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 한겨레출판
러시아출신 한국인이며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인 박노자의 책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를 통해 우리가 알던 전통적인 국가관에 대해 전면적 고민을 하게 된다. 여전히 우리에게 타민족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비루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다민족 한국인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런 면에서 박노자교수는 상상을 넘어서곤 한다. 박노자교수는 누구보다 한국사에 탁월하다. 거기에 한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보지 못한 또 다른 한국의 이면을 들쳐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존재다.
얼마전 청주에 강연차 방문한 박노자교수의 단재 신채호와 관련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역사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해박한 지식은 강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그만의 진보적 사관에 근거한 현실인식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로 도서관을 뒤져 박노자의 책을 빌려 읽었다. 바로 그 책이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다.
박노자는 묻는다. 국가는 누구의 편인가, 정말 국가는 국민의 편이 맞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의 주장은 국민을 위한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전쟁하는 기계로서의 국가,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지는 국가간의 전쟁, 평화를 위한다는 국제법 조차대포 한방에 휴지 쪽이 되고 만다는 논리, 아프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되는 부분이 많다. 그동안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인격의 살인, 개인에 대한 충성 요구, 국가폭력으로 인한 인권의 말살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박노자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전쟁에 대해, 종교와 전쟁 그리고 국가에 대해 풀어나간다. 국민은 어떻게 길들여지고 전시체제에 순응하게 되는지 자본주의가 전쟁을 어떻게 활용하고 한국기독교와 반공주의가 어떻게 결합해 나갔는지를 밝혀준다. 여기에 일제 군국주의가 지금의 한국사회에 남겨놓은 국가주의 유산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김동춘 교수는 이 책의 추천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정작 우리를 몹시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다. 전쟁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며,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건 사실상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거짓말이라는 지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사무총국이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부의 비국민, 즉 가난한 사람들을 조직적이고 대량으로 살해하는 기계라는 그의 주장도 그만의 것은 아니다. 그의 글은 국가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자신의 이중적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그는 합리적 조절자로서 국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 진보세력에 날카롭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