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식 발행인 |
오프라인 상에서야 서로를 보며 음성의 높낮이와 완급 등 말하는 이의 표정으로 완벽한 의사전달이 이뤄지겠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오로지 자신이 자판에 입력하는 텍스트와 몇 개의 부호만으로 희로애락 감정이나 음의 고저장단을 표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젊은 층으로부터 시작된" 거의 음어에 가깝다 할 정도의 기발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이제는 중장년층에서도 거리낌 없이 가져다 쓰는 형편이다.
컴퓨터 보급이 확산되면서 암호나 음어에 가까운 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이른바 ‘듣보잡’ 이라 젊은이들은 축약해 쓴다) 말과 그 표현에 학자들이나 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초창기에는 발끈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아 있는 편이다. 특별한 혼란 없는 가운데 편리성이 부각되면서 별 탈 없이 잘 쓰이고 있어 논쟁거리로 생각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실제로 공공연하게 그릇된 맞춤법의 한글들이 읽혀지고 공공장소에서 내뱉는 말이 들리는데 대해서는 굳이 국어 학자가 아니어도 지적하고 또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칫 잘 못된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국어체계 전반을 흔들어놓아 부작용도 생길 터이기 때문이다. 하긴 엉뚱한 경우지만 ‘먹거리’가 표준말이 되기도 하기에 별스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지적한다.
내일부터 설 연휴에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혹은 대형매장이나 금융기관 등 여러 곳에서 안내하는 여성들로부터 ‘즐거운 설날 되십시오’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 ‘행복한 설 되십시오’ 라는 인사를 받는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설’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건강하고 복을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설날’이 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행복하고 즐거운 설날을 보내고는 싶다.
그렇다. 사람이 설날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뜻 들으면 별 탈이 없어 보이는 ‘행복한 명절 되십시오’ 라는 인사말 속에는 ‘당신이’ 또는 ‘당신은’ 이라는 주어가 생략돼 있어 궁극적으로는 말하는 사람에게 명절이나 설날이 되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가서 받는 인사는 또 어떤가. 나더러 ‘쇼핑’이 되란다. ‘어서 오십시오. 즐거운 쇼핑 되십시오’. 나는 쇼핑이 돼서도 안 되고 쇼핑이 될 수도 없고 되기도 싫다. 다만" 즐거운 쇼핑을 하고 싶을 뿐이다. ‘어서오십시오. 즐거운 쇼핑하십시오’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지금 밖으로 나가 도로가에 걸린 귀향 환영 현수막을 몇 개만 보라. 절반 이상은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 다.
이제 바로 쓰자. 사람한테 훌륭한 의사나 변호사" 선생님이나 과학자" 사업가가 되라고 하지는 못 할망정 쇼핑이나 명절이 되라고 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