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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눈 속에 넣었다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던 고구마. 서민들의 간식거리로 우리를 즐겁게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구마.
어느새 고구마는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즐겨먹는 건강식품이 됐다. 고구마가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C는 귤 하나에 버금갈 정도로 영양가가 높다. 때문에 조선시대는 물론 우리나라가 산업화되기 전까지도 밥 대신 먹던 아주 훌륭한 대용 식물이었다.
조선시대에 흉작이 들어 헐벗고 굶주려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기근을 넘기게 해주었던 유용한 작물이었던 것이다.
시골에 살던 청장년층이라면 겨울철 손이 시리면서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찬 고구마 꺼내 물고 즐거워하던 그 모습을 누구라도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한 겨울철 짚동가리 속에서 꺼내어 날로 깎아먹던 그 맛! 쇠죽 끓이면서 타고 남은 군불 속에 고구마 몇 개 찔러 넣어 까맣게 탄 군고구마 껍질 한 겹 한 겹 벗기며 까먹던 그 맛. 그 어떤 군것질보다 맛있었고, 추억에 남는 일미였다.
그런데 우리말로 알고 사용하는 고구마란 단어가 일본어라고? 금시초문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고구마가 순 우리말처럼 굳어졌기에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실은 고구마의 어원이 일본어이다. 그 연유부터 알아보자!
고구마는 1763년(조선 영조 39년)10월 일본에 통신정사로 갔던 예조참의 조엄이 대마도에서 부산진으로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조엄의 기행문 <해사일기> 참조).
일본에서도 고구마는 류우큐우(硫球-현 오키나와현)가 산지로 일본에서는 처음 ‘카라이모(唐芋)’라 불렀다. 이러한 호칭으로부터 유추하건대, 고구마는 중국 남부지역(원산지는 멕시코로 17세기 초 중국으로 전래되었다 한다)에서 재배되던 것을 류우큐우 상인들이 가져와 일본에도 퍼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에서 중국 남부지역에 전해지자마자 류우큐우지역으로 전래된 것 같다.
마침내 큐우슈우(九州)의 시마즈항(島津藩)이 류우큐우왕국을 1609년부터 지배하면서 고구마도 일본열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러한 연유로 지금의 일본인들은 고구마를 주로 ‘사쓰마이모(薩摩芋)’라 부른다. 시마츠항의 사쓰마에서 주로 재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역사서에 보면 나가사키현의 히라도 항구에 고구마가 전해진 것은 1615년이라 한다. 결국 고구마는 멕시코→남중국→류우큐우왕국→사쓰마→대마도→조선으로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고구마는 원래 일본에서 ‘효자저(孝子芋:코오코이모)’ 또는 ‘효자마(孝子麻:코오코마)’라 했다. ‘효자마’의 일본어 발음인 ‘코오코마’가 고구마의 어원이다. 처음 조선에 들어와서는 ‘고코마’나 ‘고쿠마’정도로 불려 지다가 ‘고구마’로 굳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고구마란 작물 이름도 알고 보면 일본에서 전래된 것임을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친숙해진 우리말(정확히는 외래어)이 돼버린 ‘고구마’이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고구마는 우리민족이 힘들 때 기근으로부터 목숨을 지켜주던 구황작물이 아니라, 이젠 간식거리로 아이들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또한 `몸짱`, ‘얼짱’을 열망하는 아가씨, 아줌마들의 소망도 거들어 준다하니, 그 쓰임새의 변신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빠른 진화의 연속이다.
실제로 고구마는 요즈음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식사 대신 우유와 함께 즐긴다하니, 실로 존재가치가 크다 하겠다. 우유는 고구마만 먹었을 때 생기는 트림과 속 쓰림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도 대기근이 들었을 때 부모를 구했다하여 효자마(孝子麻)라 불린 고구마. 조선의 민초들도 고구마란 일본어의 원뜻은 몰랐다할지라도 분명 그것을 잘 재배하여 부모에게 효도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고마운 존재라 할 것이다.
고구마! 고구마! 이젠 효자마로써가 아니라 간식과 다이어트 식물로써 또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고귀한 마가 아닐까? 살 빼려는 사람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고귀마(高貴麻).
그 용도의 변신에 고구마는 영원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여름 따뜻한 햇볕과 소낙비 머금고 무성히 성장하리라!
장팔현 일본 문학박사 : 前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소설`무령왕`의 저자, 예비역 육군소령, 충청역사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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