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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기사입력 : 2014-03-14 오전 07:51:19

  이기철 /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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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철 /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시인

우수 경칩 다 지나니 봄 냄새가 완연하다. 까짓 것 앞으로 두어 차례 있을 꽃샘추위는 이제 걱정도 되지 않는다. 벚꽃이 핀다는 소식도 재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쯤 이면 울산도 꽃 대궐이 될 전망이란다.

 

가슴이 부푼다. 봄이 바야흐로 당도하고 있는 것이다. 반가운 봄날을 앞두고 미안하지만 좀 낯 뜨거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 통도사를 방문했다. 이맘 때 쯤 이면 홍매화가 활짝 펴 속칭 전국의 ‘진사’(사진동호회 회원들을 일컫는 말)들이 몰려들어 한바탕 난리가 난다.

 

봄의 전령 매화를 찍으려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달에는 경주 천마총 일대가 또 진사들의 표적이 되었다. 눈 덮인 구릉들을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소위 ‘찍은’ 사진들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너무 아름답다. 눈부시다.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들의 노력이 가상타.

 

하지만 난 목격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연을 탐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작품(?)을 건지기 위해 엄청난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른 것이다.

 

좀 더 이야기 해보자. 특히 2월, 매화는 이미 언급했고 복수초나, 애기괭이눈, 노루귀, 변산바람꽃, 그리고 변산바람꽃보다 조금 크기가 작지만 너무 앙증맞고 예쁜 너도바람꽃. 이들은 분명 봄의 초입에서 우리가 반갑게 만날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런데 일부 ‘진사’님들이 앞서 말한 것처럼 작품을 만든답시고 군락지를 마구 훼손하는 일은 다반사이고, 아예 뽑아다 사진 찍기 좋은 위치에 올려놓고 촬영을 해댄다. 물론 다시 제 자리에 심어 놓는 ‘착한 행실’은 기대할 수 없다. ‘들이대는 데 천재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이러한 봄꽃들의 군락지를 정보 공유하는 것까지는 좋겠지만 해마다 ‘꽃 잔치’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고 만다.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블로그에 카페에 그리고 SNS를 통해 확산 되어 나간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슬프다. 너무 슬픈 일이어서 분노조차 일지 않는다.

 

난 ‘자연 보호’라는 구호는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생명이면 그들도 생명이다. 아니, 그들은 당신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 말하지 못한다고 허락한 건 아니지 않은가.

 

‘초상권’엔 엄격한 척하면서 ‘들이대는 행위’는 마치 범죄 수준이다.

 

이제 그만 봄을 빙자한, 아니 저 혼자 봄 사랑하는 척은 그만해주길 바란다.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하는 장비자랑일랑 이제 그만하시라. 난 당신들의 ‘가짜 사진’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당신들이 무자비하게 밟고 간 봄 산은 지금 몸살 중이다. 아시는가?

참 결 고운 시 한 편 소개한다. 이미 다 아시리라 생각한다.

 

고은 시인의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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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인문학 서재 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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