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과 우수 사이. 음력으로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재봉춘(再逢春)이라고도 한다.
봄 "春"의 자의(字義)는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나오는 모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화(神話)적 해석으로도 봄은 시작과 풍요,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입춘풍속으로 제주도에서는 입춘일에 큰 굿을 하는데 입춘굿이라고 하여 가가호호 방문하여 걸립(乞粒)을 하고 상주(上主)ㆍ옥황상제ㆍ토신ㆍ오방신(五方神)에게 제사하는 의식이 있다.
농가에서는 보리 뿌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가닥이면 평년이고,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하여 그해 농사가 잘될지 잘못될지 점을 치기도 했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1819)「정월」편에 “여염(閭閻)집과 시장의 가게에서는 모두 종이를 잘라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 쓰고, 그것을 기둥이나 상인방에 붙인다.
혹은 시(詩)나 사(詞)로 대신하여 축복하는 뜻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궁전의 춘첩자의 예와 같다”고 했다. 또한『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에는 “대궐 안에는 춘첩자를 붙이고, 사대부와 서민의 집 그리고 시장의 가게에는 모두 춘련(春聯)을 붙여서 봄이 온 것을 기리고 신에게 비는 것을 춘축(春祝)이라고 한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대문 앞에 ‘입춘대길’을 붙이는 것은 궁중에서도 행해진 풍속임을 알 수 있다.
입춘에 먹는 시식으로는 다섯 가지 매운맛 나는 나물로 만든 오신채(五辛菜)가 있다. 입춘이면 궁중에서는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을 진상하고 민가에서도 서로 선물로 주고받았다.
"오신반(五辛盤)"으로 불리기도 한 ‘오신채’는 ‘오훈채(五葷菜)’라고도 불리는데 자극성이 강하고 매운맛이 나는 채소를 가지고 만든 나물을 뜻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나물의 종류가 다르지만 파, 마늘, 자총이(파의 한 가지로 땅속줄기는 보통 파보다 훨씬 매움), 달래, 평지(유채; 겨자과의 이년초), 부추, 무릇, 미나리의 새로 돋아난 싹이나 새순 등 여덟 가지 나물 중에서 색을 맞춰 다섯 가지를 골라 나물을 무쳤다.
노란색 나물을 중앙에 놓고 주위에 청, 백, 적, 흑의 나물을 담았는데, 여기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사색당쟁을 초월해 하나로 뭉치는 정치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또한 임금님이 오신채를 진상 받아 중신(重臣)들에게 하사하기도 했는데 화합을 바라는 임금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경도잡지(京都雜誌)』「세시편」에 “경기도 골짜기의 여섯 읍에서는 움파, 산갓(山芥), 승검초를 진상한다.
산개는 초봄 눈이 녹을 무렵 산에서 자생하는 겨자이다. 끓는 물에 데쳐 초장으로 조미하면 맛이 대단히 매워서 고기를 먹은 후에 먹으면 좋다. 승검초는 움에서 기른 당귀이다. 깨끗하기가 마치 은비녀 다리와 같은데, 꿀에 찍어 먹으면 매우 좋다”라고 했다.
여기서 경기도의 여섯 읍은 지금의 양근, 지평, 포천, 가평, 삭녕, 연천을 말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척유편」에 “동진(東晋) 사람 이악이 입춘날에 무와 미나리로 채반(菜盤)을 만들게 해 서로 선물했다”고 하고, 「척언(摭言)」에서는 “안정군왕(安定郡王)이 입춘날에 오신채로 채반을 차렸다”고 했다.
서민들도 입춘이 되면 으레 오신채를 먹었는데 승가에서는 어찌나 양기를 올리는지 금했다고 한다.
출처 : 한국세시풍속사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