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 / 자유기고가
(1)묘지강산의 풍습도
(2)죽은 효자들의 몸부림
(3)투자유치를 위한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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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팔월 추석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잡초를 베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이 벌초다. 일부 지역에선 금초(禁草)라 부르기도 한다. 백중이 지나 처서가 되면 풀의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가 깨끗이 보전되며 추석에 성묘를 하기 위해선 추석 전에 반드시 벌초를 끝내야 한다. 주로 백중 이후인 7월 말부터 추석 이전에 이루어진다.
벌초가 효도의 상징이다 보니 직접 하거나 농협을 시켜서 하거나 대리자 등을 통해 한다. 벌초 대행회사만 500개가 넘는다. 이것도 창조경제라면 창조경제다. 서양의 잔디 깎기 회사나 비슷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구에서는 벌초를 통한 투자유치도 벌어지고 있다. 강대식 대구 동구청장을 비롯한 대구 동구청 간부들이 추석을 앞두고 오는 31일 하루 동안 벌초꾼이 된다. 동구 도동 향산마을에 있는 ‘일직(一直) 손씨’ 문중 묘 20여 기가 대상이다.
일본에 귀화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조상 묘소 벌초다. 강 구청장과 간부 10여 명은 손씨 문중 대표 5명과 함께 4시간 동안 벌초할 예정이다.
동구청이 손 회장 조상 묘소를 벌초하는 것은 올해로 4년째다. 2011년 전임 이재만 구청장 때 시작됐다. 이유는 따로 있다. 손 회장이 소식을 듣고 대구 동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에 투자해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손 회장의 증조부부터 10대조까지가 모셔져 있다. 손 회장의 아버지 손삼헌(78)씨는 선영에서 2㎞ 가량 떨어진 입석동 128번지에서 출생했다. 이후 손 회장의 할아버지 손종경(1968년 작고)씨를 따라 1940년 일본으로 가 규슈(九州)에 정착했다. 손 회장은 규슈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는 향산마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