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남쪽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아직 한 가을일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노랗게 물들어 어쩌다 부는 실바람에도 우수수 노란 잎을 떨어뜨리는 길가 은행잎을 보노라면 영락없는 만추임에 틀림없다.
지리산 노고단(老姑壇)을 오르기 위해 두어 시간 차를 달려 피아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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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이라는 지명은 할미당에서 유래했다. 통일 신라 시대까지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 기슭에 ‘할미’에게 산제를 드렸던 할미당이 있었는데" 고려 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지명이 한자어인 노고단으로 된 것이라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다소 늦은 시간이라 생각되지만 마음먹고 나선 길이라 피아골 끝까지 차를 몰아 길이 막힌 곳" 직전마을에 차를 세워두고 노고단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오전 10시 24분" 아무래도 동절기라 입산시간지정제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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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개장터에서 간장게장으로 아침을 먹는다 |
▲ 얼음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피아골
피아골에서 임걸령 삼거리까지 오르는 길은 지독한 계단 길로 진절머리 나는 곳이다. 피아골대피소를 지나는 동안 계곡은 얼음만 눈에 띄지 않았지 벌써 겨울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쩌다 남은 단풍잎은 실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기세로 애절하게 달려있다.
통일소 삼흥소 잠룡소 여러 개의 소를 지나면서 밤이 되면 살을 에는 칼바람에 얼어붙을 계곡을 흘끗흘끗 바라보며 위를 향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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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남부지방에 내린 눈이 지리산에는 고스란히 폭설로 쌓여있었다. |
아뿔싸" 며칠 전 남쪽지방에 내렸던 가을비가 폭설이 돼 지리산에 쌓였을 줄 어찌 알 수가 있었을까! 임걸령 삼거리에서 노고단까지 오르는 북서능선으로 10cm이상 쌓여있는 수북한 눈길과 마주했다.
노고단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눈길이었다. 아이젠도 없이 오르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해가 있는 낮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무사히 노고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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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
그렇게 눈길에 넘어지고라도 맹렬한 속도로 올랐건만 입산시간지정제에 걸려 피아골로 되돌아가는 길은 닫혀있었다. 노고단 삼거리 공원관리원이 통제된 빗장을 풀어줘 노고단 삼거리로 들어와 보니 입산지정시간을 딱 17분 넘긴 오후2시 17분" 바로 17분 때문에 되돌아가지 못하고 성삼재로 내려가 피아골까지 55"000원을 들여 택시를 타야만 했다"
17분" 어쩌면 매우 짧은 시간이어서 문을 열고 하산을 허락해주지 않은 관리원이 야속하게 느껴질 만도 하겠지만 분명히 마음속으로 그에게 감사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해준 철저한 근무정신에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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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앞이 반야봉 멀리 천왕봉과 세석평원 |
▲ 섬진강
노고단에 올랐다. 반야봉이 지척으로 보이고 멀리 세석평전과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굽이치는 섬진강은 햇살에 빛난다.
성삼재 휴게소를 향하는 길은 너무 편하다 못해 조금 전 피아골에서 임걸령을 거쳐 노고단에 오르던 길을 자꾸만 생각나게 한다.
성삼재휴게소" 때마침 기다리는 택시기사님" 65"000원이 정상가격인데 10"000원 에누리해 55"000원에 모셔다주겠단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피아골로 돌아왔다.
마지막 가을 단풍 생각에 올랐다가 눈만 실컷 구경한 피아골-노고단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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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꿀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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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걸령 삼거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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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이 예쁘게 눈꽃을 만들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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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골에서 올라오니 17분 차이로 닫혀버린 등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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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들의 필수품만큼이나 많이 볼 수 있는 셀카봉~~`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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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 돌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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