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 돌베게
자신이 태어나서 살고 있는 현재까지만의 역사를 쓴다면 지금 50대인 사람들은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까? 유시민이 이번에는 자신이 관심 있는 자기만의 현대사를 책으로 엮었다.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서인지 새롭거나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과 기억들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들여다보았다. 이런 시도는 유시민의 장기이자 특징이다.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는 55년생부터 63년생 까지다. 59년 돼지띠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53년 한국전쟁이 종료된 후 6년쯤 지나서 태어난 세대에게 그 시절은 평등하게 가난했던 독재국가였다. 당시 대한민국인구는 2천400만 명, 경제활동 참가율 30%, 공식실업률 7%, 취업자의 63%가 농사, 국민 1인당 GDP는 81달러수준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간다, 토고 와 함께 최하 빈국이었다. 저자의 현대사는 이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 책의 구성은 시기적 구분과 주제별로 나눠놓았다. 4.19와 5.16, 절대빈곤에서 고도성장, 양극화로 대별되는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 한국형 민주화, 사회문화, 남북관계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동안 저자가 주장해 왔던 내용들을 현대사와 연관시켜 전개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개인의 경험과 사실적 현상을 생생하게 묘사하다보니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아주 좋은 역사서이자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켜 볼 수 있는 게기가 되는 책이다.
각종 팟캐스트 방송에서 광고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야심차게 준비한 책인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인문학 책이 안 팔리는 시기라고 하는데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유시민 스스로 “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 없는 것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했다”
이어서 유시민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로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