은 티파티를 통해 보수주의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2010년 2월 내슈빌에서 열린 티파티에서 공화당 부통령후보까지 지냈던 사라 페일린의 등장과 함께 참석자들에게 각각 549달러씩 지급했다. 사라 페일린은 낙선 후 알래스카 주지사 자리를 부지사에게 인계해 버리고 책, 인터뷰, 텔레비전 쇼를 통해 들어오는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선택했다. ‘쓸데없는 주지사 일 따위 누가 하든 알게 뭐란 말인가’
여기에 보수주의자들은 좌파를 흉내 내어 좌파를 넘어섰다. 자본주의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 혹은 망상으로 억만장자들의 단결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적절한 대처보다는 자신들의 보위에만 급급했다. 스스로 세워온 원칙도 지켜내지 못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지 않는가? 일련의 상황이? 이 책도 지금쯤 읽어보기에 시의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