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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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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변형프리온이다. 변형프리온이 뇌나 척수, 장관(腸管) 일부에서 고농도로 검출되면, 그와 관련된 부위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분류된다. 최근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흥미롭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보여준 자세는 그동안 한국사회에 녹아 있는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처럼 수입육에서 등뼈가 발견될 경우 현재의 한미 쇠고기 수입조건에 의해서도 충분히 수입중지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과거 일본은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단지 검역만 중단하고 미국의 해명을 기다리겠다는 저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관련 고위공무원은 등뼈에서 척수는 제거되었으니 안전하다는 식의 황당한 입장마저 표명했다. 하지만 변형프리온의 경우, 일반 미생물은 죽는 고압멸균 조건에서도 그 병원성이 없어지지 않고, 또 1g 정도의 소량으로도 그렇게 큰 소에서 병을 일으킨다. 광우병은 이토록 적은 양으로도 감염력이 유지되기에, 등뼈에서 척수가 제거되더라도 그 등뼈는 오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연히 위험물질이 된다.  


허술한 수입기준과 소극적 대책


정부의 미국 편들기는 지금뿐만 아니라 과거 쇠고기 수입기준 설정 때도 잘 나타난다. 그때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을 들먹이며, 치아감별로 허술하게 판정된 소의 나이가 30개월 령 이하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했다. 물론 국가공무원이 국제기구의 기준을 바탕으로 수입조건을 만든 것을 잘못이라 할 수는 없지만, 30개월 령 미만 소에서도 광우병 발생이 보고되고 있고 또 OIE의 국제 광우병 발생통계도 24개월 령 이상 소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소위 광우병 未발생국이라고 자처하는 한국정부가 30여건의 광우병 발생국인 일본이 취한 20개월 령이라는 조건보다도 못한 수입기준에 집착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얼마나 안일한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UN의 지구온난화 선언에 대한 온난화 주범인 강대국들의 압력행사에서 보듯이, OIE의 기준이라는 것도 언제나 강대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요즘 OIE가 취하고 있는 광우병 관련국가 분류야말로 영국뿐 아니라 이미 유럽 여러 나라와 북미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일 뿐이며, 일본은 OIE에 이를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예컨대 자국이 광우병 통제국 판정을 받았다고 내세우는 미국의 주장도 그들이 제시한 자료에 근거해 OIE가 내린 것에 불과하고, OIE의 요구사항이 준수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판정은 미국내 관리상태에 따라 언제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입하는 측에서는 일단 미국은 발생 위험國임을 전제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뼈 발견 후 우리 정부의 태도와 미국의 황당한 요구 이면을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가지로 대변되는 우리의 비참한 현실이 있다. 먼저 정부가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또 우리가 믿고 있는 바와는 반대로, 한국은 광우병 未발생국이 아니다. 굳이 OIE 기준으로 본다 해도, 분류상 가장 위험한 국가인 광우병 未확인국에 해당한다. 물론 현재 국내 관련기관에서 未발생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이는 지금 시점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광우병 검사가 국내에서 제대로 실시된 적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이 광우병 未발생국이라는 것은 단지 정부의 대국민선전에 따른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


韓美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상관관계


두 번째 요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FTA 체결을 위해 쇠고기 수입을 적당히 양보하면서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팔아 국가적 이익을 증대하자는 입장이다. 미국측에서 FTA 체결의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 최근 FTA와의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한 농림부 장관의 말이 얼마나 초라한 변명인가는 명확하다. 전체 경제논리에서 FTA 체결을 통해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저울질하는 정부의 입장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결국 수입된 미국 쇠고기를 누가 사서 먹겠는가 생각해보면 과거 주린 배를 움켜잡고 일한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형성된 한국재벌의 모습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값싼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감지덕지 구입하는 이들은 잘 관리된 값비싼 한우 쇠고기를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웰빙 고소득층이 아니라, 어차피 생활비 한 푼을 아껴야 하는 서민층이다. 정부가 FTA 체결을 위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까지 허술하게 만든 기준으로 수입되는 쇠고기는, FTA를 통해 한국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리라 생각되는 분야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 계층이 구매할 것이다. 이것 역시, FTA를 통한 실질적 이득은 대기업이 얻는 상황에서, 값싸게 적당히 수입된 쇠고기를 먹으며 스스로 중산층이란 착각을 하게 만들어 양극화에 따른 계층간 위화감을 포장하고 싶어 하는 정부의 입장이라면 지나친 견해일까.


등뼈 이전에 이미 검역과정에서 수차례 갈비뼈와 뼛조각도 발견된 것을 보면, 국내의 검역과 방역 체계는 주어진 조건하에서 충실히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같이 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국민을 설득하는 관련 고위공무원들의 태도는 현장에서 열심히 방역에 힘쓰는 검역 실무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우리 정부가 취한 태도는 도가 지나친 것이며 농림부 장관의 말과는 달리 지금 상황은 FTA와 무관한 것이 아니기에,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수입중단 사유에 해당하는 등뼈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입조건의 완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양보하지 말아야 할 국민의 건강권


지금은 한국이 광우병 未발생국이건 未확인국이건 일반 국민들은 돈을 내고 좋은 물건을 사오자는 쪽이다. 어차피 쇄국정책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누가 들어도 뻔 한 변명을 하면서 궁색하게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의 편에 서서 수입기준을 더 강화해 안전하고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사온다면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미국측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의 태도는 일부 소비자단체나 생산자단체의 미국산 쇠고기 무조건 수입금지라는 흑백논리에 힘을 실어주어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눈앞에 보이는 대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더 이상 일반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우리도 가까운 일본처럼 OIE보다 더욱 엄격하고 과학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타협에도 양보할 것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저자 소개

 

희종 | 서울대 교수, 수의학

토오꾜오대 약학부 석사 및 박사를 마치고, 펜실베니아대 의대 분자질병학 교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역임. 미국 Harvard University 의과대학 외과 종양학교실 강사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교수로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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