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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저자와의 대화 인터뷰
기사입력 : 2014-01-23 오후 09:19:34

- 경남지역 신문협회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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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갑습니다. 책 제목을 무릎을 굽히면 아이들이 보입니다.’라고 정했습니다. 제목에 담긴 특별한 메시지가 있으십니까?

 

답변: 현재, 경남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아이들이 천국에 갈 수 있는 이유는 맑고 선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라는 말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 가장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라는 질문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부모의 뜻대로 교사의 생각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거지요. 주입식 교육의 한계입니다. 당연히 의문을 품지 않는 아이가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란 만무합니다. 글로벌한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야합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넘어 마음높이를 맞춰야하는 거지요.

 

2) 토끼와 거북이의 2차전 경주와 같은 이솝우화를 패러디한 것이 인상적인데, 2014년 경남의 교실 풍경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2014년 경남 교실의 풍경, 한마디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잘 달리는 토끼와 바다에서 수영을 잘하는 거북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달려서 이기기를 강요한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거북이가 잠자고 있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경주를 했듯, 뒤처지는 친구와 함께 갈 여유가 없습니다. 우정보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교실이지요.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밤늦게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자는 아이들을 보고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무너진 공교육, 모든 것이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성적만 좋으면 최고라는 생각이 창의성도 인성교육도 부재한 교실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3) 학교폭력과 왕따, 자살과 같은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지 못한 것에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답변: 영화 파수꾼을 보고 한동안 멍하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외로움과 불안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폭력, 왕따, 자살... 청소년 문제는 끊이지 않는데,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반성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친구들 속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청소년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나 가정, 그리고 사회 어디에서도 기댈 곳이 없을 때 청소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청소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관심인 것입니다.

 

소설 속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청소년들의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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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제 어른은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교사생활을 오랫동안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교사시절, 몽둥이를 든 적이 있다고 고백하셨던 것처럼 교권을 위협하는 학생을 지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습니까?

 

답변: 창원 문성고등학교 교사 시절, 학생에게 몽둥이를 든 적이 있습니다. 학생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덜 성숙한 교사였던 거지요. 뒤늦게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임을 알았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규율을 만들고 지킬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니, 저 몰래 자율학습을 빼먹거나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때 느꼈습니다. 교사가 들고 있는 몽둥이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은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말입니다.

 

밖으로 드러난 문제보다 안으로 곪아가는 문제는 해결하기 더 힘든 법입니다. 과감히 아이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할 때 교권 또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공히 함께 존중해야 하는 가치입니다.

 

5.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 넘을 수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현장 교사들을 만나 교사로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업무처리라고 말합니다.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입니다.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수준 높은 교사, 잡무 능력이 뛰어난 교사가 아닙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교사가 수준 높은 교사입니다.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교사들의 수준을 높여야합니다. 교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잡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교수 학습지원 센터를 마련해 교사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교사 개인의 능력과 헌신만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6. 학벌 사회에서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욕망을 탓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과열된 사교육과 붕괴된 공교육,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답변: 학벌이 주는 프리미엄이 큰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시장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저는 의문입니다.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의 욕망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사교육과 공교육, 원래의 목적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개성과 특기를 계발하고, 학교교육 과정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의 학습을 보충해주는 사교육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교육이 공교육의 보완제가 아니라 대체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원에서 학교 수업의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에서는 도리어 학원 숙제를 하거나 밀린 잠을 보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입시위주의 학벌사회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학부모의 욕망을 멈출 브레이크는 없어 보입니다. 폭주하는 기차에서 혼자 뛰어내리려는 부모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과열된 사교육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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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은 창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답변: 스웨덴 국가교육정보원장을 지낸 황성준 박사의 일화를 보면 창의성 교육이 부재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오래 생활한 황박사가 아이를 한국대사관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에 보냈다고 합니다. 미술시간에 하늘을 그리는 수업을 했는데, 황박사 아들이 교사에게 혼이 났다고 합니다. 하늘색을 파란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창의성을 인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어릴 때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가 제도권 교육을 받으면 창의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구요. 충분히 걱정할 만한 현실입니다. 학교에 가는 순간, ‘?’라는 질문은 하기 힘들어집니다. 주입식 교육이 시작되지요. 일 더하기 일은 무조건 2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연구하는 학습이 안 되는 겁니다. 창의성이 없는 학교 교육, 절대로 될 성 부른 나무의 떡잎을 제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8. 책 곳곳에서 스웨덴 교육을 예로 많이 드셨습니다. 스웨덴 교육에서 가장 크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답변: 제일 부러운 것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이는 3자 모임입니다. 학기 초와 학기 말에 한 번씩 모이는데, 학기 초 모임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한 학기 학습 목표를 정해 발표를 합니다. 그러면 교사는 학생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자신의 과제를 말한다고 합니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과제를 발표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학기 말 모임에서는 목표에 따른 성과와 과제를 평가한다고 합니다. 교육은 학교와 교사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인식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것입니다.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함께 교육의 질을 높여가는 스웨덴의 교육환경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9) 경남교육위원 8년 동안 경남교육위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남도교육청의 혁신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혁신해야 할 과제가 무엇입니까?

 

답변: 경남도교육청의 존재 이유를 돌아봐야 합니다. 교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학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도교육청의 존재 이유가 아닙니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를 지원하는 역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지역 교육청마다 교수-학습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교수 자료실, 학생 상담실, 장학 민원실을 둬야 합니다.

 

교사에겐 체계적인 자료와 풍부한 아이디어를 교수 자료실을 통해 제공하고, 부모들에겐 대학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 때 제공해야 합니다. 학생들과는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해야 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경남도교육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조직 문화의 혁신도 가져와야겠지요. 부정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도교육청은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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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교육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답변: 사람들을 만나면 저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박종훈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라고 말입니다. 저는 단언컨대 교육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인 잣대로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전적 의미로 진보가 정도나 수준이 차츰 향상하여 나간다는 뜻이라면 저는 교육은 진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내일의 교육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교육은 진보냐, 보수냐...이념적인 논쟁이 아니라 과거 지향적이냐, 미래지향적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올바릅니다.

 

11)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답변: 교사생활 20, 교육위원 8, 그리고 현재 사단법인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까지... 30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을 책 한권에 담았습니다. 작은 생각이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눈다면 경남교육의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 힘든 경남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한 줄이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쁨으로 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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